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영화를 보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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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9일 AM 12:27 · 수정됨(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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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H4q8Uk2bdb0?si=kwZub5AfKcWXe71E



오펜하이머 영화를 보고나서 조국 장관님이 생각났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라 과학 영화 일줄 알았는데 오펜하이머는 정치영화 인 것 같습니다. 

우선 이 영화를 보는게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괴롭기도 했고 왜 이 인물이 이런 선택을 했을까 하는 인물에 대한 답답함 감정도 들더군요.  그러다가 영화 다보구나서,  나는 왜 괴로움을 느낄까 왜 이 장면에서는 이런 감정이 들었을까 되네이다가 생각나는 점을 조금 끄적거리다 보니 조금 긴 감상문을 쓰게 되었습니다. 재미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영화의 주요 인물은 오펜하이머와 스트로스입니다. 

오펜하이머는 아시다시피 미국의 핵 개발 프로젝트, <맨해튼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과학자입니다. 그리고 스트로스는 그 당시 미국의 원자력 위원회 의장이었습니다.


영화에서 스트로스는 국가 기관을 동원해 오펜하이머를 미행하고 도청합니다. 그 결과 스트로스는 그 나름의 증거와 근거 및 데이터를 가지고 ‘오펜하이머는 소련의 간첩이다’ 라고 확신하게 됩니다. 이후 간첩 혐의를 만들고 뒤에서 모든 배후를 조종해 오펜하이머 대한 보안 청문회를 열게 됩니다. 초반부 영화는 그렇게 시작이 됩니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청문회가 이상하게 흘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선 청문회는 공개가 아니라 비공개 청문회였습니다. 또 그 비공개 청문회에서는 오펜하이머의 간첩혐의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오펜하이머의 사생활 내연녀 관계와 개인적인 성격적 결점 , 가정적 불화와 같은 치부를 모조리 다 끄집어 냅니다. 간첩혐의로 열린 청문회인데 이상하죠. 그것을 무기로 삼아 오펜하이머의 인격을 다시 살해하고 짓밟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밝혀지지만 , 비공개 청문회는 애초에 오펜하이머의 간첩 혐의를 밝히고자 시작된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물론 오펜하이머는 간첩도 아니었죠. 그것은 스트로스가 자신의 오펜하이머에 대한 개인적인 열등감과 시기심으로 촉발된 것이었으며,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했으며, 오펜하이머를 정서적으로 심적으로, 무너뜨리려는 목적으로 설계한 , 결과가 이미 정해진 마녀사냥이었습니다.


한편 그의 간쳡 혐의를 입증할 증거는 너무나 빈약했고 동시에 청문회는 비상식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청문회 수 년 전 오펜하이머의 음성을 도청한 녹음파일을 증거로 삼았습니다. 불법도청이므로 명백히 위법수집된 증거였죠. 그러나 이건 사법'재판'이 아니었죠. 비공개 '청문회'였고 따라서 위법수집 증거이든 적법수집 증거이든 그 사유가 중요치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목적이었습니다. 그것은 재판이 아니라 청문회니까요. 바로 그 점을 스트로스는 이용했습니다. 사법재판만 아니었을 뿐, 이미 정치적 사회적 도덕적 재판이었습니다. 또한 정치공작을 통해 그의 주변 인물들 중 몇몇을 빨대를 꽂아넣고 오펜하이머를 감시했습니다. 또한 그들이 나중에 청문회에서 오펜하이머에 대해 불리한 증언을 하도록 뒤에서 조종하고 종용했지요. 불공정하게 만들어진 혐의를 정해놓고 모든 사유들을 끼워맞추는 지루하고 괴롭고 불편하고 피로한 과정이 계속됩니다. 한 단어로 요약하면 '모욕주기'입니다.


모욕주는 방법도 참 비열하고 끔찍합니다. 슈발리에, 로마니츠 등 오펜하이머와 조금이라도 관련있는 주변인들을 다 미행하고 털었습니다. 즉 오펜하이머와 가깝게 지내던 이들, 그의 주위 사람들이 그를 미워하고 원망하고 떠나가게 함으로써 오펜하이머를 고립시켰습니다. 마지막으로 혼자 외롭게 남은 그를 위선자로 몰아넣어 괴롭히는 방법으로 진행합니다. 그리고 성공하죠.


그들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바로 '내로남불' 입니다. 원자폭탄 개발에 참여했고 주도한 오펜하이머는 왜 이제 와서 온갖 착한척 위선을 떨며 수소폭탄에 반대하는가 입니다. 혹시 소련스파이 아니냐 소련에게 정보를 제공했느냐 스파이가 있음을 알고도 방관하였는가 하는 근거없는 비난을 막 퍼붇죠. 초반부 영화 관객들은 이런 장면들을 계속 지켜보며 정말 오펜하이머가 간첩이 아닐까?하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또 오펜하이머는 그 혐의가 사실이 아니라면 왜 저런 공격에 적극적으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미지근한, 순교적인 선택을 하는 것일까하는 하는 답답함을 가지게 됩니다.

