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V426 (39.♡.223.199)
2026년 1월 27일 PM 09:27 · 수정됨(02. 04. 05:07)
제가 오래 전에 들었던 이해찬 전 총리와 유시민 작가(이하 존칭 생략)의 에피소드입니다. 오래 전에 들은 거라 제 기억이 온전하지 않을 수도 있고, 처음부터 과장된 소문일 수도 있으니 재미로 봐 주세요.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유시민은 총학생회 간부였고, 이해찬은 (과거 민주화 운동으로 제적되었던) 복학생협의회 대표였습니다.
총학생회와 복학생협의회는 투쟁 노선도 달랐고, 주도권 문제로 갈등이 있었습니다. 교내 집회였나 토론회에서 사회를 보던 유시민은 이해찬이 발언 기회를 요청하지만 모른 척해 버립니다.
새까만 후배에게 까인 이해찬은 극대노해서 단상에 뛰어올라가 유시민의 멱살을 잡았는데, 다행히 사람들이 뜯어말린 덕에 더 이상의 유혈 사태로는 번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후 신군부에 의해 두 사람 모두 신나게 매타작을 당했고, 유시민은 군대로 끌려가고 이해찬은 또다시 별을 답니다. 제대한 유시민은 복학생협의회 대표를 하기도 해서 이해찬과의 묘한 인연이 이어집니다. 이때 프락치폭행치사사건으로 감옥에 다녀오기도 합니다.
이해찬은 민주당에 들어가 정치 활동을 하고 88년에 국회의원이 되었지만, 유시민은 출판사 직원, 작가, 드라마 작가로 근근히 생계를 이어갑니다.
그러다 세종문화회관 부근에서 우연히 두 사람이 마주쳤고, 이해찬은 자기 의원실 보좌진으로 유시민을 멱살 잡고 끌고 갑니다.
과거에 단상에서 멱살 잡던 인연이 이어져 유시민은 처음으로 안정된 일자리를 얻었고, 또 정치인이라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걸치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또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이해찬 전 총리의 빈소에서 눈물 흘리던 유시민 작가의 사진을 보니 까맣게 잊고 있었던 두 사람의 에피소드가 갑자기 떠올라서 적어봅니다.
전 두 사람과 아무 인연도 없습니다. 저는 주로 나쁜 놈들과 인연이 있는 편이거든요. 김문수라든가 일본 좋아하는 만화가라든가. 다른 놈들도 더 있고요.
댓글 (9)
- 클
클라시커
01.27 · 14.♡.99.228
두 분이 한 분은 총학생회, 다른 한 분은 복학생회 소속이었다는건 저도 들은 적이 있네요. 그나저나 쌩까는 시민옹에 단상에 난입하는 총리님이라니 두 분 참 젊었구만요 ㅋㅋ -
LLV426
→ 클라시커 작성자
01.27 · 39.♡.223.199
유시민 작가는 20대 초반, 이해찬 전 총리가 20대 후반이었겠죠.
지금 보면 둘다 어이 없을 정도로 젊은 나이였지만, 둘이 7살인가 차이가 나니, 당시 유시민에게 이해찬은 정말 하늘보다 더 높은 선배이자 구석기 시대 꼰대 유물로 보였을 거에요. -
55호라
01.27 · 125.♡.113.200
뭐.. 지금도 복학생은.. 별로 환영받지 못할거 같습니다. ㅋㅋ -
구구린날의청춘
01.27 · 122.♡.179.142
이런 에피소드 참 좋네요 ^^
유시민작가님도 그럴때가 있었다는 것도 재밌고 -
Sstoic
01.27 · 180.♡.207.219
좀 아까 해시티비에서, 총리님 사모님께서 결혼반지 뻬어주시며 유시민 작가님 결혼에 보태라 하셨던 얘기가 나왔습니다. ㅠ -
추추적추척
01.27 · 58.♡.74.88
엄청난 인연이었네요 유시민 작가님이 이해찬 의원님 시절 첫보좌관이었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어요
오늘 퉁퉁부은 눈이 더 잘 이해됐습니다 -
남남매아빠
01.28 · 125.♡.186.125
보좌관 하면 수배 풀어주겠다는 딜이 있었다고 하죠 ㅎㅎ -
NNoteTest
01.28 · 194.♡.89.170
전혀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접하네요? -
Ccleasi
02.04 · 182.♡.97.137
저는 이해찬 의원을 88년 저 10대 시절 5.18 청문회 때 처음 봤는데 세상에 저렇게 똑똑한 사람이 있나 했고 완전 홀딱 반해서 그 뒤로 이해찬 기준으로 정치 돌아가는 걸 판단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야 그 광주 청문회 질문지를 유시민 보좌관이 써줬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30대의 이해찬 의원이 보기에 토씨 몇 개 빼고 고칠게 없어 그대로 질문했다 합니다.
유시민은 90년대 아마도 독일 유학 시절이던가 갓 돌아와서이던가 쯤에 동아일보에서 오피니언이라는 1면 코너를 시작했는데 거기 고정 필진에 유시민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 때 칼럼이 너무 좋아서 유시민 나오는 요일을 기다리곤 했습니다.
제가 살아오면서 본 정치인 중 똑똑한 걸로 인상깊었던 분이 4분인데 바로 - 이해찬, 유시민, 이재명, 최강욱 입니다. 홍준표 의원도, 정치 30년 하며 만나본 사람중 제일 똑똑한 사람은 이해찬이었다 - 기억력이 비상하고 숫자와 계산에 강했고 상임위에서 이해찬을 상대하기 위해 밤을 새워야 했다라는 회고를 남기기도 했는데, 이번 서거 때도 페북에 남긴 추도 메시지가 '참 똑똑한 사람이었다' 이거 딱 한 줄 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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