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 '하루 막내'..
벗님

Lv.1 벗님 (106.♡.231.242)

2024년 5월 9일 PM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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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여기'에서의 짦은 소감을 적은 내용입니다.


막내였다.
태어나보니 막내였다.
다 큰 성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막내였다.
술 심부름은 내 몫이었다.
나도 한 잔 더 마시고 싶은데, 술이 떨어지면 내가 사와야 했다.
막내였으니까,
턱수염이 나는 나이가 되었지만 막내였으니까.
한 때는 이게 참 못마땅했다.
나도 성인이고 어른인데 언제까지 막내 노릇을 해야 하나,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형님, 누님에게 술 심부름을 시킬 수는 없으니,
주섬 주섬 겉옷을 걸치고 술을 사러 현관문을 나섰다.
막내였으니까,
여전히, 언제나 막내였으니까.


그러다
마침내 막내였지만, 막내에서 벗어났다.
왜?
조카들이 이제는 주민등록증을 받는 나이가 되었으니까,
이제는 조카들에게 술 심부름을 시킬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막내였지만,
이제 나도 함께 앉아서 술 한 잔을 더 기울일 수 있었다.
크, 이게 그 '성인'이라는 꿀맛인가,
기본이 좋았는데, 한 편으로는 입 안을 맴도는 무엇이 있었다.


이제는 술 심부름을 하지 않아도 되는 막내가 되었는데,
이제는 성인이 되었는데.


가끔은 다시 막내가 되고 싶었다.
주변의 사람들은 나를 막내라고 부르지 않는다.
막내라고 부르기엔 너무 나이가 많고,
누가 봐도 어른 같은 거뭇거뭇한 인상을 하고 있는 사람을
막내라고 부르겠는가.
이제는 형제남매와 함께 있지 않으면 막내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아니, 이제는 서로가 나이가 많다보니 막내 대신 이름을 부른다.


막내였지만, 이제는 막내 소리를 듣기가 어려워졌다.
내 것이었지만, 내 것이 아닌 것처럼 조금씩 흐려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늘 막내가 되었다.
아, 다시 막내다.
술 심부름을 해야 하는 막내다.
어리강도, 재롱도 부릴 수 있는 막내다.


그런데,
불과 하루도 되지 않았는데 막내가 아니게 되어 버렸다.
아.. 이런 게 인생이지. 뭐 그런 거지.



여름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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