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이렇게 해야 합니다 | 서울대 최나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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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18일 AM 10:10 · 수정됨(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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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DFO4S14aTs4?list=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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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영상인데 두 분이 워낙 발성도 좋고 말씀을 잘 하셔서 훅 다 봤습니다. 아래 스크립트를 정리해 봤구요.

초반은 어휘력과 문해력에 관해서 이야기합니다. 재미를 위한 독서가 아닌, 어려운 고전 독서 '강요' 환경에 있다고 말합니다. 재미를 위한 독서를 '쾌락 독서', '여유 독서'라고 부르네요.

후반부에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독서지도를 하는지 간결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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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과 독서에 관한 대담 

인트로: 아주 거창한 기관에서 "이런 책들 꼭 읽어 보세요"라고 막 이렇게 수십 권, 서울대학교 권장 도서 목록을 내놓는 것에 제가 아주 불만이 많습니다. 요새 너무 말하자면 학습서만 읽고요, 여가 독서를 하지 않아요. 쉬고 싶을 때, 놀고 싶을 때 이 책 다 읽고 싶은데 하고 선택해서 펼치게 되는 그 부분이 지금 빠져 있거든요. 정세랑 소설가님이랑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쾌락 독서'라는 그 단어를 사용하시더라고요. 본인도 쾌락 독서 주의자라고 강력하게 말씀하시는데, 느낌이 딱 옵니다. 그런 경험을 어릴 때 풍부하게 해봐야 나중에 정말 할 일이 많고 시간이 없고 정보를 사실 빨리빨리 접할 수 있는 상황에도 책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돼요.

(음악)

최종훈 진행자: 안녕하세요. 당신의 지적 호기심을 사로잡을 '샤로잡다'의 진행자 최종훈입니다. 오늘은 또 현대 한국 사회에서 뜨거운 키워드가 되고 있는 문해력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아동가족학과의 최나야 교수님과 함께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 최나야 교수님과 함께 과연 이 문해력이라는 단어를 우리가 어떻게 바라봐야 되고, 또 어떻게 길러야 하는가에 대해서 좀 얘기를 여쭤보고 들어보려고 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교수님.

최나야 교수: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서울대 아동가족학과에서 어린이의 언어와 인지를 연구하고 있는 최나야입니다.

최종훈 진행자: 사실은 이 문해력이라는 키워드가 요즘 세대의 문해력 저하 등 어떤 현상을 설명하는 단어로 가장 많이 출몰을 하는 것 같은데, 요즘 세대 특히 우리 아동이나 청소년들의 이 문해력 저하에 대해서 교수님께서 좀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최나야 교수: 어, 이게 어떤 시대적 흐름이나 사회 변화와 관련이 있어 보이는데요. 우리가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소통하는 방식이 바뀐 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디지털화, 이거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예전에는 우리가 언어로 사고를 하고 정말 긴 시간을 들여서 말 또는 글로 풀어냈어요. 특히 옛날에 편지라든가 책이라든가 이런 걸 써서 깊이 고민해서 그것을 문장으로 남기고 다른 사람이 읽도록 했던 게 중심이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 지금은 그렇게 의미의 완성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의미를 그냥 빨리빨리 만들어 던집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어떻게 거기 반응하는지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됐어요. 그래서 긴 문장이나 글을 읽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짧은 영상, 이모티콘, 어떤 이미지 요런 것을 보고 거기 피드백을 '좋아요'를 누른다거나 간단한 댓글을 쓰는 식으로 바로바로 소통을 하는 게 더 중요한 즉시성의 시절이 된 거죠. 그러다 보니 우리가 경험하는 정보의 양상이 많이 달라졌고, 경험의 양과 질에서 큰 차이가 벌어지게 된 거죠. 결국 우리가 경험하는 이 문의의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에 그 결과로서 문해력이 좀 낮아지는, 어려운 글을 읽어내거나 그것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힘, 또 그걸 바탕으로 자신의 것을 만들어 남과 소통하는 힘 이런 부분이 좀 저하되고 얕아진 것으로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종훈 진행자: 정확히는 문해력과 어휘력도 조금은 구분이 필요하겠지만, 사실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는 문해력 사례인 '사흘'이나 이동진 평론가의 '명징과 직조' 같은 예시도 있었고요. 두 개가 굉장히 긴밀하게 연관이 되어 있는 것 같은데, 한국인의 만능 키워드라고 불리는 "아니, 근데, 진짜, 대박" 같은 단어로 항상 문장을 시작하고 몇 가지 단어의 조합으로만 대화하는 어휘력 문제에 대해서 교수님의 의견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최나야 교수: 결국 어휘력과 문해력은 뗄 수 없는 관계이고, 정확히 얘기하면 어휘력은 문해력의 근간이자 재료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다양하고 세련된 어휘들을 정확한 뜻과 여러 가지 용법까지 알아서 깊이 있게 아는 것이 바로 어휘력거든요. 이 부분이 잘 만들어져 있지 않으면 그보다 더 큰 규모인 문해력은 좋을 수가 없습니다. 특히 한국어에서는 50~60%가 한자어라 생활에서 많이 쓸 수밖에 없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의미 파악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면 아주 겉핥기로 언어 생활을 하게 되는 거고 다른 사람의 말 또는 글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거죠.

