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1년 반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네요.
여름숲1

Lv.1 여름숲1 (58.♡.71.151)

2026년 2월 2일 PM 09:16 · 수정됨(02. 03. 10:29)

조회 2,830 공감 0

수많은 사람들이 걱정했습니다.

너처럼 활동적인 사람이 놀아봐라 노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얼마 안되어 좀이 쑤셔 일 알아볼거다. 그때 지금 수준 급여 주는데 못 찾는다. 나중에 후회말고 지금 재고해라

집에서 쉬면 망가진다. 

너 놀면 뭐 먹고 살래?


하지만 다녀야 할 이유보다 그만두어야 할 이유가 더 많아 과감히 박차고 나왔습니다. 벌써 1년 반입니다.

그 사이 엄마 병이 더 깊어져 간병하다가 상을 치뤄야 했고, 이사 준비 중 발목이 아작나서 수술 후 꽤 긴 시간을 날려먹었고(담주에 마지막 세번째 수술을 앞두고 있습죠 무서워 ㅠㅜ), 이사 후 아직도 뭔가 안정이 안 된듯한 6개월이 흘렀네요. 

수십년 회사 다니며 늘 일탈을 꿈꿨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늘 휴가가 짧아(연차를 길게 내기 어려운 상황) 가까운 곳으로 다닐 수 밖에 없었던 휴가..

퇴사하면 유럽 두어달 다녀올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해외여행 욕구가 생기지 않습니다. 

왜냐? 회사생활이 지옥이었으니 늘 탈출을 꿈꾸었지만, 나와보니 여기가 천국인데 가긴 어딜 갑니까... ㅋㅋㅋ

퇴사 몇개월만에 선배와 무계획으로 급! 다녀왔던 타이베이 외에 해외여행을 가지 않았어요. 마음 맞고 즐거운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이니 당연히 즐겁죠.  돌아다니다 지치면 마사지 받고.. 또 돌아다니고 밤까지 야시장을 돌며 먹고 마시다 또 편의점 털어 들어가 또 먹고 마시고.. 하루 몇끼를 먹어가며 탕진하고 다니는데 즐겁지 않을리가..

하지만 그 외엔 거~~한 여행은 없고 그저 지인이 있는 지방으로 며칠씩 돌아다니는 정도.. 


저는 제가 이렇게 집돌이 인줄 몰랐습니다. 

몇날 며칠 집에만 있어도 지루하거나 답답하지 않습니다. 

물론 작년 3월 크게 다치고 병원생활을 길게하며 실내생활에 적응이 되었고, 다친 이후 급 쫄보가 되어 눈이 와도,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겁이나서 외출을 삼가는 보신주의를 장착한 탓도 있습니다. 

일어나면 다친 발목 스트레칭이나 하고 겸공보고, 책보고, 넷플보고.. 하루가 잘만 갑니다. 

하루두끼 꼬박꼬박 해먹는 식사도 시간을 보내기에 좋습니다.

다모앙도 제 여가생활의 큰 행복이고요 ㅎㅎㅎ 


퇴사  후 큰 장점은.. 사람노릇을 잘 할 수 있는 점입니다. 

지난 명절 전에는 엄마가 수십년 다니시던 미용실에 과일 상자 사들고 인사를 다녀왔고 

얼마전 친한 친구의 부친상 부고에는 한달음에 순창까지 가서 친구를 위로할 수 있었습니다. 

가까운 가족을 잃은 친척 집을 수시로 방문해 어찌 사시는지... 적적하진 않으신지 말동무도 해드리고 내키면 자고 오고(어제도 갔다가 좀전에 집에 왔네요 ㅎㅎㅎ)

부모님 산소에 성묘를 갈때면 바쁜 오빠 가족을 대신해 맛있는 음식을 마련해 가기에도 시간 많은 제가 좋네요. 

올 봄에는 시골 이모댁에 고사리 꺾으러 한 열흘 가있을까 계획중입니다. 물론 농사일에 익숙치 않아 하루 꺾고 병나서 이틀 누워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가보려고 합니다.


물론 이러한 조기 은퇴는 적정한 현금흐름을 만들어 놓았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그 현금흐름이라는 것이 매우 소박합니다. 

그 흔한 명품이라는 것에 아무런 관심이 없고, 제 또래 주변에서 하(자고 하)는 사치스러운 운동류도 관심이 없고, 자차 또한 없습니다.

여간해선 외식도 잘 하지 않고 장을 봐다가 꼼지락 꼼지락 해먹는 음식을 즐기기에 생활비가 많이 들지 않습니다. 

