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golemongole (112.♡.33.238)
2026년 2월 22일 PM 05:09
죽음이 삶에 의미를 줄 때가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대사인데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에이션트 원(틸다 스윈튼)이 죽기 전 마지막 대사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죽음을 받아들일 때.
"Death is what gives life a meaning."
살아 생전엔 칭찬을 주고 받기엔 서로 민망하죠. 없으면? 좀 더 편하게 칭찬도 하고 낯간지러운 말도 할 수 있겠습니다. 김어준이 '장례식은 웃음도 터지고 시끌벅적'해야한다고 말했죠. 이는 가까운 사람 장례식을 치뤄본 사람이라면 고개가 끄덕거릴 말입니다. 저희 아버지 장례식이 그랬거든요.
오늘도 이해찬 회고록을 읽었습니다. 이렇게 해묵은 책을 제가 뒤늦게나마 읽게 된 것도 저자가 타국에서 유명을 달리해서 그랬던 이유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늦게 알게 되었다고 쓰지만 희미해진 기억이 짙어진 계기를 만난 덕분이죠. 최민희 의원도 처음 듣는 이야기가 많았던 모양이에요. 회고록 작업을 했으니 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도 많았겠죠.
오늘 소파에 누워 김영대 아카이브를 다 들었습니다. 들었던 이야기도 있고 안 들었던 방송도 있었어요. 하지만 매번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장르에 매몰되지 말고 역사와 맥락을 보자는 이야기. 영어로 패밀리 트리라고 부르는 계보를 타고가며 음악을 이해하자는 이야기. 브릿팝과 케이팝을 연속선상에 놓고 학자의 사명감을 가지고 의미를 부여해보려는 시도 등. 이렇게 정성스럽게 이어붙여놓은 아카이브를 일요일 오후 내내 들은 까닭 역시, 어느 정도는 고인이 젊은 나이에 하룻밤에 세상을 떠나서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희미해지지 않고 여전히 또렷이 남아있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죽음이 오히려 삶에 의미를 줄 때도 있습니다. 아니, 죽음이 지나야 삶이 시작하지 않나, 그런 생각까지 듭니다. 이해찬 대표의 삶도 김영대 평론가의 삶도 다른 누군가의 삶에서 다시 시작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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