최종훈 진행자: 어휘가 풍부하거나 자신의 언어를 영어 표현으로 '패러프레이즈'라고 하죠, 그렇게 자신의 언어로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사실 좀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같기는 한데 왜 매력적일까요?

최나야 교수: 우리가 어휘를 선택해서 자신의 말이나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자기표현이거든요. 특히 자기가 하고 있는 생각을 바깥으로 남들에게 잘 전달하고자 드러내는 거예요. 딱 맞는 상황에 정말 잘 들어맞아서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를 남들에게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의사소통의 수준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거고 그 과정에서 더 매력이 있는 거죠.

최종훈 진행자: 그러니까 표현하고자 하는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 자체가 색깔이 훨씬 더 많고 풍부하게 느껴지니까 더 매력적이겠네요. 저는 그런 얘기를 봤던 것 같아요. 문해력이 좋으면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다고요. 이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최나야 교수: 굉장히 공감해요. 아주 참신한 지적을 잘 하셨네요. 왜냐하면 요새 대답보다 질문이 중요한 시대잖아요. 생성형 AI의 발전 속도가 눈부실 뿐만 아니라 무서운데, 결국 질문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서 내가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과 깊이가 너무 달라졌습니다. 질문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이게 참 중요해졌는데, 역시 그 뒤에도 문해력이 필요합니다. 일단 문해력이 있어야 그 많은 정보 중에서 선별을 하고 판단을 할 수가 있어요. 내가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싶은 것, 즉 지식들 간의 연관성을 만들어 낼 수가 있습니다. 이게 결국 우리 뇌가 작동하는 방식인데요. 그렇게 연관성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수많은 정보 중 필요한 것들을 골라서 내 걸로 만들 수 있고, 질문할 준비가 된 사람이 되는 거죠. 이렇게 할 수 있다면 같은 시간에 훨씬 더 정확하고 나에게 필요한 정보의 집합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대단히 효율적인 거고 그것을 정보 리터러시라고도 합니다. 더 나아가 요즘 정말 중요한 것은 문해력에서 논리적인 추론 능력과 비판적인 사고력입니다. 이 부분까지 갖춰지지 않으면 정말 문해력이라고 볼 수가 없어요. 쉽게 말하면 "글을 이해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겠지만, 정말 깊이 있게 이해하고 없는 내용도 논리적으로 추론해 낼 수 있어야 하며 자기의 기준과 생각을 가지고 그 내용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사유를 해야 되거든요. 그게 바로 비판적 사고력입니다.

