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18.♡.227.59)
2026년 3월 2일 AM 02:44 · 수정됨(14:07)

(전) 70만 유튜버 겸 청년재단 이사장 겸 시사비평가 오창석씨의 글을 보고 정말 오랜 만에 글쓰기 지도글을 써봅니다. 이런 종류의 글을 자타칭 작가라는 분이자 민주 진영의 사람에게 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글이 길어서 짧게 1번 문단만 살펴보겠습니다. 이 부분만 봐도 전체 글의 어디가 어떻게 잘못됐는지, 글쓰기란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오창석 비평가/재단 이사장/유튜버님도 깨닫는 바가 있겠죠.
"저는 1월 22일 정청래 당대표의 합당 제의를 비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코스피 5000을 막 넘기고, 한덕수 23년형의 기분 좋은 상황에 일순간 찬물을 끼얹은 것이었습니다."
작가답게 이 부분 문장 내의 주술 호응이나 어휘 사용 자체만 보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두 문장이 붙어 나오면 이상한 느낌이 들 겁니다. 왜 그럴까요. 하나씩 보겠습니다. 첫 번째 문장은 그저 사실 진술입니다. (비판인지 비난인지에 대해선 차치합니다) 넘어가겠습니다. 두 번째 문장은 꽤나 문제가 있는데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하지만,"에 쉼표를 붙였는데 이건 버릇일 수도 있고 호주 유학의 경험으로 인한 However,의 버릇일 수도 있습니다. 제2 언어습득론에서는 '간섭'이라는 용어로 부릅니다만, 한국어 글쓰기를 할 때 접속부사 뒤에 쉼표를 붙이는 건 어색한 글쓰기입니다. 그리고 뒤에 나오는 넘기고에서도 쉼표를 붙였는데 쉼표라는 것은 말 그대로 한 템포 쉬어가는 겁니다. 전후로 붙는 절 사이의 의미가 다르거나 긴 문장을 쓸 때 독자에게 쉬는 장소를 제공하는 겁니다. 하지만 저 문장의 "...넘기고, 한덕수..." 부분은 의미가 서로 다르거나 상충하는 진술도 아니고 문장이 길어서 쉬어가는 시간을 제공할 필요도 없습니다. 두 개의 쉼표는 불필요하게 사용된 면이 있습니다. 이를 수정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저는 1월 22일 정청래 당대표의 합당 제의를 비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코스피 5000을 막 넘기고 한덕수 23년형의 기분좋은 상황에 일순간 찬물을 끼얹은 것이었습니다.'
쉼표를 지우면 깔끔한 문장은 되지만 아직 핵심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포인트는 어디일까요? 바로 "이는"에 있습니다. 두 번째 문장 '이는'의 이가 지칭하는 것은 무엇인지가 두 가지로 해석이 될 수 있습니다.
1) 정청래 당대표의 합당 제의
2) 오창석 비평가가 비판한 것.
오창석 씨는 전자를 의도했겠지만 해석이 애매한 '이는'을 사용하여 독자로 하여금 헷갈리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영어에서 that이 그런 것처럼 앞 선 문장의 일부분을 받을 수도 있고 문장 전체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처음 1번 문단을 읽을 때부터 스크롤이 쉬이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이'가 정청래 대표의 합당 제의를 가리키는 것인지 본인의 포스팅을 가리키는 것인지 헷갈렸기 때문에요. 오창석 비평가가 "입장"이라고 서두에 썼지만 '사과문이었으면' 하는 제 기대 때문이었는지 후자로 해석되는 걸 지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로 해석 가능한 문제를 고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1월 22일 정청래 당대표의 합당 제의를 비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의는 코스피 5000을 막 넘기고 한덕수 23년형의 기분좋은 상황에 일순간 찬물을 끼얹은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고치고 나면 또 문제가 생깁니다. 어떤 파트일까요? '하지만'입니다. 하지만은 의미를 뒤집는 반증의 사실을 제시할 때 사용되는 접속부사입니다. 제가 지적하는 두 문장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의미가 이어지는 흐름이기 때문에 하지만을 빼야합니다. 굳이 접속부사를 넣겠다면 그런데를 넣어야 합니다. 사실 그런데를 넣는 것조차 어색하게 들릴 수 있어서 저라면 접속부사를 쓰지 않겠습니다.
'저는 1월 22일 정청래 당대표의 합당 제의를 비판한 바 있습니다. 이 제의는 코스피 5000을 막 넘기고 한덕수 23년형의 기분좋은 상황에 일순간 찬물을 끼얹은 것이었습니다.'
(단 두 문장을 첨삭하는 데도 많은 해설이 필요하네요. 이래서 글쓰기 지도가 어렵습니다.)
다음을 보겠습니다.
"그리고 제 비판 지점은 명확했습니다. 작은 사안이라도 물어보고 결정하겠다는 1인 1표제의 동의를 구하는 날에 이렇게 하는 것이 맞냐는 것이었습니다. 1인 1표제에 동의를 마친 저로서는 황당할 따름이었습니다."
이 부분의 문장 단위에선 고칠 단점이 보이진 않습니다. 아, 문장으로서 문제가 없다는 것이지 이제부턴 내용에 대해서 지적을 해보고자 합니다. 이것은 아래의 인용과도 이어지는 부분이므로 계속 인용해보겠습니다.
"비판의 지점은 명확했고, 이 비판을 했다고 사과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번 문단 자체가 정청래 대표의 합당 제의에 대한 비판이므로 '비판'이 이 문단의 주제입니다. 그럼 내용적으로 보면 이 문단의 사실 진술과 해석은 바른 것일까요? 글쓰기 첨삭에서 문장에 대한 첨삭도 중요하지만 사실 인용과 해석에 대한 것도 지나칠 수 없습니다.
