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포항스틸러스 이야기..
게으른고양이

Lv.1 게으른고양이 (203.♡.235.186)

2026년 2월 7일 PM 05:53 · 수정됨(22:25)

조회 411 공감 0

완전 생뚱맞은 조합이긴 한데..  민주당 지지자와 포항 스틸러스의 팬이라는 건 제겐 오랜 두 정체성입니다.

 

이 곳 게시판.. 뭐.. 이주 전 게시판에서부터 k리그 관련 글에 답글 단 걸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K리그에 있는..(다행히 아직 K리그1에 있는..) 포항 스틸러스의 오랜 팬입니다..

TV로 응원하기 시작한 것은 95년 무렵.. 경기장을 찾기 시작한 것은 2003년 부터니까요..

포항 스틸러스는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K리그에서 2가지로 유명합니다.

하나는 역사와 전통이고, 하나는 가난함이죠..

 

역사와 전통은 오랜 팬 층을 만들었습니다..

경기장 찾은 지 20년이 넘은 저도 감히 어디가서 쉽게 올드비라고는 못합니다..

저처럼 황선홍, 홍명보, 라데 현역 시절 봤다 수준을 넘어서..

최순호 현역 시절 봤다, 종합경기장 시절 봤다.. 포철 통근열차타고 축구보러 갔다 수준으로 얘기가 나오거든요..

 

그리고 가난함은 선수들과의 잦은 헤어짐을 만듭니다..

최근 한 20여년 간 K리그 내에서 포항의 포지션은 돈은 없지만 어느정도 성적은 내는 팀입니다.

특급 선수들로 구성된 화려한 팀이나 소수 에이스가 이끌어 가는 팀이 아니라..

한때 잘나갔지만 망한 선수들이거나 그닥 존재감 없는 선수들이 생각보다 활약해주는 팀이고..

1~2년 포항에서 빛을 발하며 주목받는 선수들은 곧 해외나 상위권 팀으로 좋은 대우받고 이적해가죠..

그래서 포항 팬들은 매번 시즌이 끝날 때마다 내년엔 누가 남아 있을까를 항상 걱정합니다..

 

근데 포항 팬덤을 보면 참 재밌습니다.. 항상 올드비와 뉴비의 마찰이 빚어져요..

제가 포항 팬덤을 기웃거리던 시기에도 올드비들은 97~98년에 유입된 팬층을 이동국 얼빠라 비하하고,

저처럼 2002 월드컵 이후에 유입된 층들을 뉴비라고 얕잡아 봤어요..

그 이후로 월드컵이 지날 때마다 한번에 유입되는 층은 계속 뉴비가 되고,

요즘은 코로나 이후 유입된 팬층들을 뉴비라고 하더군요..

한편으로는 올드비들의 모습이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닙니다..

새로 들어은 팬들의 유입은 보통 특정 선수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하거든요..

월드컵이나 굵직한 세계대회에서 본 주로 국가대표 선수에 대한 관심이 그 선수의 소속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죠..

전체 클럽 팬덤에 비하면 선수의 팬덤은 쪽수는 적을지언정 훨씬 응집력이 강합니다..

자신들이 응원하는 그 선수가 마치 클럽의 핵심이자 정체성인 것처럼 말하고..

클럽 이상의 선수가 있는 것처럼 말합니다..

그러니 올드비와 뉴비가 부딪히는 거죠..

 

근데.. 결국은 올드비들도 한때는 누군가 팀 이상으로 사랑했던 선수가 있었고..

뉴비들도.. 선수가 떠나고 나면 일부는 선수따라 옮기거나 사라지지지만,

일부는 선수는 떠나도 팀은 항상 그 자리에 남아있다는 걸 알고 남아있게 됩니다.

그런 사람들이 남아 다시 팬층이 또 켜켜이 쌓여가는 거죠..

그 오랜 세월이 빚어낸 포항 코어 팬들만의 단단함이 있습니다..

 

이게 단순히 팬들 뿐만이 아니라 구단의 운영 철학에도 스며들어 있습니다..

 

스틸러스웨이, 우리가 포항이다 등으로 대표되는..

포항 스틸러스라는 헤리티지를 지켜가야 한다는 의무감을..

선수단, 코칭스탭, 프런트, 팬들까지 모두 공유하고 있다는 게

아무리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지만,

근 30년째 계속 가난해져만 가는 이 클럽이 여전히 K리그1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이유죠..

 

이제 민주당의 이야기입니다..

민주당의 코어는 당원이고, 그 코어는 오랜 세월 쌓여온 것입니다.

김대중 총재 시절부터 따르던 오래된 당원이건..

이해찬 대표처럼 시민사회에서 함께 들어온 사람들이건..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후보 경선 열풍과 함께 들어온 사람들이건..

노무현 대통령 탄핵 이후 열 받아서 들어온 들어온 사람들이건..

이명박근혜 시절을 함께 견디며 문재인 대표의 온라인 당원 가입 열풍과 함께 들어온 사람들이건

윤석열의 내란을 함께 견디며 이재명 대통령 만들어 낸 사람들이건..

 

그 시간을 보낸 오랜 지지자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대통령으로 꼽는 사람은 있고,

정권 교체기에, 또 당내 주력이 바뀔 때마다 지지자간의 마찰이 있기도 했죠..

그럼에도 결국 특정 정치인 개인이 아니라 민주당의 정신에 공감하고 그 정신을 이어가려 하는 사람들이

결국 당원이라는 이름으로 당에 남아있는 겁니다..

그렇지 못한 인간들은 동교동계 찌끄러기가 되고, 노무현팔이하고 저 쪽으로 넘어가고, 문파 어쩌구하며 이낙연/윤석열 지지하다가 민주당에서 사라지는 거에요..

 

민주당의 정치인은 그냥 필드 위의 선수입니다.

민주당이라는 팀을 위해 전설적인 활약을 펼치면 클럽의 역사와 함께하는 레전드로 남는 거죠..

민주당이라는 팀을 위해 활약하지 못하거나 팀 분위기만 망치고 있으면 그냥 방출되는 겁니다.

선수는 바뀌어도 팀은 남습니다..

내가 이 팀에 나름 스타 플레이어랍시고.. 내 맘대로 해볼려고

선수들끼리 패거리만들고, 에이전트들 이용해서 언론플레이를 하고,

또 일부 뉴비 팬들은 거기에 흔들릴 수 있지만..

오래 경기장을 찾는 팬들은 금방 압니다..

 

정치인의 역사는 짧지만 민주당의 역사는 이어집니다.

초선이건 재선이건 몇 번 다선을 한 국회의원이건 간에..

민주당에는 그보다 훨씬 오래된 정치 경험을 가진 당원들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겁니다..

댓글 (2)

  • 시레비펜

    시레비펜 Lv.1

    02.07 · 175.♡.64.100

  • Icyflame

    Icyflame Lv.1

    02.07 · 211.♡.240.220

    포항출신으로서 공감이 되네요.
    포항은 레전드로 오래 남은 몇몇 선수들이 있긴했지만, 잘 나가는 선수들은 다른 팀으로 이적하곤했죠.
    그렇지만 그 스틸웨이라고 해야할지 팀의 분위기가 있고 계속 새로운 선수들이 나왔습니다.
    물론 유스가 잘 받쳐줘서 그렇지만요.
    민주당도 당시 주류라고 했던 사람 중에 오래 남았거나 계속해서 지지를 받았던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결국 소수의 선명하고 훌륭한 지도자(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과 지지자들이 끌어왔고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