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권, 벌써 레임덕으로 가는가
실리모

Lv.1 실리모 (71.♡.158.201)

2026년 3월 15일 AM 07:46

조회 7,318 공감 0

이 글은 최근 이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글에서 출발했습니다.

"지금 민주당과 정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내란 이전 민주당의 정체성으로 이해하려고 하면 이해가 안 됩니다. 그때의 민주당과 지금의 민주당은 지향점이 다르다고 봐야 됩니다"라는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셨고, 저도 그 글을 읽으며 '이 불편함의 정체가 정확히 무엇인가'를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AI와 긴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재명이 후보 시절부터 보내온 신호들, 코어 지지층이 분노하는 구조적 이유, 검찰 개혁이 왜 모든 것의 핵심인지, 그리고 60% 지지율이 오히려 개혁을 미루게 만드는 함정이 될 수 있다는 역설까지, 대화를 통해 분석한 내용을 글로 정리한 것입니다.

AI가 분석의 틀을 잡는 데 도움을 줬지만, 문제의식과 판단은 저의 것입니다.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으시면 댓글로 자유롭게 의견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재명 정권, 벌써 레임덕으로 가는가

'설마'가 '의심'으로 바뀔 때

취임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미 균열이 보입니다. 코어 지지층 사이에서 '설마'가 '의심'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 전환점은 검찰 관련 정부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부터입니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대원칙은 어디로 갔고, 중수청은 왜 애초의 취지와 달리 검찰의 권한을 사실상 온존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진보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냉소와 분노가 교차하는 글들이 넘쳐납니다. 단순한 불만이 아닙니다. 뭔가 근본적인 것이 어긋났다는 감각에서 비롯된 목소리들입니다.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이 글은 그 '이상함'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차분하게 분석하고자 합니다.

레임덕은 보통 임기 말에 옵니다. 국정 동력이 소진되고, 차기 권력을 향한 시선이 쏠리며, 대통령 주변이 조용히 떠나기 시작할 때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재명 정권에서 감지되는 균열은 임기 말의 피로가 아닙니다. 임기 초에 코어 지지층이 등을 돌리기 시작하는, 훨씬 더 이례적이고 위험한 신호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을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이재명은 처음부터 이 방향을 예고했습니다

 먼저 불편한 사실 하나를 짚고 가야 합니다. 이재명의 지금 행보는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닙니다.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이 어떤 방향을 지향하는지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단지 많은 지지자들이 그 신호를 다르게 읽었을 뿐입니다.

'중도보수정당' 발언의 의미

대선 후보 시절 이재명은 민주당을 스스로 '중도보수정당'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선거 전략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는 표현으로 이념보다 실용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진보 지지층은 이것을 선거용 언어로 해석했습니다. 당선되면 본모습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그 '본모습'이라고 기대했던 것이 애초에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후보 확정 직후 이재명의 첫 행보는 이승만·박정희 묘역 참배였습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이 묘역을 첫 일정으로 선택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좌우 진보 보수가 있을 수 없다'는 그의 말은 통합의 언어처럼 들렸지만, 동시에 진보 진영의 정체성을 희석시키겠다는 선언이기도 했습니다.

보수 원로 영입과 금투세 폐지 수용

선거대책위원회에는 이명박 정부 법제처장 출신까지 포함됐습니다. 보수 원로인 윤여준 전 장관, 이석연 전 법제처장 등과 잇따라 회동하며 '통합 선대위'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진보 지지층은 이것 역시 외연 확장을 위한 선거 전략으로 읽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명확한 신호는 금융투자소득세, 즉 금투세 폐지 수용이었습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 등 금융투자로 연 5000만 원 이상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과세하는 제도로, 민주당이 오랫동안 추진해온 정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재명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폐지 요구를 받아들였습니다. 당내 반발이 있었지만 이재명은 밀어붙였습니다. 이것은 이념이 아니라 시장의 논리, 중산층 투자자의 심리를 더 중시하겠다는 실용주의적 선택이었습니다.

취임 후에도 이어진 신호들

취임사에서 이재명은 '통합'을 다섯 번 언급했습니다.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취임 후 인사에서는 비명계(비이재명계) 우상호를 정무수석으로, 계파색이 옅은 강훈식을 비서실장으로 앉혔습니다. 연말에는 보수 성향의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지명했다가 여권 내 반발로 철회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이 모든 신호들을 연결하면 하나의 일관된 그림이 나옵니다. 이재명은 처음부터 '대동세상'을 외쳤습니다. 온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선거용 수사가 아니라 그의 실제 정치적 지향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코어 지지층은 그 신호를 듣고 싶은 대로 들었습니다. 내란 정국이라는 극적인 구도가 그 선택적 청취를 가능하게 해준 거대한 덮개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 실망이 정당한 이유

그렇다면 코어 지지층의 분노는 착각의 산물인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오독한 것에 대한 자업자득인가 하는 질문이 생깁니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하게 말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는 훨씬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든 것은 누구인가

이재명이 대통령이 된 것은 보수층을 아우른 덕분이 아니었습니다. 실제 득표 구조를 보면 냉정한 현실이 보입니다. 이재명은 역대 대선 최다 득표로 당선됐지만, 그 표의 핵심은 보수층의 대규모 이탈이 아니라 진보와 중도의 강력한 결집, 그리고 윤석열 정권에 대한 정권심판론이었습니다.

