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golemongole (112.♡.33.238)
2026년 1월 26일 PM 10:09 · 수정됨(22:45)
영어단어 '바디'는 '몸'이라고 해석하지만 조금 다릅니다.
개별적 특성을 중시하는 영어는 '바디'와 '소울'을 달리 봅니다. 몸과 마음이 다른거죠. 그래서 '바디'만 써도 '데드 바디' 즉 '시체'라고 쓸 수도 있습니다. 우리말 '몸'은 마음도 어느 정도 포함된 말이잖아요. 내 몸은 내 정체성의 일부니까요.
'바디'는 '신체'입니다. 체, 체, 체 자로 끝나는 다른 말과 연결됩니다. 공동체, 집합체 등 어느 부분이 모아진 전체이기도 합니다. '바디'는 그래서 '단체, 조직'이라는 뜻도 가집니다. 신체도 여러 부분이 모여서 만들어진 전체니까요.
빌 브라이슨의 '바디:우리 몸 안내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사람을 구성하는 원소를 마트에서 구입하면 돈이 얼마나 들까, 이런 쓸데없이 호기심만 자극하는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이리 저리 계산을 해보니 1억 4천만원이 든답니다. 유머 빼면 시체인 빌 브라이슨 답게, 사람 한 명을 드라마 <셜록>으로 유명한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만드는 비용이라 슬쩍 바꿔서 말합니다. 그렇게 재료를 열심히 사서 모아봤자, 결론은? 잘 생긴 셜록은 커녕 오이 닮은 컴버배치도 만들 수 없습니다.
부분의 합은 전체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전체에 해당하는 말이 '바디'입니다.
그러니 '바디스 오브 워터'라는 말이 어느 정도 말이 됩니다. (바닷)물도 부분의 합이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모의고사 지문에 따르면 온도가 다르고 화학성분이 다르면 같은 물이라도 섞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니 바닷물도 섞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바닷물 덩어리(바디)는 여러 층으로 나뉘고 영어로 쓰면 복수형이 어울립니다. 이른바 '바디스 오브 워터'.
최근 데미 무어가 나왔던 영화 '서브스턴스'. 기괴한 호러 영화입니다. 호러 영화의 하위 장르로 '바디 호러'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몸이 변하는 기괴한 경험과 체험을 공포와 스릴러를 섞어 표현한 장르입니다. '서브스턴스'가 그런 영화입니다. 몸이 바뀐다는 무서운 설정은 프란츠 카프카 '벌레'도 생각나고 중학교 때 학교 단체 관람해서 전교생이 트라우마가 걸린 크로넨버그 감독 영화 '플라이'도 생각납니다. 최근 정보라 작가 '저주토끼' 소설집에서 '몸하다'라는 단편은 훌륭한 '바디호러'였습니다. 이제 한국에서도 이런 장르가 나오는구나, 반가운 마음도 있었어요.
예전엔 'BEING' 까지는 알겠는데 'BECOMING'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습니다. '비잉'이 (진행이 잠깐 완결된) '존재'라면, '비커밍'은 (무언가로 변해가는 과정이 진행 중인) '달라지는 존재' 쯤 되겠네요. 노래 제목에 '비커밍'을 보면서 지금까지 미련하게 고민하던 질문이 해결된 느낌입니다. 쓸데없이 연결해보면 BEING-BODY-BECOMING, 정도가 되려나요. 이른바 '바디 호러'의 세 가지 키워드입니다.
방금 '바디 오프 프루프'라는 드라마를 봤습니다. 시체를 검시하는, 한때 잘 나갔던, 여자 외과의사가 주인공입니다. 일은 똑부러지게 잘 하는데 집안 일도 서투르고 가족 관계는 더 서투릅니다. 어머니랑은 만나면 싸우고, 남편이랑은 이혼하고, 하나 밖에 없는 딸은 사춘기인지 아니면 이혼 때문인지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가 서로 만나면 어색해서 아무 말 없이 서로 다른 곳만 봅니다.
그런데 방금 본 에피소드에선 변화가 있었습니다. 딸이 친구들이랑 엄마 차를 얻어탈 일이 생깁니다. 그러다 엄마가 일하는 대화를 친구들이 엿듣게 됩니다. 못 알아듣는 의학용어가 나오고, 시체 이야기가 나오고, 살인사건을 능숙하게 다루는 친구 엄마 통화를 듣고 있으니 친구들이 자기 엄마를 되게 '쿨'하게 생각합니다. '오썸'이라고 말합니다. 카메라가 비추는 딸의 모습은 겸연쩍어 하면서도 내심 으쓱합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래도 딸과 만나는 하루는 짧습니다. 딸은 결국 좀 더 '안정된' 아빠 집으로 돌아갑니다. 오늘은 가기 싫어하지만 헤어지는 순간은 지체없이 다음을 기약합니다. 하지만 말은 필요없습니다. 수줍게 웃으면 눈으로 응답하는 짧은 순간이면 충분합니다.
'몸이라는 증거body of proof'는 시체만 말하는 건 아니었어요. 살아있는 우리도 좋아하는 마음, 꺼려하는 마음을 '몸이라는 증거'로 상대에게 이렇게 저렇게 보여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보니 잘 지은 드라마 제목이었네요. 이제 '바디'는 '몸'이랑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오늘의 단어, '바디'였습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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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리옹
01.26 · 211.♡.14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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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