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관악 을, 그리고 이해찬
윤작가

Lv.1 윤작가 (125.♡.85.149)

2026년 1월 27일 PM 10:48 · 수정됨(01. 28. 07:58)

조회 1,022 공감 0

1. 신림동으로의 이사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1983년, 지금은 모텔들이 가득한 봉천사거리(현 서울대입구역 사거리) 뒷골목의 연립 주택에서 떠나 신림2동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다니던 관악국민학교를 떠나 1984년, 새로 생긴 신성국민학교로 전학을 하게 되었죠.

고시촌, 혹은 '녹두거리'라 불리던 신림9동과 도림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학교를 2년간 다니고 1986년 2월에 졸업한 다음 서울대학교 정문과 멀지 않은 신림중학교에 입학을 했습니다.


2. 1987년

1987년은 제가 중학교 2학년이었던 해입니다. 잘 아시는대로 1987년 1월 박종철 열사가 고문으로 돌아가셨고, 이후 전두환 정권을 끝낸 민주화 항쟁이 지속되었죠. 2학년 봄 - 여름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학교 안으로 최루탄이 날아 들었고, 학교 정문 앞으로 조금만 나가도 격렬했던 서울대생들의 시위를 생생하게 볼 수 있던 시기였습니다. 매운 공기에 눈물을 흘리면서 집으로 뛰어가던 기억, 심지어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데 창문 사이로 들어오던 매캐한 최루탄의 내음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요즘의 20대 청년들은 군대에서 화생방 훈련을 하지 않는다면 최루탄의 자극이 어떤지 알 수 없겠죠.


3. 관악 을, 이해찬의 등장

관악 을은 지금도 신림동만으로 이루어 진 선거구입니다. 제가 살던 신림2동은 지금 '서림동'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다른 동들도 이름이 달라졌지만 예전에는 신림본동부터 13동까지, 총 14개의 동으로 이루어진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동네였죠.

소선거구제로 바뀌었던 13대 총선 이전 관악 을을 상징하는 정치인이 김영삼 대통령의 오른팔, 후에 국회의장까지 지낸 김수한입니다. 김수한은 12대 총선까지 관악 을에서 국회의원을 지냈으나 소선거구제로 개편된 1988년 13대 총선에서 당시 정치신인이었던 이해찬에게 패배하게 됩니다. 14대 총선에서 설욕을 노렸으나 다시 이해찬에게 패배했고 15대 총선에서 전국구(지금의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되어 국회의장까지 역임했죠.

지금 생각해 보면 신림동은 국회의장, 총리를 배출한 대단한 동네인 셈입니다.

이해찬은 관악을에서 국회의원으로 다섯번 당선되었습니다. 이후 세종시로 지역구를 옮긴 뒤 2선을 더해 7선 의원이 됩니다.

대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때, 동네에서 가끔 들었던 이야기가 '이해찬이 국회의원으로서 신림동에서 한 게 뭐냐?'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뭐 동네 주민들과의 스킨십이 좋았던 국회의원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군부독재 시절의 민주화 운동, 이후에도 민주당이 자리를 잡고 대통령을 배출하고 지금의 의석수를 차지하는데 있어 큰 역할을 했던 이해찬의 공로가 가려질 수는 없죠.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과 함께 한 방향으로만 걸어갔던 이해찬이 있었기에 이재명 정권도 탄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4. '핀트'를 잘못 잡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

박정희, 전두환 군부독재에 대항하면서 대한민국의 민주화에 큰 기여를 했던 김대중과 김영삼이 지금의 시점에서 다른 평가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김대중은 군부독재세력과 끝까지 대립하면서 정권을 창출했고 김영삼은 그 세력과 손잡는 길을 선택했죠.

지금 우리나라에서 박정희의, 전두환과 노태우의 망령이 사라졌다고 생각하십니까? 동서갈등이 해결되었나요? 독재를 호시탐탐노리는 검찰, 군인 등의 세력이 그 꿈을 버렸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제 좀 살만해 졌습니까?

민주당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 세력들이 완전히 청산될 때까지 반대편에서 싸워줄 사람들을 원하는 겁니다. 지난 12.3 내란만 봐도 한국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위협받고 있고 취약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제 선진국이 되었으니까, 민주주의가 단단하게 자리 잡았으니까 다른 곳을 바라봐도 된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많겠지만 제가 보기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들을 완전히 청산하는 것이 여전히 제1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겁니다.

조국혁신당과의 통합을 지지하는 것도, 그래야만 내란을 지지하는 저 세력들을 완전히 쪼그라들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걸 '당대표의 연임을 위한 꼼수'로 해석하는 것은 지금 우리의 반대편에 서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저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망각한, 매우 나이브한 해석입니다.

국민들, 아니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업신여기는 건 참을 수 없습니다. 특히 이언주 같은 대표적인 철새 정치인이 이 시점에서 당대표의 제안에 토를 다는 건 역겹기 그지 없네요. 입당을 다시 받아준 당원들을 봐서라도 자중하고 조용히 있어야 할텐데 지방 선거를 앞두고 야욕을 드러내는 걸 보니 역시 그 근본은 어디 가지 않음을 잘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5. 너무 아쉽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해찬 전 총리님이 계셨었기에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 대통령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

내란 세력이 지리멸렬하는 걸 끝까지 보고 가셨어야 했는데 너무 아쉽네요.

한 때 관악 을의 유권자로서, 더불어민주당의 당원으로서, 아니 지금의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만끽하면서 살고 있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이해찬 전 총리님의 노고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요즘의 많은 일들을 보고 있자면...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이해찬이라는 이름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

편히 쉬세요.

댓글 (4)

  • ANON

    ANON Lv.1

    01.27 · 122.♡.120.172

    김어준도 "보고 가셨어야 하는데... 저는 꼭 보고 가겠습니다.."라고 하는데 뭉클하더라구요. ㅠㅠ 하아...

    그나저나 (졸업은 아니셨어도) 관악국민학교 선배님이시네요. 꾸벅. 글 읽으면서 어릴적 봉천동에서도 매캐했던 최루탄 냄새가 다시금 떠올랐습니다.
  • 소심이

    소심이 Lv.1

    01.28 · 121.♡.4.124

    대단한 정치인이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늘 괜찮은 사람을 선택하고 그 사람들을 밀어준거 같습니다. 김영삼과 김대중 중에 김대중을 선택했고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까지.... 어떻게 그 선택이 늘 옳았으니...언제나 민주당의 중심부에 있었지만 대통령 되겠다 서울시장 되겠다 나선적이 없으면서도 항상 중심에 있으면서 선거는 다 치뤄냈으니...
  • 디즈니랜드

    디즈니랜드 Lv.1

    01.28 · 97.♡.46.68

    반갑습니다. 저는 83년에 신림동을 떠났어요. 투표에서 한번도 이해찬 의원을 찍지 못했지만, 저의 영원한 국회의원 이십니다.
  • 빌리스

    빌리스 Lv.1

    01.28 · 211.♡.181.198

    73 소띠시군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