최종훈 진행자: 사실 사람들도 독서가 중요하다는 걸 머리로는 다 아는데 행동으로 연결을 잘 못 시키는 이유가 사실 어렵기 때문이고, 그게 점점 관성이 붙는 것일 텐데요. 그 어려운 독서라는 과정을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식도 있을까요?

최나야 교수: 저는 어린이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는 어려운 책, 두꺼운 책 찾으려고 하지 말라고 해요. 그리고 이 어린이가 당시에 갖고 있는 흥미나 어떤 주제를 반영해서 무조건 재미있는 책으로 한 권 고르라고 이야기합니다. 아직 경험이 없는 어린 친구들의 경우에 독서가 "할 만하네, 심지어 좀 재미있네" 이런 생각을 하게 해야 돼요. 저도 어릴 때 그랬는데요, 어떤 책은 그 처음 경험을 하게 해 주거든요.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불러도 "나 이거 끝까지 읽고 가고 싶어"라는 느낌, 다 읽고 잠들고 싶어 같은 그런 느낌 말이죠. 그 부분을 요새 아이들이 잘 못 가져요. 내 인생의 책이 처음에 안 나타나는 거예요. 근데 그런 경험을 어릴 때 풍부하게 해 봐야 나중에 바쁜 상황에도 책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돼요. 우리가 요새 너무 말하자면 학습서만 하고요, 또는 자기계발서 같은 걸로 내 업무에 도움 되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좋은 책만 읽으려고 하고 반대로 여가 독서를 하지 않아요. 내가 정말 쉬고 싶을 때 선택해서 펼치게 되는 그 부분이 지금 빠져 있거든요. 이 여가 독서를 하려면 어떤 책을 읽었을 때 나는 좋더라는 경험이 있어야 됩니다. 어린이나 어른이나 남들 눈치 보지 말고 "요 책만큼은 내가 읽을 수 있겠는데"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독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최종훈 진행자: 말씀하신 그 첫 번째 매혹의 순간, 첫 번째 몰입 경험이 진짜 기억에 났어요. 분명 그것은 유익하다기보다는 그냥 재밌는 소설이었을지라도 제가 책이라는 것을 재밌는 것이라고 인식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 어딘가에서 정세랑 소설가님이랑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분께서는 '쾌락 독서'라는 단어를 사용하시더라고요. 본인도 쾌락 독서 주의자라고 강력하게 말씀하십니다. 책을 일단 그냥 많이 읽으면 그대로 좋을까요?