그 의문이 마지막 장면에서 해소가 됩니다. 영화 후반부 마지막 장면은 두 시퀀스가 대비되는게 인상적인데요, 바로,

첫 번째 장면, 스트로스가 자신의 보자관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두 번째 장면,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가 대화를 나누는 scene으로 이어지는 시퀀스입니다.

이걸 보면서 유시민 작가님의 a급 b급 이론이 떠올랐습니다. a 급에는 a 급 만 모인다고 그들의 나누는 대화는 애초에 급이 다르다는 것을 이 두 장면의 대조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첫 번째 장면, 바로 스트로스가 자신의 보자관에게 말하는 내용입니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고, 스트로스는 그동안 오펜하이머를 통해 자신의 열등감을 투영해왔다고 보좌관에게 고백하고 토로합니다. 위로 올라가려는 권력욕과 남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누구보다 강했던 스트로스는 예전에 오펜하이머가 아인슈타인에게 자신에 대한 험담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그와 만나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오펜하이머는 자신을 비웃고 언제나 모욕을 주었다고 느꼈죠. 그에게 오펜하이머란 자신의 앞길에 장애 요소일 뿐만 아니라 열등감, 복수와 시기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훌륭한 평판을 받는 과학자도 다 먼지털 듯이 까발려 보면 위선적이고, 권력욕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스트로스 보자관이 스트로스에게 하는말,

" 그건 스트로스님 생각이구요, 그날 무슨 일이 실제로 있었던 건지는 아무도 모르죠. 그들은 스트로스님 험담이 아니라 다른 더 중요한 대화를 나누었던 것일수도 있죠. " 라고 말합니다. 보좌관이 게속 망상을 꾸는 스트로스에게 팩트폭행을 날리는 이 대사가 정말 압권이더군요

그리고나서 이어지는 두번 째 장면은 오펜하이머와 아인슈타인이 나누는 대화입니다.

오펜하이머의 시각은 스트로스의 그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스트로스의 보자관의 말이 맞았죠. 스트로스는 오펜하이머가 아인슈타인에게 자신의 험담을 했다고 오해했지만 사실 오펜하이머와 아인슈타인과 나눈 대화는 험담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죠. 오펜하이머와 아인슈타인과의 대화 주제는 스트로스의 험담이 아니고 핵의 위험성, 핵의 파멸성, 그리고 과학자로서 책임자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오펜하이머는 좀스러운 뒷담화 내용을 할  정도로 스트로스와 같은 c급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스트로스 자신이 뒷 공작을 펼치고 그랬기에, 자신의 열등감을 오펜하이머에게 투영한 환상일 뿐이었죠.

오펜하이머는 미국이 핵을 개발함으로서 앞선 두 번 진행된 세계대전과 같은 파멸적인 전쟁을 항구적으로 막을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핵이라는 무기가 두려워서 어느 나라도 이제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거나, 혹은 일어나더라도 핵이 있기 떄문에 상호 국가를 멸망시키려는 파멸적인 전쟁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지요. 그러한 도덕적 당위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핵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핵 투하에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이미 망해가던 일본에 핵을 투하한 무리한 결정을 했다’ 는 비판까지도 수용했죠. ‘제 손에 피가 묻은 것 같습니다’ 

그동안 미국은 나치와의 핵개발 경쟁속에서 핵 개발의 당위성, 일본과의 전쟁속에서 핵 사용의 도덕적 우위성을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오펜하이머는 평화를 가져다 준 원자폭탄과 달리 수소폭탄 개발은 인류에게 있어서 위협으로만 다가올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분명하게 서자 오펜하이머는 그동안 자신의 생각을 과감하게 밝히기 시작했습니다. 수소폭탄의 개발을 반대한 것입니다. 스트로스는 오펜하이머의 이러한 생각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원자폭탄의 개발과 UN을 통한 평화적 억제’ 와 ‘수사폭탄 개발 반대’ 이 두 모습이 하나의 연장선 속에 있는 모습이 아니라 위선적이라고 공격한거죠. 착한 척 하려는 위선자로 몰아 가기에 좋은 먹잇감이었던 것입니다. 스트로스는 복수를 기다리고 있다가 ‘오펜하이머의 내로남불’ 이라는 카드를 포착했던 것입니다. 간첩혐의는 청문회의 외표상의 명분에 불과했을 뿐이고 실제 목적은 오펜하이머의 인격적 명예적 흠집내기 , 살인 이었습니다.

