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소리, "재첩국 사이소~"

Lv.1 새벽그림 (122.♡.3.202)

2026년 1월 9일 PM 01:57 · 수정됨(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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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951592?sid=103

조선일보 링크지만, 정치와 무관하며 내용은 읽을만한 좋은 글인거 같아 올려봅니다.





잊고 지냈던 기억이 불쑥 떠오르는 일이 잦아졌다. 예고도 없이 과거의 장면이나 소리가 되살아난다. 20대와 30대에는 하루살이처럼 살았던 탓인지 바로 어제조차 돌아볼 틈이 없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기억이 불어난다는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새해 정오 무렵의 뒷산은 인적도 없이 고요하기만 하다. 흙길로 들어서자마자 산새 소리가 또렷해진다. 시간이 쏜살같이 느껴져 내 무의식이 과거를 불러내는 것인지, 과거를 들여다볼수록 시간이 더 바투 가버리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머무를 과거의 한 장면이 있다는 것은 위로가 된다.

새벽녘의 실금 같은 빛이 번지기 시작할 즈음이면 희미하게 들려오던 소리가 있었다.

“재첩국 사이소, 재첩국~”

‘재첩국 사이소’와 ‘재첩국’은 끊어지지 않는 한 호흡으로 이어졌다. 아침밥을 짓는 이에게 잘 들릴 수 있으면서 단잠을 깨우지는 않도록 부드러운 리듬으로 적당한 여운을 곁들여 내는 소리였다. 그러면 내 어머니는 냄비에 재첩국을 받아두었다가 온 가족이 깨면 다시 끓여 아침상에 올리곤 했다. 낙동강의 물길이 바뀌고 산업화로 탁해지면서 재첩이 점차 자취를 감췄다는 걸 알게 된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부산에 아파트가 우후죽순 들어서던 시기, 골목골목을 누비며 뜨거운 국물을 팔던 재첩국 아주머니의 배달 서비스 역시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내가 살았던 영도는 어디에서나 뱃고동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뱃고동은 길을 묻는 소리였다. 안개 속에서도 눈이 되어 주는, 귀로 밝힌 신호였다. 그러나 소형 선박용 레이더가 보급되면서 그런 소리는 점차 들리지 않게 되었다. 어판장의 물밀대가 바닥을 세차게 긁는 소리나, 뱃머리의 타이어가 항구의 외벽을 짓이기는 소리, 밧줄이 낑낑거리며 가까스로 큰 배를 붙드는 소리는 생경하면서도 익숙한 우리 동네의 소리였다.

아침 출근길에 셔터 문을 올리는 소리와 공중전화의 여닫이문에서 나던 고단한 쇳소리 같은 건 고대의 유물처럼 멀어졌다. 배달부가 툭 하고 문간에 종이 신문을 던지던 소리도 이제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그 소리들은 제각각 고유한 존재가 남긴 목소리였다. 아침이 왔다는 자명한 사실, 누군가 이미 하루를 시작했다는 기척, 오늘도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 같은 것들이 담겨 있었으리라.


...




"예고도 없이 과거의 장면이나 소리가 되살아난다"

저도 자주 그러네요. 그러면서 옛날 기억 찾아보곤 합니다.


"그 소리들은 제각각 고유한 존재가 남긴 목소리였다. 아침이 왔다는 자명한 사실, 누군가 이미 하루를 시작했다는 기척, 오늘도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

소설가 글 답게 글맛이 있네요.


"재첩국 사이소~"

40대 중반 부산 토박이 친구에게 물어보니 바로 기억을 하네요.

이 소리는 70년대~80년대 초반 정도까지 많이 들렸다고 하고요. 

4050 부산분들 기억하시나요?


사상구 사하구 북구에 이르기까지 낙동강 주변에 재첩국 가게들이 많았는데, 낙동강에 하구둑이 생기고 사상공업단지가 생기고 하며 수량이 줄고 물이 탁해지며 줄어들어서 차츰 없어졌다고...


부산에 돼지국밥 밀면만 알았는데 재첩국 추가입니다.


관련영상도 첨부해 봅니다.

부산의 소리는 9:30경쯤 나오네요.

https://youtu.be/h-emAnJo6P4


댓글 (11)

  • 허접만땅

    허접만땅 Lv.1

    01.09 · 210.♡.118.83

    어릴때 아침 마다 듣던 소리 반갑네요. 그 때는 "재치꾹 사이소~ 재치꾹" 이렇게 들려 재첩국이 아니라 "재치국"으로 알았더랬지요.
  • 육일사

    육일사 Lv.1 → 허접만땅

    01.09 · 112.♡.159.45

    이말 쓰려고 왔는데 이미 ㅋㅋㅋ

    재치꾹 사이소~ 추억의 사운드죠;;
  • 사미사

    사미사 Lv.1

    01.09 · 221.♡.175.185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리고 "계란이 와써요~" 도 있지요.
  • 쭈쭈엉아

    쭈쭈엉아 Lv.1

    01.09 · 49.♡.97.229

    찹쌀떠억 메밀무욱~
  • 소심이

    소심이 Lv.1

    01.09 · 121.♡.4.124

    제가 사촌 누나가 부산에 살아서 초등학교 때 방학하면 가곤했는데...
    "재치국 사이소" 아닙니까? 제 기억에는 그렇습니다.ㅎ
  • 새벽그림 Lv.1 작성자

    01.09 · 122.♡.3.202

    오 생각보다 많이들 기억하시네요.
    아지매들이 꼭 낙동강 유역 말고도 부산 많은 지역을 다 다니셨나 봅니다.
  • 아오이토리 Lv.1

    01.09 · 61.♡.74.178

    재치국 사소~ 재치국 으로 듣고 자란 1인입니다. 양철로 된 동그란 통에 손잡이 두개 달린 걸 이고 다니시고 그랬던 걸로 기억나네요. 다른 지방 버전으론 망개~떠.억 이런게 있겠지요,
  • 까망꼬망

    까망꼬망 Lv.1

    01.09 · 61.♡.120.114

    재치국 사이소~ 재첩...으로 끝났지 재첩국으로 끝나진 않았던걸로 기억하는데...동네마다 차이일려나요 ㅋㅋ
  • 연탄불

    연탄불 Lv.1

    01.09 · 211.♡.65.113

    알다마다요 ㅠ.ㅠ
  • 아브람 Lv.1

    01.09 · 210.♡.108.130

    재치국 사이소...낙동강 하구언 만들기 전에는 흔했던 장사치였지요.
    하구언 만들고나서는 끊겼다는...
    당시 하구언 전문가가 네덜란드 엔지니어 한명 달랑왔더랬는데...
    부산소재 대학교에서 엔지니어 기술보조할 학생을 물색한적이 있습니다.
    조건은 토목전공자로서...
    교수는 체면상 받지 않고 학생이 보조원으로 갈건데...
    영어가 되어야 합니다...
    누가 갔는지는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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