최나야 교수: 요즘 세상에 사실 그렇게 많이 읽기 어렵습니다. 우리 참 바쁘고 세상에 책도 너무 많아요. 그래서 내가 재미있는 책, 나에게 도움이 되는 책 중심으로 골라서 읽되 저는 문장을 그냥 읽는 것 자체보다는 멈춰서 생각하는 시간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구 결과들도 그걸 뒷받침해요. 그래서 결국 좋은 독서란 문장을 읽는 것이 아닌 그걸 뛰어넘어서 멈추어서 생각하는 것인데, 이제 그 부분을 우리가 요새 잘 못 하죠. 빨리 읽고 읽었다고 남들한테 자랑하고 싶어 하다 보면 생각할 시간이 없는 거죠. 하지만 그러면 너무 큰 거를 놓치는 아까운 행위가 되는 거거든요. 독서에 있어서 양이냐 질이냐를 묻는다면 저는 절대적으로 질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이렇게 바쁜 세상에서는요. 그리고 문해력도 책을 그냥 읽을 때 길러지는 게 아니라 책과 씨름할 때 길러지거든요. 그러려면 무조건 많이 읽기보다는 상대를 잘 골라서 어떤 씨름을 할 것인가, 즉 내가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에 더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최종훈 진행자: 소위 '텍스트 힙'이라는 단어로 부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우리가 책을 읽는 게 조금 더 멋지고 좋은 일이 아닐까라는 분위기가 또 젊은 분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이것은 그래도 반가운 현상이겠으나 꼭 그것이 또 문해력 상승과 직접적으로 결부되는 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교수님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최나야 교수: 책을 읽지 않는 거에 비해서는 정말 반가운 유행이에요. 특히 이것은 혼자만 읽는 게 아니라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좋은 흐름이 될 수 있고, 서로 주고받는 게 생겨서 문해력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왜 진짜로 문해력이 높아지는 게 빨리 보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사실 문해력이 좋아지려면 시간이 많이 듭니다. 또 하나 우려하는 측면은 이게 진정 독서를 깊이 있게 하는 행위보다는 과시나 증명 쪽으로 치우치는 면도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되면 제가 아까 강조했던 책을 읽고 멈춰서 생각하는 시간은 늘지 않거든요. 문해력은 바로 그때 느는 것이고, 그래서 이게 과시에만 머물지 않고 사람들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진짜 독서가 완성될 수 있게 되는 흐름이라면 아주 기쁘게 응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종훈 진행자: 어쨌든 이 트렌드 자체가 사회적인 용도에서 읽는다는 것도 더 깊은 감상을 나누는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긍정적이고 그렇게 잘 활용을 하면 좋겠네요. 우리가 어떻게 하면 나에게 좀 적합한 독서 선정을 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최나야 교수: 저는 연습을 좀 많이 해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실패할 확률도 높습니다. 실패하면 어때요, 다음 책 잘 고르면 되니까 시행착오도 필요합니다. 일단은 여러 책을 좀 열어서 보세요. 그러다 보면 더 읽고 싶은 책도 있고 별로인 책도 있을 거예요. 부정적인 반응이 든다고 해서 전혀 잘못된 게 아닙니다. 나와 잘 맞지 않는 책일 수 있거든요. 그럴 때는 사실 꼭 끝까지 읽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더 좋은 책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수 있는데 그걸 꾸역꾸역 읽다가 독서가 싫어질 수 있잖아요. 세상에 책은 너무 많이 있거든요.

최종훈 진행자: 그렇죠. 그래서 도서관이나 서점 나들이가 그런 점에서 참 좋은 것 같아요.

최나야 교수: 거기에서 일단 이 책이 나하고 맞을까 아닐까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거고요. 아주 거창한 기관에서 서울대학교 권장 도서 같은 걸 수십 권 추천하는 것에 대해 아주 제가 불만이 많습니다. 그런 책을 먼저 보는 것은 좀 추천하지 않아요.

최종훈 진행자: 아, 솔직히 거기 책들은 진짜 어려운 책들도 많더라고요.

최나야 교수: 저도 20살 때 읽으라고 했던 것들이 마흔쯤 되니까 이해가 되더라고요. 너무 어려운 책인데 고전이라고 해서 무조건 도전하는 것은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 달라요. 자기 취향에 맞아야 되는 거지 저명한 분이 추천했다고 다 좋은 건 아니거든요. 오히려 내 주변에 있는 누군가가 읽어 봤는데 좋았다고 하는 것에는 좀 솔깃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좋으면 진짜 귀중한 경험이 될 거예요.

최종훈 진행자: 독서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극단적인 반대 입장에서도 질문을 드려 보고 싶어요. 책은 지식을 뽐내기 위한 수단인 것 같고, 요즘 유튜브 얼마나 잘 돼 있는데 유튜브에 다 나오는데 책을 꼭 읽어야 되느냐고 생각하시는 분들께는 어떤 말씀을 해 주시고 싶으신가요?

최나야 교수: 제가 초반에 드렸던 내용과 다시 수미상관으로 되돌아가는데요, 정보를 접하는 방식이 영상과 책은 완전히 다릅니다. 영상을 볼 때는 시각적인 내용을 빠르게 가지고 오고 아주 얕게 주는 정보만을 살짝 이해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다수예요. 심지어 요즘 만들어지는 그 흔한 영상들 중 대다수는 기승전결도 없습니다.

최종훈 진행자: 쇼츠 같은 되게 짧은 영상도 많고요.