오펜하이머를 무엇보다도 견디게 힘들게 만들었던 것은 스트로스의 인격적 공격도 있었지만 더 큰 , 더 높은 차원의 고통이 그를 힘들게 했죠. 바로 핵 그 자체에 대한 실존적 절망감이었습니다. 즉 마지막 장면에서 나타났듯이 핵을 통해 평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결국 그 핵이 다시 전 인류에게 평화가 아닌 실제적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며, 핵 전쟁으로 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이 위험을 최소화 해야한다는 원자폭탄 개발자로서의 위기감이었습니다. 사적욕망보다 그 공적 사명감이 더 컸기 때문에, 핵 개발자로서 자신의 도덕적 당위성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후에 비상식적이 청문회가 열리고 그에게 위선자라는 낙인이 붙고 비난이 계속되어도 순교자처럼 그 화살을 등에 맞으며 묵묵히 버틴것이죠. 스트로스는 오펜하이머를 미워하고 무릎꿇리려고 했지만 오펜하이머의 입장에서 스트로스는 그냥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청문회를 통해 오펜하이머는 위선조차 부릴 생각이 없는 사람들에게 내로남불이란 저렴한 훈계를 들어야 했습니다. 간첩은 그가 아니고 클라우드 푹스라는 영국의 과학자 였습니다. 하지만 맨해튼 프로젝트의 소련 스파이였던 클라우드 푹스는 오펜하이머의 인물도 아니었고 전혀 관련이 없었습니다. 그의 책임이 아니었죠. 사실 원자폭탄 투하 명령을 내린것도 그의 권한도 선택도 아니었죠. 오펜하이머는 자신의 마음속의 죄책감을 가지다가 그것을 떨쳐내고 실존적인 질문에 답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평생 죄책감을 가지고 '원자폭탄의 아버지' 라는 칭호로 역사의 무대에서 명예롭게 퇴장하기보다 더 용기있게  자신의 책임감을 더 강하게 더 깊이 느끼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선택, 자신만이 걸을 수있는 길 없는 길을 가기로 결심합니다. 

오펜하이머는 자기의 모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또 수난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후반부에가면 스트로스는 자신이 쏜 화살이 되돌아 본인에게 박힙니다. 정작 스트로스가 본인 청문회에서 자신이 오펜하이머에게 한 일들로 인해 화를 입었죠. 스트로스는 오펜하이머를 모욕주는데 성공했지만 그도 예상하지 못했던 점이 있었습니다. 첫째, 오펜하이머가 자신이 쏜 화살이 자신에게 올 것이라는점, 둘째, 왜  과학자 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오펜하이머 같은 도덕적으로 파렴치하고 나쁜 사상을 가지고 있는 위선자를 지지하는가를 이해하지 못했고 셋째, 오펜하이머의 생각구조와 욕망이 자신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 오만함입니다.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 수십년이 지나 한국에서 일어났습니다. 프랑스에서도 뒤프레스 사건이 일어나 나라의 여론이 둘로 갈라지는 등 비슷한 사건이 있었더군요. 조국장관님이 겪으신 고초가 꼭 한국에서만 일어난 특수한 일이라거나,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발생한게 아니라는 뜻이겠죠.  그러나 앞으로도 이런일이 또 반복 안되리라 하는 보장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대사가 시사하는 바처럼, 저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겁니다.

스트로스가 오펜하이머를 이해하지 못했듯, 윤석열은 조국의 '더 글로리'를 이해하지 못할것입니다. 또 시간이 다 흘러 미국에서도 메카시즘이 끝나고 사회가 오펜하이머를 이해하고 다 같이 성찰하는 시간이 왔듯이, 이제는  조국의 시간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댓글 (4)

  • 만화처럼

    만화처럼 Lv.1

    24.05.09 · 1.♡.72.42

    정성들여 쓴 리뷰 감사하게 읽었습니다. 영화가 보여주고자 했던 바를 명확하게 자시 이해하게 된 좋은 글입니다. 뒤레피스 사건에 버금갈만하며, 시간이 지나면 조국장관 사건과 비견될만 하겠습니다. 반드시 언젠가 조국위 진심이 두러나고 그 뒤에서 내로남불을 외치던 자들이 심판 받길 고대합니다.
  • 고약상자

    고약상자 Lv.1

    24.05.09 · 192.♡.86.240

    과학에 정치 논리를 대입시키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영화죠.
    말도 안되고, 의미도 없고, 지루한 논쟁이 이어집니다. 결론도 없고, 목적도 없고, 그냥 계속해서 욕만 하는 거죠.
    원하는 것은 딱 하나, 정치적 살인. 자살할 때까지 계속해서 괴롭힙니다.
    불과 얼마 전에 대한민국에서도 있었던 일입니다. 한동훈이 이 짓을 또 하려고 설치는 것 같던데, 안 하는 게 좋을 겁니다.
  • 별바다

    별바다 Lv.1

    24.05.09 · 124.♡.142.24

    선생님 통찰력있는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영화를 거의 10번을 넘게 보면서도 오피의 억울함과 기다림을 조국 장관님과 대입해서는 생각 못했는데 이렇게 연결되어 생각해볼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글 계속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긴 글 정독 했습니다 스크랩하고 또 꺼내보겠습니다 클량에서 넘어와 다모앙 첫 댓글을 아니남길 수 없는 글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쪼까쭈

    쪼까쭈 Lv.1

    24.05.09 · 182.♡.105.130

    뒤레프스... 수정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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