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 (61.♡.153.123)
2026년 2월 3일 PM 02:34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다.
예전에 항상 매고 다니던 작은 가방이 있었습니다.
그 가방 안에는 그렇게 중요한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필기구 몇 개, 읽고 있는 책, 이런 저런 소모품들.
그 중에 가장 귀한 것이라고 하면 스틱으로 된 USB였죠.
USB 안에 들어있는 파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스틱 USB를 얻게 된, 받게 된 그 이유가 무엇 소중한 것이었는데,
회식을 마치고, 흥건히 취해서는 그 가방을 놓고 귀가를 했습니다.
핸드폰도 있고, 지갑도 있고..
아? 가.. 가방이 없다?
서둘러 전날 기억을 바탕으로 다시 음식점에 들었었지만,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가방을 잃어버렸죠.
가방은 다시 사면 그만이지만,
그 스틱 USB를 잃어버렸음에 참 마음이 씁쓸했습니다.
마치, 그 USB와 함께 그에 대한 기억들조차 잃어버린 것처럼.
법정 스님의 무소유,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고,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찌저찌 마음이 가고,
정성이 담기고,
같이 함 기억들이 쌓이면,
하나의 물건이 아니라, 저의 작은 일부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소유하지 않는다.
매정하게 말하면 정이 담기지 않도록 한다.
애초에 갖고 있지 않음으로,
정이 담길 여지조차 마련하지 않는다.
참 어려운 일입니다.
쉽지 않은 일이에요.
정성스럽게 글을 하나 올리려고 편집을 했다가,
시스템의 업데이트로 인해 일부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고,
그렇게 글이 미처 등록이라는 절차를 다 밟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임시 저장 자체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으니,
머릿속에,
저의 손가락 놀림에만 남아 있을 텐데,
온전히 다시 발현될 수 없음을 알기에
아쉬움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여전히,
무소유라는 건.. 저에게는 어려운 과제인 거죠.
이 글 안에서도 습관적으로 작은 따옴표, 큰 따옴표를 치며,
이것은 저의 글, 저의 생각이 아니라,
누군가의 글이며 생각이다, 혹은 어떤 책에 나온 이야기라고
출처를 적고, 바탕을 적으며, 저의 생각을 부연하고 싶어집니다.
온전하게 저 만의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제 스스로 하나의 완성품이라며 소개하지 못하는,
그런 부족한 존재인거죠.
그나마 마음이라고 살짝, 그 뉘앙스라도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글은,
다모앙이 다시 살아나기를 기다리며 쓴..
뻘글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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