최나야 교수: 그렇죠. 차라리 텔레비전 방송은 PD님들이 논리에 맞게 전달하려고 정말 애를 써서 만들거든요. 근데 요즘 영상들은 그야말로 던지기예요. 사실 거기에 이해할 내용조차가 별로 없습니다. 마치 몸에 좋지 않은 스낵만 먹고 지나가듯이 몸에 도움이 거의 되지 않는 섭취와 비슷한 거예요. 근데 책은 작가들이 엄선한 단어와 문장 구조뿐만 아니라 행간에 있는 숨겨진 의미, 저자의 의도, 비판적인 접근까지 전부 다 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훨씬 더 심층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우리가 독서를 미루고 영상만 보고 싶은 이유는 이게 훨씬 쉽기 때문이에요. 쉽다는 것은 아무런 움직임 없이 숨쉬기 운동만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몸에 좋은 단련 운동을 하려면 온몸을 움직여야 하듯이 근육이 훨씬 많이 쓰여야 해요.

최종훈 진행자: 독서는 전신 운동이군요.

최나야 교수: 그렇죠. 저는 독서는 '전뇌 운동'이라고 말을 하는데, 뇌를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써야 가능한 게 독서예요. 독서는 가성비 높게 우리 뇌를 트레이닝시키는 최고의 방법이에요. 독서에 나를 맞춰가는 과정이 결국 뇌를 발전시키는 방법이고, 그것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한테 큰 이득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거죠.

최종훈 진행자: 또 요즘 아동들, 우리 청소년들은 어떤 영향을 겪고 있을까 되게 중요한 이슈가 빠르게 미디어를 접하는 아동들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언제 처음으로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를 접하게 해야 될 것이냐가 부모님들한테 중요한 분기점인 것 같아요. 기술을 빨리 접하니까 갈수록 문해력 저하도 조금 더 두드러지는지 궁금합니다.

최나야 교수: 요새 어린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자라게 되는데, 이것이 자기 조절력을 잃고 과몰입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 소통 방식에만 익숙해져서 어른과의 상호 작용이나 종이책을 보는 시간을 대체하고 있다면 큰 입력을 잃고 있는 거예요. 그게 언어 능력이나 문해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전 세계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자기 조절력을 키우지 못한 채 미디어에만 익숙해지면 집중해서 인지적 과제를 해내는 힘이 아예 안 만들어지게 됩니다. 자기 힘으로 사고하고 이해하는 힘이 안 만들어지는 거죠.

최종훈 진행자: 요즘 양육 고민 중 하나가 언제 유튜브를 보여줘도 되냐 같은 문제들이잖아요. 교수님은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은 좀 어떠세요?

최나야 교수: 내용이 좋은 콘텐츠라면 부모가 먼저 보시고 고르신 다음에 같이 보시는 거는 괜찮아요. 최소한 유아기부터요. 그리고 시간은 너무 길지 않게 하고 가족만의 규칙은 꼭 있어야 합니다. 같이 보면서 거기 나오는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하시면 오히려 좋은 상호 작용의 시간이 됩니다.

최종훈 진행자: "우리 아이는 어떤 핑이 제일 좋아?" 같은 걸로 얘기를 계속하면 그것만으로도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겠네요.

최나야 교수: 그렇죠. "저 친구 왜 그랬을까?" 이런 말도 한번 해보고 "너라면 이름 뭐라고 지을래?" 묻는 것도 좋은 언어 상호 작용이에요. 다만 아이 혼자서 알고리즘에 의해서 타고 들어가는 것만 모니터링해 주시면 됩니다.

최종훈 진행자: 지금의 아동들은 문해력을 발달시키는 과정 자체가 상실되어 발달이 안 된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어떠한 과정이 문해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요?

최나야 교수: 대표적인 두 가지 경험으로 어른과 아이 간의 대화, 그리고 책 읽기를 들 수가 있어요. 요새 어른들이 많은 부분을 디지털 미디어에 맡기면서 아이랑 대화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는데 그게 아주 큰 영향을 미칩니다. 또 책 읽기를 하면서 어릴 때부터 우리는 뇌를 쓰는 법을 익힙니다.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어떻게 하죠?

