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docok (180.♡.182.76)
2024년 5월 11일 PM 12:52 · 수정됨(14:32)
상담하면서 느낀 점_4_살아야할 이유를 아는 것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나는 직업환경의학과의사이다. 다른 의사와 다른 특이한 점은 직업을 묻는다. 상담을 하기 전에 자신의 직업력과 현재 근무할 업무에 대한 정보를 전산에 등록하고 오늘 나온 검진결과, 과거의 검진결과, 음주, 흡연, 운동, 비만도, 혈압, 허리둘레, 불편한 증상에 대하여 들어오기전부터 전문의는 알게 된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당신의 직업은 무엇입니까?"
이다. 최근에는 건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많이 검진을 한다. 거친 일을 한다고 해서 그 분들의 인생관이나 생활이 거칠기만 하거나 자기 규율없이 무절제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먼지와 땀으로 범벅이 되고 음주, 흡연, 식사 습관이 나쁜 비율이 훨씬 높긴하다. 건설 근무지가 지속되는 일자리가 아니다보니 출장지에서 남성들끼리 모여서 업무를 한다. 대부분 전두엽보다 변연계 충동과 쾌감에 기여하는 도파민 상승 물질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에탄올, 니코틴, 정제탄수화물 등이다.
그 중에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삶의 이유를 찾이 못하는 분들이다. 왜 건강한 생활습관이 중요한지 설명한다 한들 왜 살아야하는지 이유가 없는 분들에게는 소용이 없다. 그 짧은 검진시간과 뒤에서 대기하는 다음 수검자의 초조한 눈 빛과 의미없다는 듯 앉아 있는 수검자는 나를 포기하게 만든다.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아는 분들의 눈빛은 다르다. 술을 왜 끊어야 하는지 어떻게 끊으면 좋은지 설명을 하면 눈이 반짝 거린다. 그리고 상담실을 나갈 때 90도로 인사를 하고 나가신다. 나는 워낙 바쁘다 보니 일어나서 인사는 할 수 없지만 마음속으로 외친다. 내가 감사하다고.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삶을 당신이 나를 가르쳐 주셨다고 말이다.
24년 4월 28일 강한 인상을 남긴 60대 건설 근로자가 생각난다. 술, 담배도 안하시고 식단도 건강하게 드시면서 하루에 수면도 충분히 하면서 모든 건강지표가 매우 좋았다. 주말에는 친구들과 산을 6시간씩 탄다고 한다. 심지어 그 중에서도 항상 일등이라고 자랑을 하신다. 힘든 일을 하시지만 눈은 너무나 맑고 반짝거렸다. 나는 물었다.
"왜 이렇게 열심히 사세요?"
노인, 아니 훌륭한 삶을 사는 영웅은 나에게 대답하였다.
"난 건강해야돼. 아내가 많이 아파."
라고 말하면서 멋쩍게 웃었다.

댓글 (9)
- L
loveMom
24.05.11 · 211.♡.197.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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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kdocok
→ loveMom 작성자
24.05.11 · 180.♡.182.76
가끔은 상담을 하는 건지 상담을 받는건지 헤깔리는 때가 있습니다. - L
loveMom
→ okdocok
24.05.11 · 211.♡.197.177
어젠가 다모앙에서 아픈 남편 있어 하루에 고단히 3가지 직업 뛰는 아주머니 글을 본뒤라 막줄에 더 감정이입이 됐어요ㅠ -
Ookdocok
→ loveMom 작성자
24.05.11 · 180.♡.182.76
가족이 짐이 아닐 수 있어요. 내가 등에 업고 내가 달리는게 아니라 내 등뒤에 붙어서 더욱 큰 날개를 펼쳐서 저를 이끌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 L
loveMom
→ okdocok
24.05.11 · 211.♡.197.177
공감합니다. -
오오목눈이
24.05.11 · 118.♡.12.113
좋은 글 감사합니다 {emo:damoang-emo-000.gif:20} -
Ookdocok
→ 오목눈이 작성자
24.05.11 · 180.♡.182.76
여러분의 인사가 저의 힘이죠^^ -
Aadfontes
24.05.11 · 27.♡.21.142
이후에 글을 묶어서 책을 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mo:damoang-emo-007.gif:50} -
Ookdocok
→ adfontes 작성자
24.05.11 · 180.♡.182.76
제 인생이 책을 낼 정도로 감동을 줄 수 있는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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