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리아 (14.♡.100.6)
2024년 5월 10일 PM 06:57 · 수정됨(20:27)
모든 것에는 처음이 있고 그 첫 경험에는 항상 좋은 사람 혹은 나쁜 사람이 등장하여 추억이 되기도 하고 흑역사가 되기도 한다. 가열차게 살아온 세월을 뒤로 하고, 딱 1년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고자 무작정 떠나, 남부 지방 소도시에서 원룸 생활을 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 1년 계획은 3년으로 막을 내렸다.
돌이켜보니, 한 달에 3만원도 소비하지 않았던 편의점의 점주는 나에게 항상 친절했다. 반면, 한달에 30만원씩 3년간 1080만원을 소비하고 떠나 온 원룸의 건물주는, 막말과 고성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보증금에서 청소비 10만원을 갈취하면서도 당당했다. 똥 밟았다 생각하고 잊어버리자 했다. 그런데,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쑥 불쾌한 기억으로 튀어나오곤 한다. 혹시, 트라우마? 그것이 무엇이든, 다시 튀어나오지 못하게 잘게 썰어 폐기하고 싶다.
(지루하지 않은 짧은 글 작성에 소질이 없어서. 일단, 나의 경험을 3단락으로 구분하기로 했습니다. (1) 입주 전후 상황; (2) 거주 기간의 상황; (3) 퇴거 전후 상황
< (1) 입주 전후 상황>
봄 기운이 만연하던 3월 말경, 렌터카를 운전하여, 여행하듯 남부 소도시에 도착 & 우연히 지나가다 보게 된 원룸 건물의 전화번호로 연락 -> 건물주 왈, 당일 아침에 입주자 1명이 (갑자기) 퇴거 통보를 했다며, 즉시 방을 보여줌 -> 몇 일 후, 4월 1일에 입주 완료.
신도시 건물에 CCTV 출입 보안과 인근 경찰서도 믿음직했고, 부엌 겸 남향 베란다로는 봄 햇살이 가득하고, 길 건너 산책 가능한 언덕의 초록색도 싱그러워, 행운의 여신이 나의 안식 년을 축복하는 듯했다. 이때 미처 깨닫지 못한 문제는, 건물주의 살림 집이 바로 머리 위 4층에 있다는 점. 50대 후반 혹은 60대 초반(정확히 기억나지 않음)의 부부가 12개의 원/투룸 월세를 받으며 건물 관리도 직접 하는 곳.
내가 내린 결론은, 이런 곳에 거주할 때의 단점은, 장점을 초과한다. 인간 세상의 스트레스를 피해서 안식 년을 꿈꾼다면 더더욱 NO NO! 각 개 인간의 성향은 절대로 예측도 변화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건물주는, 자신이 직접 청소를 했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화장실에서 나는 하수구 냄새는 왜 인지하지 못한 것일까? 화장실 문만 열면, 하수구 특유의 냄새가, 순식간에 원룸 전체를 채워버렸다. 원인 파악을 위해 몇 일을 견딘 후 결국, 건물 안 주인의 조언에 따라, 락스와 뜨러운 물을 활용해 스스로 해결했다. 벽걸이 에어컨의 문을 열어보니, 새까만 먼지 덩어리들이 언제든 바람과 함께 튀어나올 준비가 되었다는 듯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얼마 동안 청소를 하지 않으면 이런 상태가 되는 것일까? 에어컨 전원 코드를 빼 버리고, 냉방병이 있는 나에게는 없어도 되는 물건이므로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드럼 세탁기 입구의 고무 패킹에도 검은 때가 보였지만, 이 역시 스스로 해결했다. 가스렌지 2구 가운데 1개는 점화가 잘 되지 않고 딱 딱 소리가 났지만, 1구만으로 충분하므로,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마루 바닥, 화장실, 부엌 싱크대, 냉장고 등 모두를 직접 다시 청소했다. 여행지 펜션에서도 그리하듯이, 나에게는 이것이 당연한 것이다.
무엇보다 원룸은, 일단 입주하면 누군 가를 방안으로 들일 때, 마치 은밀한 공간이 노출되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이후에도, 나는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했다. 물이 새는 욕실 샤워기와 부엌 싱크대 호스, 변기 뚜껑까지, 인터넷과 유튜브 검색으로 구매/교체를 직접 했다. 나름 새로운 경험이어서 즐기면서 했다. 나중에는 가스 레인지 2구 모두 점화가 되지 않아서 휴대용 버너를 사용했다. 세면대 배수구 마개가 용수철 채로 튀어 올랐을 때는, 부속품을 그대로 컵에 담아 욕실 벽장 위에 모셔두고 마개 없이 사용함에 불편함은 없었다. 퇴거 2개월 전, 세탁기는 아예 작동을 멈추어 손 세탁을 했다. 이쯤 되면, 자립 형 모범 입주자로 인식되어, 감사 패 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 떠날 수 있을 것이라 의심하지 않았다. 나의 착각이었다.
(Q) 돌이켜보니 문득 궁금해집니다. 애초에, 내가 너무 너그러운 성향의 입주자였을까? 깐깐한 태도로 상대를 긴장 시켜야 했을까? 마치, 또 다른 형태의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직장인의 자세로 나 역시 긴장해야 했을? (저의 관점으로) ‘자영업자’ 일 뿐인 건물주의 입지를 망각하게 한 덕분에, 결국에는 반말, 고성, 폭언이라는 봉변을 자초한 걸까?
이미 A4 1장을 넘어가는 분량이 되어서, 이만 멈추고, 다음 편으로 다시 돌아오려고 합니다. 영원한 눈팅 족을 탈출하는 과정이라 이해해 주세요.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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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ava
24.05.10 · 116.♡.6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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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멜리아
→ Java 작성자
24.05.10 · 14.♡.100.6
첫 댓글! 반갑습니다. 입주 전 보여준 방은, 건물주 아들이 거주하는 동일 형태의 다른 원룸 이었고, 나중에 발견한 문제도 제 입장에선 그리 큰 문제도 아니였는데, 진짜 문제는 후속 편에 언급할 건물주의 인성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
JJava
→ 카멜리아
24.05.10 · 116.♡.66.77
처음부터 속이려고 작정을 했네요.
살 방을 보여줘야지요. -
나나른한
24.05.10 · 14.♡.81.92
고장은 바로 이야기하는게 좋은것 같습니다. 나중에 나갈 때 책임소재를 가린다고 나오면 머리 아파지죠. 수전이나 물이 새는건 자신이 고칠 수 있어도 주인에게 말해서 맡기는게 낫습니다. 그거 잘못되서 벽배관이라도 잘못되면 진짜 큰돈 들어가거든요. -
카카멜리아
→ 나른한 작성자
24.05.10 · 14.♡.100.6
그렇겠군요. 다행히, 제 경우엔, 유지 보수 관련 문제는 없었고, 건물주의 이기심과 인성의 문제였던... -
시시몽
24.05.10 · 180.♡.152.200
소설 속 캐릭터같습니다.ㅎㅎ 예고편이 슬픕니다😭 -
카카멜리아
→ 시몽 작성자
24.05.10 · 14.♡.100.6
오, 위트 넘치시는 댓글, 감사합니다. 멍청한 캐릭터 같아서 정말 슬프기도 합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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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뜨,
이번 글 내용의 절반 정도는 입주 전에 확인하셨어야 할 것이고,
확인했다면 입주하지 말았어야 하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