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은 단골 수제비집
mongolemongole

Lv.1 mongolemongole (118.♡.93.84)

2026년 2월 5일 PM 11:48 · 수정됨(02. 0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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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선배를 만났습니다

오늘 선배 조카한테 연락이 왔거든요

선배 조카는 초등학교 때부터 저희 학원에 다니다가 올해 대학에 들어갔어요

그래서 카톡으로 연락도 오고 오늘 반갑게 통화도 했습니다

덕분에 선배랑 자주 가던 수제비집을 갔습니다

십 년도 넘게 안 갔던 집이라 오늘 다시 갔더니 자리도 옮겼더라구요

자리에 앉자마자 밑반찬이 저를 반깁니다



콩물도 맛있지만 적당히 익은 부추김치도 좋고 두부김치도 훌륭합니다

시큼한 국물 깍두기는 그야말로 완벽한 애피타이저에요

보고만 있어도 침이 파블로프 개처럼 흐릅니다

수제비 집인데 굴전을 시켰습니다

겨울엔 굴이죠

굴전인데 맘스터치 싸이버거처럼 두툼합니다

굴전을 가르면 굴이 옆으로 나란히가 아니라 위 아래로 쌓여있습니다


수제비집이니까 수제비가 나옵니다

그런데 서비스입니다?

이 집이 원래 이렇습니다

아닙니다

오랜만에 갔더니 서비스 양이 줄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선배는 저보고 고든 램지보다 독설이 심하다고 나무랍니다



욕도 먹고 굴전도 먹고

이번에는 녹두전을 먹었습니다

가게 이름이 녹두집이기 때문입니다

겉은 바삭하고 돼지 비계 맛이 적당하게 불량합니다

이른바 코리아 팬케이크

외국 친구들 되게 많이 데리고 온 기억이 나네요

같이 온 선배도 대학원생 외국 애들 데리고 오면 - 일본인, 중국인 - 모두 잘 먹는다고 합니다

선배는 대학교수님이십니다



수제비 사진이 또 올라갔습니다?

그게 아니라 리필해서 먹었습니다

그게 아니라 리필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후루루룩

수제비가 미끄럽습니다

수저에서 계속 탈출합니다

후루루룽




두부김치도 리필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슥삭슥삭

젓가락으로 잘라먹기 좋게 잘라주셨습니다

술을 끊은 게 얼마나 다행입니까

막걸리 마구마구 마시고 내일 수업 날릴 뻔 했습니다

너무 배가 불러서

- 하루 한끼 생활하고 있습니다 -

오늘은 여기까지 먹었습니다

메뉴는 2개 시키고

밑반찬은 3개 2번 리필해서 먹었습니다

- 하루 한끼 생활하고 있다니까요 -

오늘 기부니가 좋습니다


-


30년된 가게랍니다

제 기억에 가게를 세 번 옮겼어요

제가 다닐 땐 아구찜으로 유명한 광주식당 맞은 편에 있었는데 지금은 한 블럭 옆으로 이사했네요

과거보단 산뜻해졌지만 여전히 왁자지껄하고 싸고 맛있네요

과거보단 고객층이 많이 젊어진 느낌입니다만 오후 2-4시 사이에 오면 등산 끝나고 오신 어르신들로 인산인해입니다

노즐청소를 깨끗하게 했는지 생맥주도 맛있고 안주는 끊이지 않습니다

막걸리는 자기도 모르게 시켜서 자기도 모르게 벌컥벌컥 들이키게 됩니다

이 집 리필은 눈보다 빠르고 손보다 빠르기 때문입니다


간판에 계신 사장님은 한 번도 뵌 적이 없습니다

다만 투포환 선수처럼 생긴 여자 분이 오만가지 짜증을 내면서 두꺼운 팔뚝으로 수제비를 부글부글 끓는 냄비에 던지던 장면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분이 사장님이었을까요

여름에 얼마나 더우셨을까

하지만 저렇게 짜증을 내니, 그렇게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니 수제비가 이렇게 쫄깃쫄깃하구나, 이런 생각만 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장소가 달라졌는데도 행복했던 기억은 그대로였어요

시간이 달라졌으니까 행복했던 기억은 그대로였어요

행복했던 기억을 왜 그 때 그 곳에 놔두고 살았을까요

댓글 (4)

  • smarttech

    smarttech Lv.1

    02.06 · 117.♡.17.235

    어딘가요? 수제비가 최애음식이라서요.
  • 솔고래

    솔고래 Lv.1

    02.06 · 175.♡.0.55

    다 한집이죠? 엄청 다양한 메뉴와 이야기가 흘러 나오는 좋은 가게인데 정말 광주군요. 메모했다가 5월에 가봐야 겠습니다
  • 포크리스

    포크리스 Lv.1 → 솔고래

    02.06 · 59.♡.130.199

    앗! 저도 5월에 뉴공콘서트때 가야지 하면서 읽고 있었습니다. 찌찌뽕입니당
  • 포크리스

    포크리스 Lv.1

    02.06 · 59.♡.130.199

    글을 맛깔스럽게 쓰셔서 침이 고입니다.
    식당이름이 녹두집이라는 거죠?
    녹두장군 전봉준을 기억하면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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