최종훈 진행자: 검색을 합니다.

최나야 교수: 오, 역시 젊은 세대시네요. (웃음) 보통은 "이게 무슨 뜻이지?"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열심히 추론을 합니다.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은 그 과정이 자동화되어 있고 익숙해요. 책 한 권을 읽는 동안 엄청난 유추를 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얻는 어휘력이 아주 큰데, 이 부분이 빠져 버리면 큰 손해인 거죠.

최종훈 진행자: 활자 노출은 그럼 또 언제부터 시키는 것이 좋은가요?

최나야 교수: 제 연구나 해외 연구들을 보면 아이가 적어도 돌, 빠르면 6개월, 좋기로는 100일부터는 함께 읽기를 시작하는 것이 기초 문해력 발달에 좋습니다. 활자 노출은 전혀 문제가 없으나 디지털 미디어는 영아기엔 주의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스크린이 주는 정보를 의외로 이해하지 못하거든요. 빨리 보여줄수록 자극에 익숙해져서 그만큼의 자극이 없는 콘텐츠에는 시시해하게 됩니다.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는 철저하게 어른이 옆에서 같이 사용해 주면서 대화를 계속 끌어낸다면 좋은 콘텐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학습 효과가 굉장히 커요.

최종훈 진행자: 네, 오늘 최나야 교수님과 함께 문해력과 어휘력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저도 대화를 나누면서 반성을 좀 했습니다만, 보시는 분들께도 좋은 가이드북 같은 영상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교수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나야 교수: 감사합니다.

댓글 (7)

  • ㅡIUㅡ

    ㅡIUㅡ Lv.1

    01.18 · 223.♡.86.60

    ‘저는 그런 얘기를 봤던 것 같아요. ’
    라고 질문을 시작한 적이 없는걸 보면
    저도 표현력이나 대화기술이
    참 부족하다 생각은 하고있습니다 ㅎ
    책읽는게 의외로 쉽지가 않아요 ㅜㅜ
  • mongolemongole

    mongolemongole Lv.1 → ㅡIUㅡ 작성자

    01.18 · 112.♡.33.238

    갈수록 더 어렵고 불리한 환경이죠
  • 구린날의청춘

    구린날의청춘 Lv.1

    01.18 · 223.♡.177.204

    ai시대 역설적으로 인문학에 목말라할 것 같아요..
  • mongolemongole

    mongolemongole Lv.1 → 구린날의청춘 작성자

    01.18 · 112.♡.33.238

    최근 제미나이 쓰는데 올바른 '질문'을 쓰는데 참 힘듭니다
  • 셀레본 Lv.1

    01.18 · 168.♡.114.162

    며칠 전 중학생 딸아이와 했던 얘기들이 이런 얘기들이었습니다.

    학교 과제로 읽을 책을 고르던 중 제가 '네 인생의 이야기'를 추천해 줬고, 처음에 이해 못하던걸 작가가 왜 일부러 그런 이상한 문체를 사용한건지, 주인공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를 이야기했죠. 그리고 그 다음으로 그 책을 영화로 만든 드니 빌뇌브 감독의 컨택트를 같이 보고 나서, 영화는 왜 책하고 관점이 다른지, 책의 내용을 왜 그렇게 각색했는지, 관통하는 주제는 뭐고 그걸 어떻게 다르게 표현했는지를 대화했습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주인공의 선택에 대해서 최근 물리학에서 연구하고 있는 내용까지 설명했었지요.
  • mongolemongole

    mongolemongole Lv.1 → 셀레본 작성자

    01.18 · 112.♡.33.238

    저도 좋아하는 책입니다 바람직한 독서지도를 하시는 아버님이시네요 ^^
  • 주원아빠 Lv.1

    01.18 · 175.♡.171.250

    좋은 영상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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