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주의자 (218.♡.42.109)
2026년 1월 12일 AM 09:31 · 수정됨(11:05)
그냥 그런 영화가 있다…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넷플릭스를 두리번 거리는데 이 영화가 있더군요. 부디 내 2시간을 충만하게 채워주길 바라면서.....용기를 내어 재생버튼을 눌렀습니다. 저는 넷플릭스에서 가장 힘든일이 재생 버튼 누르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마침 어제는 일요일이지만 일찍 일어나서 할 일이 없었고 다른 식구들은 모두 자고 있어서 집이 고요했습니다.
내용은 별게 없습니다. 혼자 사는 중노년 남자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쉬는 날엔 뭐 하는지 “나혼자 산다”의 시점으로 보여줍니다. 잠이 들면 꿈 같은 흑백화면으로 하루를 압축해서 보여줍니다. 그 장면이 참 일본영화스럽다 싶습니다. 아날로그적 삶을 지향하는지, 남자가 사용하는 가장 최신기술의 소유물은 구형 폴더폰으로 보입니다. 중고책, 필름카메라, 카세트 테이프...이런게 남자의 취미이자 일상품입니다.
잔잔한 남자의 일상에도 파도가 있습니다. 파도라는게 그렇듯 본인의 의지가 아닌 외부에서 가해지는 움직임에 의해 생깁니다. 남자는 그냥 그 파도를 인정하고 흘려보내거나 꾸역꾸역 삼키듯 감내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구구절절한 대사나 플래시백 없이 그것들을 그저 보여주기만 합니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이유가 있어서 일어나는게 아니니까 굳이 설명이 필요한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냥 “다음은 다음, 지금은 지금”의 마음가짐으로 순간을 충실히 보내다 보면 꽉 찬 하루가 되는 것이겠죠.
영화 볼 땐 많이 지루했는데, 보고 난 후에 머릿속에서 더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주인공이 운전하면서 듣는 60-70년대 음악들도 좋았고요.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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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열린눈
01.12 · 223.♡.54.62
영화 보고 나니, 마나님 구박에 분리수거장에 버렀던 카세트테입 수백개가 생각나 아깝더라구요 -
보보수주의자
→ 열린눈 작성자
01.12 · 218.♡.42.109
이런 ㅠㅠ 당근에라도 팔면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
타타오름달열여드레
01.12 · 106.♡.11.197
늘 똑같은 자기전 루틴이 생각나더군요 ㅎㅎ아침에 뽑아먹는 자판기 캔커피도요. -
보보수주의자
→ 타오름달열여드레 작성자
01.12 · 218.♡.42.109
저도 캔커피는 아니지만, 출근해서 먹는 커피가 있습니다.
맥심 모카골드 + 카누 미니 조합으로 종이컵 한잔 꿀떡 하고 일 시작합니다.
역시 노동자는 커피가 있어야죠 ㅎㅎ - 우
우물안개구리
→ 타오름달열여드레
01.12 · 121.♡.197.60
저브랜드 뭐지? 나중에 먹어보고 싶네 란 생각들더군요ㅎ -
타타오름달열여드레
→ 우물안개구리
01.12 · 106.♡.11.197
산토리 BOSS 캔카피용 - 우
우물안개구리
01.12 · 121.♡.197.60
지루한데 멈추고 싶진 않았습니다.
계속보게 하는 끌림이 있더군요. -
보보수주의자
→ 우물안개구리 작성자
01.12 · 218.♡.42.109
저는 "뭔가 더 있겠지?" 라는 생각에 계속 봤던것 같습니다. 근데 뭔가 없었고 ㅎㅎ 그게 영화의 주제가 아니었을까 싶었네요. - 우
우물안개구리
→ 보수주의자
01.12 · 121.♡.197.60
뭔가 없는게 영화의 주제라... 너무좋은데요.ㅎ
잔잔한 일상에 본인의 의지와 상관 없는 파도가 일어난다 라는 표현도 너무 좋았어요. -
브브릿매력남
01.12 · 220.♡.97.159
저도 이전에 그거 보고 뜨문뜨문 하던 자기 전에 독서가 습관이 됐습니다 ㅎㅎㅎ
잔잔하게 오는 즐거움이 있는 영화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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