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V4030 (210.♡.27.130)
2026년 3월 10일 PM 04:23

<조반니 팔코네, 파올로 보르셀리노 검사>
이탈리아는 우리나라보다 더 정의로운 검사 개념이 잡힌 나라였습니다. 왜냐하면 이탈리아엔 마피아가 있었고, 2차례의 큰 마피아의 전쟁이 있고, 이들을 소탕하기 위해 전설적인 검사들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1980~90년대 마피아의 테러로 마피아와 목숨을 걸고 싸우던 2명의 검사들이 사망했으니, 그들을 기려 이탈리아 사람들은 팔레르모 공항 이름을 팔코네 -보르셀리노 공항으로 개명하기까지 합니다.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 검사>
그리고 1992년, 검사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가 2월 PSI 당원을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하면서, 그 유명한 마니풀리테, "깨끗한 손"이라는 대규모 정치권에 대한 사법수사가 시작하게 됩니다. 여기서 드러난 것은 탄젠토폴리(Tangentopoli)이라는 거대한 뇌물 구조였는데, 여기에는 당시 사실상 양대 정당이던 DC(기독교민주당), 이탈리아 사회당(PSI)이 대부분 연루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수사할 때 6명의 전직 총리를 포함한 정관계 인사 5000명이 수사대상에 오르고, 한때 이탈리아 의회 의원의 절반이 기소 상태였으며, 400개 이상의 시,읍 의회가 부패 혐의로 해산되었습니다. 수사에 몰리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들이 벌어지기도 하구요.
이를 억누르기 위해 1993년 총리와 법부장관이 나서서 형사 혐의를 행정 혐의로 대체하려는 법령을 시도했으나, 시민들의 대규모 공분을 샀죠. 결국 대통령의 거부권과 함께 법령은 통과 못하고, 총리는 사임하고 이후에도 새 내각을 구성하는데 실패합니다. 그리고 기독교민주당과 이탈리아 사회당은 사실상 해체해버리죠. 더 나아가 이탈리아 1공화국은 붕괴합니다. 그리고 1994년 선거를 통해 제2공화국이 시작하게 됩니다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미디어 재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와 포르차 이탈리아가 장기 집권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 마리 풀리테는 부패 문제를 결국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부패를 저지른 인물은 솎아냈지만, 여전히 부패 구조는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미디어 권력을 쥐고 있었고, 이를 통한 인기로 반부패 혐의를 피해갔습니다.
거기다가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가 검사를 그만두고 1998년 정계에 입문하여 이탈리아 발로리라는 정당을 창당하였습니다. 이 정당은 중도 좌파 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만, 여기도 부패 스캔들이 벌어졌습니다. 결국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도 몰락했지만, 더 큰 문제는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정치 자체에 대한 불신을 품게 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탈리아 정치에 매우 부정적인 시그널을 가져왔습니다. 이탈리아 극우정당인 MSI(Movimento Sociale Italiano)는 WW2 이후 파시스트 잔존 정치인들에게서 교육을 받고 사실상 이탈리아 파시즘의 유산을 수호하는 세력이었습니다. 이들은 1990년대 이후 자신들의 입장을 바꿔 파시즘보다 보다 민주주의의 약점을 이용하는 극우로 성격을 바꿨고(이때 AN로 이름을 바꾸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포르치 이탈리아와 연합을 이뤘습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
그리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정계에서 은퇴하자, 그 자리를 어찌저찌 이 Fdl이 꿰어차게 되었는데요, 이게 MSI->AN->Fdl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한국에 온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 극우 정당인 Fdl 소속이죠.
어떤 분은 이게 왜 문제냐 할 지 모르겠습니다만... 정의로운 검사가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정치적인 변화는 가져올 수 없었다는 게 핵심입니다. 깨끗한 손 사법 수사는 부패 정치를 청산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정치에 대한 불신을 가속시켜 베를루스코니 같은 자를 장기간 권좌에 앉혔죠. 베를루스코니의 집권 기간 동안, 이탈리아는 압도적인 저성장을 기록했고, 남유럽 경제위기로 인해 폴란드 같은 신흥국에게도 경제적으로 밀리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그리고 베를루스코니가 가자, 정치적 불신에 편승하여 Fdl이 집권하게 되었는데, 지금이야 본색을 숨기고 있습니다만...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모르죠. 이탈리아는 엄청난 국가 부채와 더불어, 전형적인 포퓰리즘 국가로 평가받는 중이죠.
이것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정의로운 검사가 만든 디스토피아가 뻔히 있는데, 부패한 검사가 만들 디스토피아가 얼마나 클까요? 이런 와중에 여전히 부패한 검사가 기소권을 넘어 수사에 개입하고, 더 나아가 정치에 개입해서 엘리트들을 위한 나라를 만드려고 하는 한국의 상황은 더더욱 위험하다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댓글 (9)
- 다
다시머리에꽃을
03.10 · 106.♡.195.215
-
FFV4030
→ 다시머리에꽃을 작성자
03.10 · 210.♡.27.130
그러니깐 더 문제라는 거죠. ㄷㄷㄷㄷ
-
HHENE
03.10 · 220.♡.77.89
지금도 유행하는 대유행어 '붕가붕가'를 남긴 자 사진이 있네요.
저 이태리MB놈은 감옥에도 안가고, 밀라노 대성당에서 국가장까지 했다네요. ㅠㅠ
-
FFV4030
→ HENE 작성자
03.10 · 210.♡.27.130
우리나라 긁우에 영감을 준 인물일 수도 있죠. 우리나라도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
다다마스커
03.10 · 220.♡.246.38
마니풀리테던가요? 깨끗한 손이라고 들었던거같네요
-
FFV4030
→ 다마스커 작성자
03.10 · 210.♡.27.130
네 맞습니다. 깨끗한 손이 이탈리아어로 마니풀리테라더군요.
- 아
아이고고
03.10 · 167.♡.16.202
멜라니는 [베] 보단 훨 나은 인물이라..
-
FFV4030
→ 아이고고 작성자
03.10 · 210.♡.27.130
이게 웃긴 게 사람은 베보다는 나은데, 속한 정당이 더 극우적이죠. 심지어 파고들면 파시스트랑 엮여 있는 곳이니 불안감을 품을 수밖에요.
-
놔놔라놔놔
03.10 · 27.♡.123.122
좋은 글 추천 드려요. 하나 배우고 갑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뭐.. 정의로운 검사 조차도 없었던거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