작년 다시 시작한 주식이 이 흐름에 조금 더 큰 강물을 만들어줄지 아니면 쪼그라들어 시냇물이 되어버릴지 모를 일이지만, 이 또한 몰빵이 아닌 적정한 포트폴리오로 제가 가진 주식이 폭망한다 해도 아마도 극단적으로 굶을 일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상 대봉남집사님 @노래쟁이s님이 호시탐탐 제가 걸은 길을 노리시는 거 같기에.. 몇줄 씁니다만.. 

아직 젊으신 듯 한데... 대봉이 캔값 더 버셔야죠 ㅎㅎㅎ 

댓글 (25)

  • 코쿠

    코쿠 Lv.1

    02.02 · 112.♡.121.165

    지지합니다.
    저 역시 소박한 은퇴를 꿈꾸고 생각보다 큰 돈이 들지 않음을 생각합니다.
    양가 부모님 중 두 분이 큰병에 걸려 오늘내일 하는걸 곁에서 보니
    인생....길지 않다 생각합니다..


    글 많이 올려주세요. 제가 가려는 길을 먼저 가고 계신 선배님을 항상 응원합니다..
  • 여름숲

    여름숲 Lv.1 → 코쿠 작성자

    02.02 · 58.♡.71.151

    은근히 경조사 등의 비용이 많이 듭니다.
    지난 달 생활비만큼의 경조사 비용을 썼습니다.
    더구나 양가 어르신이 모두 계시면 병원비 등 불쑥불쑥 이러저러한 경비가 튀어 나오기 마련이죠.
    저도 아빠 5년, 엄마4년 암투병 하시는 동안 적금이란 걸 못넣었어요. 그냥 몇천만원씩 항상 mmf통장에 넣고 썼었어요.
    말씀대로 인생 별거 없습니다. 1월달 조문한 두 곳이 다 갑자기 당한지라 빈소에서 다들 인생 뭐 없다고..
    오늘을 즐겨야 합니다.
  • 코쿠

    코쿠 Lv.1

    02.02 · 112.♡.121.165

  • 그대로멈춰라 Lv.1

    02.02 · 106.♡.139.68

    그놈의 먹고사는 일때문에…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니 참고 다니는거죠. 근데 현금흐름 만드신 부분 너무 부럽습니다. 저는 매달린 식구들이 많아서 할 수가 없네요 ㅠㅠ
  • 여름숲

    여름숲 Lv.1 → 그대로멈춰라 작성자

    02.02 · 58.♡.71.151

    저는 엄마가 계시긴 했지만 길게 봤을땐 혼자라서 가능했습니다.
    매달린 식구들 중 자녀분들이 있다면 매달린 식구라 여기지 않으면 또 발상이 달라집니다. ㅎㅎㅎ
  • 노래쟁이s

    노래쟁이s Lv.1

    02.02 · 106.♡.192.70

    적정한 현금흐름 만들고 저도 소박하게 살고 싶습니다.
    많이 치이는 이 서울 본부에서의 삶에 제가 과연 적응을 할 수 있을 것인지.... ㅎㅎㅎㅎㅎ

    자세히 적어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당분간은 정신 차리고 대봉이 캔 값 좀 더 벌기로 ... 해봅니다. 😂

    재미나게 잘 살고 계신 모습 어머님께서 하늘에서 잘 지켜보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
  • 여름숲

    여름숲 Lv.1 → 노래쟁이s 작성자

    02.02 · 58.♡.71.151

    언젠가 돌아가신 저희 모친이
    "너 나죽고 없으면 누구누구네 집처럼 강아지, 고양이 들여서 살거냐" 하시기에
    "엄마 저는 저를 먹여 살리기에도 벅차요!! " 하며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모앙 집사님들 보면 대단하시다 싶어요.
    저의 현금흐름에 집사비용은 없습니다 ㅋㅋㅋㅋ
  • 노래쟁이s

    노래쟁이s Lv.1 → 여름숲

    02.03 · 14.♡.124.131

    저도 제 인생에 집사 비용이란건 애초에 존재하질 않았었습니다. 😅😅😅
  • 트라팔가야

    트라팔가야 Lv.1

    02.02 · 58.♡.217.6

    FIRE 경제적 자유 및 조기은퇴요.
  • 여름숲

    여름숲 Lv.1 → 트라팔가야 작성자

    02.02 · 58.♡.71.151

    경제적 자유 소즁합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현대도시인들은 굶어죽을 자유가...
    잘 준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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