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문간월도(오동폐월도)로 보는 사장남천동
설
설중매 (211.♡.2.238)
2026년 2월 27일 AM 09:49 · 수정됨(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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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풍속화가로 유명한 긍재(兢齋) 김득신의 그림 중에 <출문간월도(出門看月圖)>(오동폐월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라는 당시의 세태를 꼬집은 풍자화가 있습니다.
김득신이 누구냐면, 아마 '다모앙' 어르신들께서는 소싯적 국사 교과서 표지에서 보셨을 <파적도(破寂圖)>를 그린 사람이지요.
출문간월도는 어린 동자와 개 한 마리가 오동나무 위에 걸린 달을 바라보는 그림인데요. 예로부터 오동나무는 봉황(임금)이 앉는다는 상서로움의 상징이고, 나무에 걸린 달은 임금을 나타냅니다.
그런데 이 그림의 왼편에 적힌 글귀가 그야말로 촌철살인입니다. 후한 시대의 유학자 왕부(王符)의 『잠부론(潛夫論)』에서 짖어대는 개를 묘사한 내용과, 조선 중기의 문인 이경전(李慶全, 1567~1644)이 13세에 지었다는 시에 빗대어 다음과 같이 적혀 있습니다.
한 마리 개가 짖자, 두 마리 개가 짖고
만 마리 개가 이 한 마리 개를 따라 짖네
동자를 불러 문밖으로 나가 보라 하니
달님이 오동나무 제일 높은 가지에
걸려 있다 하네
(一犬吠 二犬吠 萬犬從此一犬吠, 呼童出門看 月卦梧桐第一枝)
지금과는 다르게 조선시대의 좌(左, 왼쪽)는 높은 지위와 명예를 추구하는 자들을 말합니다.
[ 좌의정 > 우의정, 문신(文臣)이 동쪽(왼쪽)에 서는 동반(東班) ]
화폭의 정중앙을 가르는 오동나무를 대비하여, 오른편에는 순수하게 달(임금)을 바라보는 어린아이를, 왼편에는 입신출세를 바라며 임금을 향해 짖어대는 개(선비)를 사실적이고 날카롭게 묘사했습니다.
이는 파격적인 구도와 함께 당시의 세태를 풍자하며 어지러운 세상을 경계하는 내용입니다.
이유도 모른 채 다른 개들을 따라 짖는 개들처럼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말고, '개념'부터 챙기라는 뜻이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시비를 걸며 옆집 개가 짖는 소리만도 못한 말들을 해대는 사람들은 후한 시대에도, 조선 중기에도, 조선 후기에도 있었다는 소리입니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그림으로 남겨져 먼 후대에도 영원히 풍자되는 것이고요.
우리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제 버릇 개 못 준다'
요즘 돌아가는 세태를 보며, 어떤 모리배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무리에게 "달은 짖는 개를 쳐다보지 않는다"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어 이 글을 써봤습니다.
댓글 (19)
- 클
클라시커
02.27 · 211.♡.180.68
-
코코데쉬
02.27 · 175.♡.142.40
잘 읽고..
배우고 갑니다. {emo:damoang-emo-007.gif:120} -
시시커먼사각
02.27 · 119.♡.238.86
너무 고급진데다가 느어어어무 으르신 스러워요. ㅋ -
설설중매
→ 시커먼사각 작성자
02.27 · 211.♡.2.238
제가 지루해 보여서 낚시는 싫어합니다만 의리로 유작가님 낚시채널을 챙겨보고 있는데요. 영상에 달린 목불인견의 댓글들을 보고 마음이 아프더군요 ㅠㅠ -
시시커먼사각
→ 설중매
02.27 · 119.♡.238.86
유작가님 낚시채널과 평산책방 볼 때는 댓글 꺼놓고 봅니다. -_-
세상은 넓고 벌레들은 많더군요. -_- -
설설중매
→ 시커먼사각 작성자
02.27 · 211.♡.2.238
노통 돌아가셨을 때 조롱하던 자칭 진보라는 놈들이 생각나며 너무 화가 나더라구요. 그때 조롱하던 제 주위 인간들과는 지금도 안보고 삽니다. -
하하늘파랑
02.27 · 183.♡.207.34
좋은 글 올려주셔서 견문을 넓히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
JJava
02.27 · 116.♡.70.94
555~!
근데 저 어린 동자가 배불뚝이 아저씨로 보이는건 저만 그런거겠죠? ㅋㅋ -
시시슬리아
02.27 · 220.♡.25.200
느므! 고품격이십니다 -
별별이졌다
02.27 · 115.♡.191.197
군자는 화이부동하고 소인은 동이불화한다고 하죠. 떼 지어 세 과시하는 놈들치고 제대로 된 사람 찾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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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습니다, 이 식견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