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짱채고 (39.♡.84.135)
2026년 1월 27일 AM 12:14 · 수정됨(07:49)
몇 년 전의 제 글을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아마 기억하실 수도 있습니다
나는 아이에게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원래 아이를 좋아하지 않기도 했고 나나 아내의 벌이가
남들처럼 대단치 못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게 없을 것 같고
가난까진 아니어도 나와 같은 삶을 되물려줄 것 같아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밝히진 않았지만 속으로는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금쪽이니 뭐니 방송들 보면 말 안 듣고 정말 나쁜짓하는 애들도 많던데
뉴스도 보면 참 그렇던데
우리 애가 그러는 거 아닐까
애는 대체 어떻게 가르치고 키워야할까
속된 말로 나중에 일베하고 펨코하고 디씨하고 이상한 생각하고 말투 쓰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이런 걱정도 했습니다
그래서 당시에 아이가 주는 행복에 대한 댓글이나
여러 조언들이 별로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기 시작했고 얼레벌레 돌을 지났습니다
아이가 주는 행복이라는 것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더군요
대단한게 아닙니다
그냥 퇴근하고 돌아오면 웃으면서 기어오고
안아주면 신나서 웃고
신생아 시절엔 교감이란게 전혀 없었지만
그냥 바라만봐도 귀엽고 신기하고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재작년부터 주말에 부업을 뛰었습니다
당연히 피곤합니다 휴일이란게 없으니까요
그래도 애를 보면 피곤함이 잊혀지진 않아도
다음날 또 일을 나갈 힘을 얻게 됩니다
내가 지금 더 열심히 하면 아내도 아이도 조금 더 편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아이를 좋아하지 않던 제가 이제는 어지간하면 다른 아이들이 실수를 해도
너그럽게 넘어가줄 수 있고 아이는 그럴 수 있지
부모가 그러는 건 안 되지만 하면서 부드럽게 넘어가는 법도 알게 됐습니다
집안 분위기도 더 환해지고 부모님도 좋아하시고
아이 하나가 생겼을 뿐인데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이제 저와 아내의 모든 생각은 아이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마트에 가도 이거 사면 아이한테 뭐가 좋을지부터 생각하고
아웃렛을 가도 아이 옷부터 보게 됩니다
아니 아이 옷만 보다 나옵니다
저는 탑텐 같은 저가형 옷 입고 다녀도 아이는 좋은 것 입혀주고 싶어요
누가 아이 예쁘다고 해주면 제가 기분이 다 좋습니다
어제 아내와 아이를 뒷자리에 태우고 강변북로를 따라 집으로 가는데
길이 제법 막혀서 아이도 아내도 잠들었습니다
제 차가 소형suv인지라 별다른 옵션이 없고 승차감도 그냥 그런...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2열 승차감은 별로 안 좋은 차인데 좌석을 뒤로 눕혀놨음에도 편하지 않아서 아내가
고개를 숙이고 졸더군요
그냥 모든게 미안하더군요
내가 좀 더 잘난 사람이고 돈을 잘 벌었다면
이거보다 좋은 차 사서 편하게 다녔을텐데
아이도 더 넓은 차에서 쾌적하게 다니고 장난감도 더 많이 싣고 다닐텐데....
이제 육아휴직 시작이라 급여도 줄어들지만 틈틈이 부업이라도 뛰어서
생활비 구멍나지 않게 잘 해야겠다 싶어졌습니다
돈 열심히 벌어서
아내랑 아이를 언젠가 더 좋은 차, 편한 차에 모시고 다녀야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둘째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아이 하나도 이렇게 많은 행복을 주는데 둘이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졌습니다
아이를 싫어하던 제가 이렇게 변하다니....
친구들이 보면 놀랍니다
니가 언제부터 애를 좋아했냐고요
저도 몰랐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혐오에 찌든 커뮤니티 글들
결혼과 육아를 장려하긴 커녕 기피대상으로 만드는 방송들
인스타그램같은 SNS들이 사람들의 정신과 생각을 망쳐놨다는 생각입니다
현실은 인터넷 밖에 있고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하고 상식적입니다
꼭 일부 비상식적인 것들이 더 크게 보이기 마련이니까요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아마 매일 느끼는 이 행복은 평생 모르고 살다 갔을 거라 생각하니
그렇게 억울할 수가 없습니다
육아휴직 시작한 뒤로 매일 같이 온가족이 외출을 합니다
집에서 쉬고 게임하는 것을 좋아하는 저에게 나름의 강행군이긴 하지만
그래도 외출을 좋아하는 아내와 아이를 보면 나갈 맛이 납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의 끝에는 우리 부모님도 나 키우면서
같은 생각 하셨겠구나 싶어지고
이전보다도 더 부모님에 대해 많은 생각과 노력을 하게 됩니다
사람은 애를 낳아야 철이 드나 봅니다
내일은 또 어딜 데리고 나갈지 고민하는 것도 즐겁네요
이 글은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할까....
돈 열심히 벌어서 좋은 차, 좋은 집 사서
우리 가족 꼭 편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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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etalkid
01.27 · 125.♡.232.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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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onarch
01.27 · 180.♡.247.250
글이 참 따뜻합니다.
좋은 분이신거 같네요.
애를 낳으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은... 이라는 표현을 이해하게되죠.
너무 걱정마세요.
좋은 분의 아이인데 분명 잘 클겁니다. -
단단아
01.27 · 49.♡.162.148
중고등 아들둘 맘입니다. 하루하루가 그렇게 충만할 수 없어요. 바라만 봐도 이뻐서 방긋방긋 합니다. 우린 마지막 사랑에 빠진거죠. ㅎㅎ -
SSIM_Lady
→ 단아
01.27 · 121.♡.73.61
우린 마지막 사랑에 빠진거죠
너무 좋은 댓글입니다 😍 -
RREZealot
01.27 · 220.♡.120.136
{emo:damoang-emo-007.gif:120} - 귀
귀찮아서
01.27 · 211.♡.140.199
이런 마음가짐 가진 분이라면 고개숙이고 졸게 만드는 차를 갖고 있는것에 안 미안하셔도 됩니다~~ 원래 차에서 자면 꾸벅꾸벅 자게 마련인걸요.
둘째 생각도 하신다니 오지랖에 말씀드리는데 꼭 낳으셨으면 좋겠어요.. 외동 친구들 중에 쪼금 외롭다고 하는 아이들이 있거든요. 글구 한 명보다 확실히 둘이 낫고 확실히 두 배이상 힘든 것도 사실이에요. 근데 어차피 힘든거 그냥 둘낳고 힘든게 더 낫죠 라는 이상한 결론이... -
남남매아빠
01.27 · 125.♡.186.125
맘같아선 세째도 낳고 싶습니다 ㅎㅎ -
PPhysicist
01.27 · 146.♡.248.138
지금의 행복을 잘 누리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아이가 커 가면서 아이중심의 생활에서 부부중심의 생활에 아이가 맞춰가는 연습을 꾸준히 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파
파적
01.27 · 121.♡.128.137
가족 모두 건강히 오래 행복하소서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
행복한데 또 미안하고 안스럽고 한켠엔 무거운 마음…그렇게 세월이 흘러요.
그 감정을 어떻게 다 표현할 수 있을까요.
건강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