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 (175.♡.147.253)
2026년 2월 6일 PM 11:39 · 수정됨(02. 07. 11:05)
드래곤볼은 이미 한 번, 아니 두 번 끝났던 작품이라는 생각
프리저 편을 다시 보면, 이쯤이면 끝났다고 봐도 크게 무리는 없지 않나 싶습니다.
프리저는 단순히 강한 보스라기보다는, 사야인의 멸망과 손오공의 정체성, 그리고 우주 최강이라는 기준까지 한 번에 정리해주는 캐릭터였죠.
세계관 차원에서 던져졌던 질문들은 이 시점에서 거의 다 회수된 느낌이고, 솔직히 여기서 끝났어도 이상하다고 느꼈을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셀 편은 그보다 더 깔끔합니다.
인간이 만든 존재가 위협이 되고, 그 문제를 다음 세대가 해결한다는 구조 자체가 명확합니다.
손오반의 각성도 그렇고, 손오공이 스스로 물러나는 선택도 그렇고, 이야기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가 비교적 분명하게 보입니다.
이쯤에서 드래곤볼은 계속 강해지는 이야기에서, 넘겨주는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방향을 틉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지점이 이야기로서 가장 단단한 마무리였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이 두 구간이 서로 다른 방식의 완결을 이미 해냈다는 점입니다.
프리저 편은 세계관을 닫았고, 셀 편은 인물과 서사를 닫았습니다.
그래서 이후 이야기는 확장이라기보다는 덧붙임에 가까워지고, 완결성에 대한 감각도 자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이 부분에서 크게 이견이 갈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마인 부우 편이 의미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악의 근원을 우주나 신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으로 돌린 점도 그렇고, 마지막을 모두의 힘으로 해결하는 구조도 분명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미스터 사탄이 나서서 사람들을 설득하고, 그 덕분에 인류가 원기옥에 힘을 보태는 장면은, 드래곤볼에서 드물게 ‘인간이 인간의 방식으로 세계를 구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만 놓고 보면, 부우 편이 가진 의미는 분명합니다.
다만 셀 편에서 한 번 죽었던 손오공을 다시 불러오는 선택은, 앞에서 내려졌던 결단을 살짝 되돌린 인상을 줍니다.
세대 교체도 다시 미뤄지고, 완결성도 잠시 쉬어가는 느낌이고요.
나쁘다기보다는, 굳이였나 싶은 선택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원기옥이라는 기술의 성격도 이 지점에서 조금 달라졌다고 느껴집니다.
원기옥은 원래 한 명의 필살기라기보다는, 모두의 의지가 모여야만 성립되는 장치에 가까웠는데,
사탄을 매개로 인간들이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다시 손오공 개인의 귀환과 결단 쪽으로 장면의 중심이 이동해 버립니다.
그래서 마지막 승리의 의미도, 인간 전체의 선택이라기보다는 손오공이라는 존재에 더 많이 귀속되어 보이는 점이 아쉽습니다.
차라리 원기옥을 오반과 동료들, 그리고 인간들이 중심이 되어 거의 완성하고,
손오공은 죽은 상태에서 마지막 몇 퍼센트 정도만 조력하는 방식이었다면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했다면 사탄이 이끈 인간들의 선택도 온전히 살아 있고,
손오공은 직접 해결하는 인물이 아니라 남긴 영향으로 작동하는 전설로 남았을 겁니다.
이 작품에는 그 쪽이 더 잘 어울렸을 것 같습니다.
너무 깔끔해서 연재가 거기서 끝났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정리하자면 프리저는 세계관의 끝이고, 셀은 이야기의 끝이라고 봅니다.
마인 부우 편은 그 위에 덧붙여진 메시지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부우 편이 틀렸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이미 충분히 닫힐 수 있었던 이야기를 다시 열었던 선택이었는지는,
각자 한 번쯤은 생각해볼 만한 부분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드래곤볼이 정말 대단했던 이유는, 끝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미 끝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는 점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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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늘걷기
02.06 · 211.♡.9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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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3YNM4N
→ 하늘걷기 작성자
02.06 · 175.♡.147.253
프리저에서 사실 완결이라고 생각하고요. 왜나 혈통에 대한것과 복수.. 그다음이 세대교체로 아름답게 마무리 했어야 한다고봅니다. -
봄봄빛
02.07 · 218.♡.160.185
개인적으론 피콜로 전투후 시즌1 종료
시즌2.베지터 전투로 시작해 ,후리자 전투에서 최고점을 찍고..
시즌.3.셀편.1단.2단.완전체 까진 매주 긴장감있게 보다가
시즌4.마인부우 연재부턴 그냥 팬심으로 본거같아요. -
FF3YNM4N
→ 봄빛 작성자
02.07 · 175.♡.147.253
그렇기도 하네요 피콜로 이후 장르가 변하니까요 ㅎ -
디디_엘바토
02.07 · 175.♡.11.23
42권 모두 오공이 있어 즐거웠습니다. 이후는 괴로웠습니다. -
FF3YNM4N
→ 디_엘바토 작성자
02.07 · 175.♡.147.253
eee -
Mmoho
02.07 · 211.♡.31.191
작가는 피콜로와 대결 이후 연재를 종료할 생각이었지만 잡지사의 강요(?)로 실패했고, 이후 마인부우 전에 다시 종료 하려 했으나 이번에도 더 높은 어른들의 사정으로 실패했다죠.
작가가 죽은 지금도 새로운 애니가 나오듯 드래곤볼이라는 ip 상품은 프리저 편 이후로는 작가 마음대로 연재를 끝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게 되어 버린거죠. -
FF3YNM4N
→ moho 작성자
02.07 · 175.♡.147.253
어른들의 사정? 야하네요 -
Jjunja91
→ moho
02.07 · 160.♡.243.2
저도 피콜로와 천하제일 무도회에서 싸우고 승부 난 다음, 찌찌랑 근두운 타고 슝 날아가고 끝나면 제일 깔끔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이후부터는 계속 무의미한 전투력 증가밖에 기억 안 납니다. -
키키다리아찌
02.07 · 116.♡.243.152
제목이 왜 드래곤볼인지 생각해야합니다. 억지설정이 들어가는 순간 이상해져 버리거든요. 설명에 설명이 추가되니까요. 마지막 천하제일무술대회에서 피콜로아들과 싸우는 걸로 드래곤볼 제목의 이야기는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마음도 그랬고요....그 다음은 죄다 엉터리 입니다...재미는 있었지만..아마! 애니도 제목을 드래곤볼 z로 바꿨을 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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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아들을 낳고 형을 만나면서부터 본격 배틀물로 장르가 바뀐 거고요.
그것도 프리저편에서 끝났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