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교각 (59.♡.32.196)
2026년 2월 2일 PM 05:05 · 수정됨(18:13)
정말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먹고 살기 바빠서 눈팅만 하고 로그인도 잘 못한지 한 1년 되었나봅니다.
뜬금없는 말처럼 들리실 수도 있는데 저는 세상이 상식과 멀어지고 특히 젊은 세대가 도무지 제가 이해하기 어려운 시고방식을 가지게 된 것에는 팩트 중심의 교육과 그로 인해 습관화된 단편적 사고가 중요한 축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애 sns에 만연한 극히 짧은 분량의 컨텐츠들과의 상호 작용이 더해지면서 전체적인 맥락과 구조에 대한 분석은 사라지고, 순간 순간의 판단으로 모든 정신 작용이 파편화된 것 같습니다.
오늘 코스피 4-5% 조정(사실 조정 국면인지는 이번 주 전체 흐름을 봐야겠지만 말이죠)에 언론들도 신이 났고, 댓글도 나라망한다는 둥 개미들 이제 다 쪽박이라는 둥 난리고, 펨베는 역시 이준석이 선견지명이 있다는 둥 물고 빨고 잔치집 분위기인 걸 보니 이런 생각이 더 강해집니다.
물론 투자자 중에는 지난 6~7개월 동안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운이 나빠서 이익을 보지 못한 분들도 있겠지만 대체로 50%~150%까지 이익을 본 사람들이 많을텐데 오늘 하루 조금 하락한 것이 뭐 그리 큰 일이라고 저리들 난리를 칠까 생각을 하다보니, 그들의 머리속에는 바로 지난주까지의 주식시장의 흐름은 오늘의 하락장을 판단하는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오로지 오늘 하루, 코스피 지수가 5,000선 아래로 떨어졌다는 이 단편적 ‘사실’만이 판단의 기준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왜 그럴까를 추적해보면 입시 중심 교육, 그 중에서도 수능이라는 객관식 시험이 가진 한계, 또한 학년별로 파편화된 교육 내용이 그 중심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능 한국사 문제를 보시면 아마 저같은 70년대생들은 깜짝 놀라실 겁니다. 푸는 사람이 거의 매국노냐 아니냐를 가릴 수준의 저급한 문제가 대부분입니다.
수능 국어 특히 비문학 문제를 보시면 더 황당할 겁니다. 특정 분야에 대한 아주 미시적인 세부 정보를 주고 그것과 관련된 문제를 출제하는데 시간이 너무 짧아서 도무지 전체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없도록 문제를 냅니다. 그러니 인강 강사들이든 학교 선생님이든 문제를 푸는 기술을 가르치는 게 위주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해당 지문의 내용에 대해 아이들은 관심도 없고 답을 맞추고 오답노트를 만들고 나면 그냥 잊어버리고 맙니다.
문학도 머천가지인 것이 교육 과정 내에서 단편 소설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습니다. 몇 장 되지도 않는 이상의 ‘날개’조차 전문을 읽는 수업이 없습니다. 주어진 지문의 내용만, 그것도 문제 풀이에 필요한 부뷴만을 어떻게 찾느냐가 관건인 문제들이 대부분입니다.
고1부터 고3까지 ‘토지’ 20권만 읽고 분석하고 토론하고 레포프 쓰고 하면 문학 학습은 충분할텐데 말입니다. 사실 강사나 교사들 자신이 토지나 태백산맥, 아리랑이나 장길산, 혼불 등 민족의 고전을 얼마나 섭렵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민주당 혹은 민주진영 그리고 정청래 개인의 서사에 대한 맥락적 이해가 없으면 정청래 대표가 불쑥 합당제의를 했다는 ‘사실’에만 눈이 가겠지만, 전체 맥락을 보면 그 제안이 단순히 그가 대표를 연임하려 한다거나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 체급을 키우려 하는것에 목적이 있다는 등의 말을 하기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유시민의 안생 서사를 맥락적으로 이해하면 오늘 그의 겸공 출현을 정치적 입지 다지기나 정청래 밀어주기, 나아가 친문세력의 기지개 등으로 해석할 가능성은 도무지 희박해 보이는데 다들 신나서 아무 말이나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참 마음이 아픕니다.
그런데 젊은 세대들에게 미안한 건 우리 세대도 단편적으로 지식을 주입하는 입시교육의 희생자들인데 혁신적 변화 없이 그들에게 나을 것 없는 교육 시스템을 뮬려 주었다는 점입니다. 제 딸이 저하고 비슷한 수준의 저급한 교육을 받은 것은 사회를 좋게 바꾸지 못한 제 탓도 크다는 점이 참 마음 아픕니다.
할 일 없는 휴무일에 마음이 심란하여 몇 자 끄적여 봅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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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슬리아
02.02 · 220.♡.2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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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섬촌놈
02.02 · 118.♡.13.57
마지막 문장이 맘이 아프네요. 열심히들 고치려고 한 것 같은데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먼가보네요.
그래도 꾸역꾸역 가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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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