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 (112.♡.180.187)
2026년 1월 11일 PM 02:57 · 수정됨(19:55)




일본 서브컬쳐, 특히 오타쿠 동인판은 2010년대 중반까지는 혐한 극우 천지였는데 요즘엔 정 반대로 흐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태 변화는 어떻게 일어난 걸까요?
과거 일본 서브컬쳐, 그중에서도 코미케를 중심으로 한 언더 동인계의 혐한 농도는 상당했습니다. 여성향 쪽에서는 노골적으로 넷우익적 혐한 정서를 깔고 있는 작품들이 메인스트림이던 시절도 있었고, 남성향에서는 강남스타일 이후로 혐한을 대놓고 소비하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지금의 일본 서브컬쳐 풍경만 보면 상상이 잘 안 되지만, 당시에는 꽤나 지독한 공기였다고 기억합니다.
이 분위기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한류와 한국산 서브컬쳐 IP의 동시 확산이었습니다. 여성향 쪽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한류가 취향과 미학, 소비 패턴 자체를 재편하면서 체급 차이로 혐한을 밀어냈고, 지금은 흔적을 찾기 어려운 수준이 됐습니다. 논쟁으로 이긴 게 아니라, 그냥 시장에서 의미를 잃은 셈이죠.
흥미로운 건 남성향 동인판입니다. 여기서는 버튜버 업계와 한국산 모바일 게임 IP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혐한 넷우익들이 점점 고립되는 과정이 나타났다고 봅니다.
먼저 버튜버 쪽을 보면, 이 업계에는 한류에 익숙한 젊은 여성 종사자들이 많았고, 이들이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를 언급하고 수용했습니다. 여기에 버튜버 특유의 ‘전긍정’ 문화가 결합되면서 팬덤 역시 이를 무리 없이 받아들였고, 혐한을 드러내는 목소리는 분위기를 해치는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사회에서 공기를 깨는 사람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결국 혐한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던 이들은 반복되는 고립과 냉소 속에서 침묵하거나, 아예 이 바닥을 떠나게 됐습니다.
한국산 모바일 게임 IP의 경우는 좀 더 복잡합니다. 블루 아카이브, 니케, 림버스 컴퍼니 같은 작품들은 개발자들이 전면에 나서고 SNS 소통도 활발해서, 일본 쪽에서는 한국산 IP라는 사실이 비교적 명확하게 알려져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혐한 넷우익들은 첫 번째 딜레마에 빠집니다. 이미 한국산임이 널리 알려진 작품들이 흥행하고, 2차 창작계의 메인스트림이 되어버리니 기존 혐한 포지션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진 겁니다.
물론 이를 모른 척하거나 흐린 눈 하고 올라타려는 시도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대개 과거 발언이 박제되거나 조롱의 대상이 되었고, 혐한 성향 독자들에게는 배신자로 찍히는 양쪽에서 얻어맞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블루 아카이브 쪽에 탑승을 시도했다가 조롱과 비웃음을 당한 뒤, 동인 행사에서 사라지고 관련 언급도 끊긴 사례들이 있습니다.
두 번째 딜레마는 교류의 문제입니다. 동인판 작가들에게 SNS와 오프라인 네트워크는 생명줄과도 같습니다. 한국산 IP인 만큼 공식 작가나 2차 창작 작가 중에 한국인이 많은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이들과 일본 작가들 사이에 교류와 협업이 쌓이면서 동반 성장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반대로 혐한 성향을 드러내던 사람들은 이 네트워크에 아예 접근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패싱되었습니다. 이건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와 리스크 관리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일본 사회 전반에 깔린 공기 읽기 문화가 추가타로 작용했습니다. 다수가 교류하는 쪽이 안전한 선택이 되고,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쪽은 조용히 거리두기 대상이 됩니다. 공개적인 논쟁이나 탄압 없이, 말 그대로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는 방식으로 고립되는 겁니다. 그렇게 혐한 넷우익들은 싸워서 진 것이 아니라, 필요 없어져서 사라졌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가끔 왜 지금도 남성향 서브컬쳐에서 한국 문화의 흔적이 두드러지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만, 없는 게 아니라 그저 덜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일본 쪽에서는 오히려 이런 요소들을 더 디테일하게 찾아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말로 남성향 서브컬쳐판에 혐한이 득세하고 있었다면, 한국인 개발자들이 전면에 나서고 한국산 IP가 메인스트림이 되는 상황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을 겁니다. 혐한 넷우익들의 국적 집착은 그 정도로 강합니다.
지금도 이 바닥에서는 혐한 넷우익들이 실시간으로 고립되어 조용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올드 십덕으로서 솔직히 통쾌함을 느끼는 동시에, 분명한 교훈도 보입니다. 문화의 영역에서 공존 대신 투쟁과 고립만을 선택한 사람들은, 결국 도태되어 사멸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요약
1. 시장의 재편: 한류와 한국산 게임 IP(블루 아카이브 등)가 일본 서브컬처의 메인스트림을 장악하면서 혐한 정서가 시장 경쟁력을 잃고 밀려났습니다.
2. 문화적 고립: 버튜버의 '긍정 문화'와 동인계의 '교류 네트워크'에서 혐한 세력은 분위기를 해치고 협업을 방해하는 리스크 요인으로 간주되어 소외되었습니다.
3. 자연스러운 도태: 공개적인 논쟁보다 일본 특유의 '공기 읽기' 문화를 통해 혐한론자들이 조롱 대상이 되거나 무관심 속에 사멸하며 생태계가 정화되었습니다.
댓글 (20)
- 숲
숲속생활
01.11 · 61.♡.56.113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L
logcat
01.11 · 112.♡.119.163
일본 아키하바라에 걸린 광고가 한국, 중국 게임인게 새삼 신기하더군요 -
코코미
→ logcat 작성자
01.11 · 112.♡.180.187
블루 아카이브, 니케, 원신, 명조 등등...
페그오나 우마무스메 등조차 없었으면 일본 모바일 게임판은 한국과 중국 식민지였을 겁니다. -
졸졸린눈고양이
01.11 · 121.♡.109.42
새로운 시선을 알게된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
규규링
01.11 · 133.♡.159.196
점점 더 없어질테죠.
일본 내수 ip로만 끝나는 케이스도 상당히 많으니깐요. -
Mmeteoros
01.11 · 95.♡.70.231
압도했기 때문이라는 뜻으로 해석해도 될까요???
세부적으로 내용에 감탄은 하지만 이해는 사실 힘드네요 ㅋ. 양자역학 듣고 감탄은 하지만 이해는 못하고 있듯이.... ㅠㅠ -
코코미
→ meteoros 작성자
01.11 · 112.♡.180.187
요지를 잘 이해하셨습니다.
나머지는 아기가 언어를 몰라도 어머니가 안아주며 내보내는 사랑을 몸으로 이해하듯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 -
스스링
01.11 · 211.♡.99.123
갈라파고스 적 it도 한 노릇했다 생각합니다.
Live2d로 움직이는 2d게임도 나오는 판국에. 페이트 그랜드 오더같은 게임(거진 스토리 하나 + 캐릭터 빨이 크지만 아주 옛날 미소녀 연애 시뮬 ui, 연출)이 계속 순위권이라는걸 이해하긴 힘들어요 -
OOnce82Kim
01.11 · 140.♡.29.5
좋은 글이네요 정독했습니다^^ -
빵빵빵곰
01.11 · 140.♡.29.1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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