안성기 아저씨를 추억합니다
오비완괴노인

Lv.1 오비완괴노인 (39.♡.230.211)

2026년 1월 6일 AM 09:18 · 수정됨(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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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고등학교 3학년인 여름이었어요.

방학인지 토요일인지 친구들과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하다가

운동장 주변 스탠드에 앉아 놀고 있었습니다. 

고1 때 담임 선생님이 저희쪽으로 오시더근요.

그때 학생부 선생님이셨는데, 제가 고1 때 첫 담임을 맡은 아이들이 저희 반이라 많이 아끼셨어요.

“야, 너희들 가방 싸서 따라 와. 나랑 어디 다녀오자.”

아니, 선생님 저희 고3인데요? 공부 해야 되는데요?

라고 말할 학생이 어딨습니까. 선생님이 학교에서 빼내 준다는데. 낼름 가방 챙겨서 나왔죠.

버스가 한 대 학교 앞으로 왔던 것 같아요. 흐릿한 기억에. 어디로 가는줄도 모르고 선생님 따라 신나서 한 2~30명이 출발했죠.

한참 달려서 도착한 곳이 어떤 스튜디오였어요.

가는 길에 쓰레기 매립장같은걸 지난 걸 보니 난지도를 지나 서쪽으로 갔겠죠? 

지금 생각해 보니 거기가 SBS 등촌 스튜디오 아니면 탄현 스튜디오였던 것 같습니다.


뭔지도 모르고 와, 방송국이다 하고 들어가니 

세트가 그럴듯하게 차려져 있고 주변에 앉을수 있게 빙 둘러 계단이 있었고 방송국 사람들이 우리를 그곳에 죽 앉혔습니다.

몇 가지 연습( 오프닝때 와~ 하며 박수치기 따위) 하고 설명해 주는데 청소년 대상으로 명사 특강을 하는 방학특집 방송이래요. 알게 뭡니까 학교에서 밖으로 나왔는데. 신나는 거죠.

제목이 대충 신세계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 요딴 제목이었던 것 같습니다.

강의해주실 명사분이 나오셔서 좋은 이야기 많이 해 주셨어요. 어깨에 힘도 들어가지 않고.

티비에서 영화에서 보던 따뜻한 목소리와 웃음 그대로였습니다.

열심히 들었죠. 그냥 인생 선배 삼촌이 해 주는 이야기처럼요.

중간에 기침이 터져나와서 참느라 고생했지만 참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명사분이 안성기 아저씨였어요.

처음 보는 빡빡이 남자 고등학생들한테 좋은 이야기 진심으로 해 주신 좋은 아저씨였습니다.

지금 제가 그때 아저씨 연세 뻘이 되었겠네요. 어쩌면 더 나이가 들었을지도요.

방송을 한다는 8월 며칠날 녹화 하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결방이 되었어요. 나중에 다시 방송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그 날 아침에 괌에서 대한항공 비행기가 추락하는 참사가 있었거든요.

안성기 아저씨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가슴이 아픕니다. 아마 스크린에서 본 배우 안성기씨가 아니라 고3인 저한테 좋은 이야기 해 주시던 안성기 아저씨가 생각나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아저씨. 부디 그곳에서 평안하시길.

댓글 (3)

  • 세상여행

    세상여행 Lv.1

    01.06 · 211.♡.188.31

    괌 참사였으면 96년인가 그랬죠...
  • 오비완괴노인

    오비완괴노인 Lv.1 작성자

    01.06 · 39.♡.230.211

    찾아보니 방송 제목이 저건 아니었나보네요. ㅎㅎ SBS였는데..
  • 오비완괴노인

    오비완괴노인 Lv.1 → 오비완괴노인 작성자

    01.06 · 39.♡.23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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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찬진의 정보화가 세상을 바꾼다(1997.8.5)
    안성기의 한우물론(1997.8.7)
    윤석화의 기본없는 정열은 없다(1997.8.8)
    최수종의 인생 사랑론 견딜 수 없는 고통은 없다(1997.8.11)

    이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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