먼저 말하고 싶은 건 '"작은 사안이라도 물어보고 결정하겠다"와 "1인 1표제"라는 등치의 문제입니다. 작은 사안조차 당원들에게 물어보는 것은 당 운영에 관한 것이고, 1인 1표제는 민주정의 원칙에 대한 것입니다. 이것을 등치시키면 민주정의 원칙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고 보일 수 있기에 시사비평가로서 감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사건의 병치와 인과관계를 덧붙이는 해석의 문제입니다. 고사성어 중에는 오비이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뜻인데, 이 두 사건에는 어떤 인과관계도 없습니다. 우연히 벌어진 사건입니다. 시점만 동일할 뿐이죠. 합당 제의와 1인 1표제에 대한 논의는 같은 날에 나왔습니다. 이것을 선후관계를 따지고 어떤 것이 원인이고 결과라고 유추하는 것은 자유입니다만, 그것으로 곡해를 해서 비판하는 것은 비난에 가까운 비평입니다.
제 추측은 이렇습니다. 오창석 비평가는 '정청래 대표가 합당을 활용해 계파를 만든다. 그 후 이렇게 형성된 계파로 다음 당대표 선거에서 1인 1표제로 연임을 도전하는 발판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인과관계를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인과관계는 오창석 비평가의 뇌 안에서 이뤄진 원인과 결과의 도식일 뿐이지 객관적 사실이 아닙니다. 혹자는 반대로 인과관계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정청래 대표는 1인 1표제라는 기반을 마련해서 합당의 절차를 가장 민주적으로 만드려고 했다.'고 말이죠.
전자의 해석이 타당성이 있고 적절했고 명확한 지점이 있었다면, 후자의 해석도 역시 그러합니다. 하지만 이 두 추측/해석은 추론의 영역일 뿐, 사실성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사실을 담보할 수 없는 내용을 근거라고 제시하면 해당 글의 설득력은 점점 떨어지게 됩니다. 스스로 비판의 지점이 명확했다고 진술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명확하지도 분명하지도 않습니다. 본인 스스로 확정지은 시나리오 안에서 타당할 뿐이죠.
그런 점에서 보자면 1번 문단의 후반부는 대폭 수정을 해야합니다.
'저는 1월 22일 정청래 당대표의 합당 제의를 비판한 바 있습니다. 이 제의는 코스피 5000을 막 넘기고 한덕수 23년형의 기분좋은 상황에 일순간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제 비판 지점은 합당을 기반으로 당대표 연임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1인 1표제와 결부시켜 본다면 이런 추측까지 가능했다고 당시에 판단했습니다. 1인 1표제에 동의하는 저지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다소 황당했습니다.'
이렇게 수정을 하면 꽤 좋은 글이 됩니다. 문장의 흐름도 괜찮고 자신의 의견도 보다 명확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내용이 수정되면"비판의 지점이 명확"하지 않고 '사과를 해야 하는 글'이 됩니다. 단순하게 병치된 두 사건의 인과관계를 추측해서 비판하고 비평하는 건, 허수아비 때리기의 오류이기 때문입니다.
감히 저같은 일개 네티즌이 이런 지적글과 지도글을 쓴다고 해서 오창석 이사장/비평가/유튜버님께서 볼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혹시라도 이 글을 보게 된다면 한 번쯤 생각해보기를 바랍니다. 1) 과연 작가라는 직업에 어울리는 글을 썼는가 2) 비평가라는 위치에 맞게 사실에 기반한 비평/비판이었는가 3) 동지의 언어로 말했는가 4) 노무현 대통령이 말했듯 의리가 있는 행위였는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15)
- 긴
긴급휴무
03.02 · 112.♡.154.184
-
하하늘걷기
03.02 · 211.♡.97.42
인과관계가 설명되지 않는 건 사실이 아닌 똥파리 세계관에서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그 세계관에 사로잡혔기 때문에 이렇게 친절한 글을 이해 못 할 겁니다. -
설설중매
03.02 · 220.♡.235.240
오우! 어느정도 진정들 하시면 다모앙에 이런 고급진 비평글이 나올 줄알았는데 감사히 읽고갑니다. -
IIntothewoods
03.02 · 72.♡.230.125
👍👍👍👍👍
논술학원 위치 전화번호가 필요합니다 -
에에센자
03.02 · 211.♡.134.129
명문이십니다. -
모모모디
03.02 · 39.♡.24.79
글이 술술읽힙니다. 타당성 부분에 동의합니다. -
제제리아스
03.02 · 210.♡.125.64
똑같은 말을해도 이렇게 다른건데 ...글쓰는것도 재주라는게 이런거군요. -
에에러맛스타
03.02 · 116.♡.230.113
솔직하지 못했기 때문에 첫 문장이 그렇게 망가진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가볍게 사과하면 끝날 일이었습니다.
정말 안타깝네요. -
사사리군
03.02 · 1.♡.110.243
쉬운길을 어렵게 만드는 재주가 대단하네요 이양반...
이제 그냥 맘편히 보내줘야겠네요 잘가시게 ~ -
섬섬지기
03.02 · 218.♡.152.62
70만 유튜버 입장에서는 이렇게 고친다면 어떨까요.
'1월 22일 정청래 당대표가 합당 제의를 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의는 코스피 5000을 막 넘기고 한덕수 23년형의 기분좋은 상황에 일순간 찬물을 끼얹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대표를 비판했습니다.'
순수하게 글쓰기 차원의 의견이었습니다. 고급진 첨삭 지도로 또 다른 측면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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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0월 00일에 정청래 당대표의 합당 제의를 비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 비판은 코스피 5000을 막 넘기고 한덕수 23년형의 기분 좋은 상황에 일순간 찬물을 끼얹은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