댈러스베이징 (219.♡.83.8)
2026년 2월 3일 PM 01:02
안녕하세요 ? 내일이 입춘인데 제가 사는 곳은 여전히 영하 두자릿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겨울이 추울수록 봄 꽃은 더 아름답겠지요.
따뜻한 햇살아래 들판이 꽃들과 초록잎들로 뒤덮혀질 날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모두 설레고, 부디 "입춘대길 건양다경"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한자를 쓰니까 '너무 영감님 스럽다'는 평가를 하실텐데,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옛말이 주는 깊이를 제가 뒤늦게 깨달아서 그런거라 부디 젊은 앙님들이 너그러이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立春大吉 :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建陽多慶 : 햇볕이 세워지니 경사가 많으리라
매년 봄이 오면, 군대 휴가를 나온 제가 할머니를 모시고 꽃구경을 다니던 봄날이 생각납니다. "OO아, 내가 봄 꽃을 몇번이나 더 볼꼬?" 라고 물으시던 고종 재위 당시 태어난 1906년생 소녀, 제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저에게는 일종의 봄 맞이 의식 같은게 있는데요, 감히 한번 추천 드립니다.
(일단 양지 바른 곳에 담요를 깔고 - 이건 아파트 사는 분들은 옵션입니다), 미리 준비한 된장과 들기름으로 맛을 낸 다양한 대여섯 종의 봄나물에다가 전통시장에서 직접 빚어서 파는 막걸리를 곁들여 마시는 것입니다. (없으면 뭐 장수막걸리도 좋습니다.)
흑백요리사 씨즌2에도 나물 주안상을 준비하던 쉐프를 보았는데, 사실 이것은 제가 원조입니다. 실제 동요 "고향의 봄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을 쓴 시인 이원수님의 고향이자 시의 배경이 된 제 고향 마산에 가면 집 앞마당이나 정원이 있어서 봄맞이 봄나물 막걸리 파티가 가능했습니다.
마치 빈센트 반 고흐의 아몬드 꽃 (Almond Blossom) 그림 같은 몽환적인 꽃밭이 제 머리속에 그려집니다. 지금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는 도무지 이걸 할 장소가 없으니 낭만이 좀 메마른듯 합니다.
날씨가 좀 더 따뜻해 지면 고향에 가서 꼭 "나물 막걸리 파티"를 해 봐야겠어요.
겨울내내 바싹 메마른 나뭇가지들도 새싹을 품고 있고, 눈과 얼음으로 뒤덮힌 겨울의 들판도 냉이와 봄동을 품고 있습니다. 겨우내 뒤덮고 있는 낙엽을 들추면 그 아래에는 이미 연두빛 새싹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한번 더 깨닫습니다.
계절의 변화 속에서 우리는 내 주위의 환경의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라는 지혜를 찾아가는 봄을 향한 묵묵한 여정이 되면 좋겠습니다. 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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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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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아
02.03 · 182.♡.98.21
술을 안마시지만 풍경은 눈앞에 그려지고 더없이 좋네요. 저는 한자가 주는 깊이감을 좋아합니다. 글자 하나에 눈앞에서 화폭이 펼쳐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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