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왕과 사는 남자 - 수양대군의 내란과 2024년 내란의 기억
흐린기억

Lv.1 흐린기억 (119.♡.165.105)

2026년 2월 5일 PM 09:47 · 수정됨(02. 0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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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휴가라 시간을 그냥 보내기 아까워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관람했습니다. 많은 관람객의 후기처럼 영화는 유해진 배우의 '연기 차력쇼'라 할 만했고, 단종 역의 박지원 배우뿐만 아니라 유지태, 전미도, 박지환 등 조연진 모두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야기는 담백하게 흘러가다 서서히 쌓인 감정이 마지막에 터지는 구조더군요.


문득 생각해보니 그동안 수양대군(세조)이나 한명회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많았지만, 계유정난 이후 단종의 이야기를 심도 있게 다룬 작품은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1998년 드라마 <왕과 비>에서 배우 정태우 씨가 단종을 연기했다는데, 제 기억에는 남아 있지 않아 단종의 일생을 제대로 알아보고자 박시백 화백의 <조선왕조실록-단종실록> 편을 찾아 읽어봤습니다.


내용을 정리하자면, 단종은 10살에 세자로 책봉되어 12살에 즉위했으나 1년 만에 계유정난이 발생하며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찬탈당했습니다. 세종으로부터 총명함을 인정받아 장차 성군이 될 재목이라 평가받았지만, 즉위 당시 보호자가 되어줄 어른들이 모두 부재하여 의정부가 국정을 대신할 수밖에 없었죠. 수양대군은 이 틈을 노려 안평대군(세종의 셋째 아들이자 수양의 바로 밑 동생)과 최고 권력자 김종서를 제거하며 정권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작년 말 있었던 비상계엄 내란 사태가 겹쳐 보였습니다.


상황은 다르지만, 당시 안평대군과 정승들은 수양대군이 내란을 일으켜 왕이 되려 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수양대군이 욕심 없는 척 연기를 하기도 했지만, 기득권 세력이 '설마 저들이 선을 넘겠나'라며 방심한 탓이 컸습니다. 특히 김종서의 죽음이 가장 충격적이었습니다. 의정부의 상징이었던 그가 밤에 찾아온 수양대군 일행에게 철퇴를 맞고도 죽지 않고 숨어 있다, 상황의 심각성을 완전히 인지하지 못한 채 제 발로 걸어 나오다 결국 칼에 맞아 생을 마감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당시 사람들은 수양대군이 이토록 무도하게 역모를 실행할 줄은 상상조차 못 했던 것이죠.


역사적으로 <단종실록>은 세조의 일방적인 주장이 가득한 기록으로 평가받습니다. 찬탈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단종을 부정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입니다. 상상조차 하기 싫지만, 만약 지난 쿠데타 시도가 성공했다면 우리 역사 또한 그들의 의도대로 왜곡되어 기록되었을 것입니다. 영화를 통해 역사를 되짚어 보며, 그날 현장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내 준 이재명 대통령님, 민주당 의원분들, 그리고 그 자리에 나가 주신 민주 시민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어린 나이에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던 단종에 몰입해서 영화 잘 봤습니다. 한 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댓글 (4)

  • biogon

    biogon Lv.1

    02.05 · 125.♡.237.209

    어제 영화를 보고 오늘 당시 상황과 등장 인물들을 검색해 보니 스토리의 큰 줄기나 인물들의 디테일은 꽤 고증에 충실한 작품이더군요.
    정점에서 더 욕심내지 않는, 무리수를 두지 않는 연출이 괜찮았고 배우들 연기 매우 훌륭했고요.
    금성대군 멋졌습니다.
  • Badman

    Badman Lv.1 → biogon

    02.05 · 118.♡.210.238

    전해오는 얘기에 따르면, 조선시대때는 사약을 받아 죽기전에 임금이 있는 곳 즉 한양을 향해 절을 하는데...금성대군은 "내 임금은 북쪽에 계신다."고 말하고 단종이 유배된 영월을 향해 절을 했다고 합니다.

    사후에는 단종처럼 산신령으로 신격화되서 모셔졌는데, 조선시대 왕족으로 신격대우를 받았던 예는 금성대군이 유일무이 하다고 알고있습니다.
  • 비쥬얼씨뿔뿔

    비쥬얼씨뿔뿔 Lv.1

    02.05 · 180.♡.243.82

    전 조선은 세조가 말아먹었다고 생각합니다. 세종, 문종으로 이어지는 조선의 찬란해질수 있는 문화가 세조로 인해서 모든걸 말아먹었습니다.
  • 산다는건

    산다는건 Lv.1 → 비쥬얼씨뿔뿔

    02.06 · 218.♡.216.130

    저도 동감합니다. 조선 역사에서 가장 완벽한 정통성을 가진 왕이었는데 이걸 내쳐버린 시점에서 조선의 버전1은 끝났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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