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대학살도 라디오의 선동방송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설중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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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27일 PM 09:09 · 수정됨(03. 0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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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 대학살을 기억하십니까?

1994년 4월 6일, 후투족 출신의 르완다 대통령 쥐베날 하뱌리마나가 탑승한 비행기가 격추당해 사망하자, 후투족 극단주의자들은 이를 투치족의 소행으로 몰아붙이며 조직적인 학살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르완다 내에서 인기를 끌던 가수 시몬 비킨디는 인종차별과 살인을 자극하는 가사가 담긴 노래를 만들었고, 르완다의 RTLM(Radio Télévision Libre des Mille Collines)이라는 라디오 방송은 이 노래들을 연일 내보내며 후투족을 선동했습니다.

'Radio Télévision Libre des Mille Collines'는 직역하면 '천 개의 언덕의 자유 라디오 텔레비전'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천 개의 언덕(Mille Collines)'은 르완다를 일컫는 별칭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방송국은 이름에 담긴 '자유(Libre)'라는 단어와는 상반되게, 인류 역사상 최악의 비극 중 하나로 꼽히는 르완다 학살을 선동하고 지휘한 매체로 악명이 높습니다. 단순히 선전만 한 것이 아니라, 살해 대상을 지목하고 그들의 은신처나 차량 번호판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방송하여 민병대가 학살을 수행하도록 돕는 '작전 사령부' 역할을 했습니다.


그들은 투치족을 "바퀴벌레(inyenzi)"에 비유하며,"투치 놈들을 한 명도 남기지 말고 죽여라", "최후의 전쟁을 선언한다", "유엔(UN)과 벨기에 놈들도 모조리 죽여라"와 같은 극단적인 언어로 학살을 독려했습니다.

라디오에서 시작된 선동은 이웃이 이웃을, 심지어 배우자가 배우자를 살해하도록 유도했으며, 약 100일 동안 투치족과 온건파 후투족 약 80만~100만 명이 사망하는 비극을 낳았습니다. 광기에 휩싸인 학살의 흐름을 거부하거나 투치족 이웃을 보호하려 했던 평화주의자들 역시 적으로 몰려 학살당했습니다.

만약 12·3 내란이 성공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전광훈, 고성국, 배승희, 전한길 같은 자들이 앞장서서 선동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내란의 밤 당시 군이 언론사를 장악하려 했던 시도는 르완다의 RTLM처럼 미디어를 '작전 사령부'로 활용하려 했던 의도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을 한 명도 남기지 말고 죽여라."

"지난 총선이 부정선거였음을 선언한다."

"학살에 반대하는 자들도 모두 죽여라."

작년 1월 19일에 보수 종교 단체들과 극우 세력들이 일으킨 서부지법 폭동 사태도 12·3 내란과 궤를 같이합니다. 이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정치 세력을 어떻게든 배제하려는 '두 번째 내란'이 실패했음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요즘 '뉴이재명'이라는 세력과 '리박스쿨'에서는 블랙리스트까지 만들어 가며 민주당이나 진보 진영 사람들에 대해 좌표를 찍고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봉지욱 기자는 김어준, 유시민, 정청래, 조국, 추미애, 박은정, 신장식, 정원오, 정준희, 박구용, 손석희, 황현필, 양이원영 등이 포함된 블랙리스트 명단을 취재하여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자칭 진보 매체라는 경향신문을 비롯하여 조·중·동 등 보수 매체들도 일제히 포문을 열고 이들을 공격하는 기사를 연일 쏟아내며 선동에 가세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동형 계열 유튜브 채널들과 '사장남천동' 같은 소위 정치 자영업자들까지 동조하여, 내부 권력 투쟁과 '조문 털래'라는 프레임 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전하며 진영 전체의 힘을 약화시키는 자해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이들 정치 자영업자들은 뒤에서 선동하며 자신들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이 출연하는 방송과 기사에 좌표를 찍고 댓글 공격을 감행합니다. 이는 건강한 비판이 아니라, 내부 검열과 배제를 작동시켜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하나라도 더 챙기려는 사리사욕 가득한 선동일 뿐입니다.

과거 르완다의 비극이 '증오의 라디오'에서 시작되었듯, 특정 유튜브 채널과 SNS를 통한 좌표 찍기 역시 공동체의 민주적 토양을 파괴하는 위험한 징후로 보입니다. '자유'라는 이름 뒤에 숨은 선동과 배제가 가져올 위험한 결과에 대해 경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내전이 끝난 후, 유엔 르완다 국제형사법정(ICTR)은 이 방송국의 설립자와 언론인들에게 인종학살 선동 및 반인륜 범죄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했습니다. 이는 언론과 유튜브 매체들이 대중에게 증오를 부추길 때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선례입니다.


참고한 기사

When the World Turned Its Back: James Nachtwey’s Reflections on the Rwandan Genocide

학살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용소에 투옥되어 굶주림과 마체테로 공격 받은 후투족 피해자 남성의 모습입니다.

댓글 (30)

  • 순후추

    순후추 Lv.1

    02.27 · 220.♡.111.111

    새 프사가 참 이쁘시네염
  • 설중매

    설중매 Lv.1 → 순후추 작성자

    02.27 · 211.♡.2.238

    [https://s3.damoang.net/data/editor/2602/dd037c4.gif]
  • 열심개발자

    열심개발자 Lv.1

    02.27 · 1.♡.61.212

    영화 호텔 르완다를 아주 오래전에 충격적으로 본 기억이 납니다.
  • 설중매

    설중매 Lv.1 → 열심개발자 작성자

    02.27 · 211.♡.2.238

    저도 감명 깊게 본 영화입니다.
  • 다시머리에꽃을 Lv.1

    02.27 · 106.♡.206.195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유' 라는 단어가 포함된 단체치고 제대로 된 곳을 못본거 같습니다
  • 설중매

    설중매 Lv.1 → 다시머리에꽃을 작성자

    02.27 · 211.♡.2.238

    격하게 공감드립니다.
  • 부산혁신당

    부산혁신당 Lv.1 → 다시머리에꽃을

    02.27 · 104.♡.68.24

    하나같이 지 허리 아래의 자유만 진짜 자유인것처럼 굴죠 ㅎㅎㅎ
  • 국수나냉면

    국수나냉면 Lv.1

    02.27 · 112.♡.224.214

    이란과 러시아 팔레스타인 남미에 묻혀 아프리카 소식이 없는 국제 사회를 보며 슬픕니다.
    그 어느 때보다 학살과 분쟁이 빈번한 시절입니다. 안정을 찾아가던 나라조차 미래를 잃고 있더라고요.
    어느덧 세상은 150년 전으로 돌아가 무지막지한 식민지 쟁탈전을 재편성하려는 듯 싶네요.
  • 설중매

    설중매 Lv.1 → 국수나냉면 작성자

    02.27 · 211.♡.2.238

    옳은 지적이십니다. 우리나라 자칭 언론들도 반성해야죠. 저부터도 반성해야할 지점이구요.
  • 시커먼사각

    시커먼사각 Lv.1

    02.27 · 49.♡.218.16

    우리나라에 "진보"매체라는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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