고비마다 코어 지지층이 있었습니다. 이재명이 수년간 각종 사건으로 기소되고 재판을 받을 때, 사법 위기 속에서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곁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12·3 계엄 당일 밤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도 그들이었습니다. 탄핵 정국을 이끈 광장의 목소리도 그들이었습니다. 이재명의 대통령 당선은 이들이 함께 싸워서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배신감의 구조

그런데 집권 후 행보는 마치 보수 지지 덕분에 이긴 것처럼 움직이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만들어준 대통령이 자신들과 싸웠던 상대방에게 구애하고, 자신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뒤로 미루는 것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이것은 정책 실망이 아닙니다. 인간적 배신감입니다. 그리고 배신감은 분노보다 오래 지속되고, 더 깊이 파고듭니다. 더 나아가 이들의 분노는 이재명 개인에게만 향하지 않습니다. 이재명의 뜻을 읽고 개혁 의제를 외면하는 민주당 의원들, 당원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려는 움직임에도 향합니다.

당원 민주주의의 역설

이재명은 당대표 시절 1인1표제와 당원 민주주의를 강하게 밀었습니다. 의원 중심의 당 운영에 맞서 당원의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이 주장에는 이중적 성격이 있었습니다. 당원 투표 비중을 높일수록 열성 친명 당원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즉 당원 민주주의는 순수한 민주적 가치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재명이 당내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실용적 수단이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이 된 후 구도가 역전됐습니다. 이제 이재명은 당 밖 청와대에 있습니다. 당원들이 대통령의 노선에 제동을 거는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자 의원들이 1인1표제에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그들은 이른바 '명심(이재명의 뜻)'을 읽은 것입니다. 코어 당원들은 감시하고, 비판하고,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대통령의 뜻을 따르면 공천에서 안전합니다. 의원들은 당원이 아니라 대통령을 선택한 것입니다.

코어 지지층이 이들을 '수박'(겉은 파란 민주당, 속은 빨간 보수)이라 부르는 것은 단순한 감정적 낙인이 아닙니다. 우리가 힘들 때 우리 덕분에 공천받고 당선된 사람들이, 이제 안전해지자 우리를 배제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입니다.

 

검찰 개혁, 왜 이것이 모든 것의 핵심인가

코어 지지층이 검찰 개혁에 집착하는 것을 단순한 이념적 고집으로 봐서는 안 됩니다. 그것을 이해하려면 먼저 한국 검찰이 어떤 조직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한국 검찰이란 어떤 조직인가

한국 검찰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수사권(범죄를 조사할 권한)과 기소권(재판에 넘길 권한)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왜 문제인가 하면, 수사와 기소가 한 기관에 집중되면 그 기관이 마음먹은 사람은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고, 마음먹은 사람은 누구든 보호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검찰의 역사가 이것을 증명합니다. 조선총독부 시절부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시대를 거쳐 민주화 이후까지, 검찰은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해왔습니다. 독립운동가를 기소했고, 야당 정치인을 제거했으며,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과 시민사회 인사들을 수사했습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면 전임 권력자를 겨냥했습니다.

이것은 검사 개개인이 나쁜 사람들이어서가 아닙니다. 조직의 본질적 속성에서 비롯됩니다. 검찰이라는 조직은 자신들의 막강한 권한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그 권한을 지켜줄 사람에게는 충성하고, 위협하는 사람은 제거합니다. 이것이 수십 년간 작동해온 방식입니다.

윤석열 정권이 보여준 것

지난 정권에서 이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윤석열은 검찰총장 출신이었습니다. 그의 정권에서 김건희와 측근들의 무수한 의혹은 덮어졌습니다. 각종 비리 의혹들이 수면 위에 올라왔지만 검찰은 눈을 감았습니다. 반면 이재명은 수년간 각종 사건으로 집중 수사와 기소를 받았습니다. 이것이 우연일까요. 아닙니다. 검찰이 자신들의 권한을 지켜줄 사람을 보호하고, 위협하는 사람을 제거하는 조직 논리에 따라 움직인 결과입니다.

검찰 개혁이 '싸움의 의미'인 이유

코어 지지층에게 검찰 개혁은 단순한 정책 선호가 아닙니다. 그것은 '왜 싸웠는가'에 대한 의미 부여 그 자체입니다. 노무현이 2002년 '검사와의 대화'를 시작하면서 제기한 문제가 25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서초동 광장에 나섰고, 계엄의 밤에도 싸웠습니다. 그 모든 싸움의 최종 목적지가 검찰 권력의 해체였습니다.

그런데 이재명 본인이 그 피해자였습니다. 수년간 검찰 칼날을 직접 경험한 사람이 막상 권력을 잡자 검찰을 온존시키는 방향으로 간다면, 코어 지지층 입장에서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입니다. '그 고통도 결국 권력을 위한 도구였나.' 그래서 분노가 더 깊고 배신감이 더 강렬한 것입니다.

 

60% 지지율, 개혁의 신호인가 자만의 함정인가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하기 쉬운 사실이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최근 60%를 넘어섰다는 것입니다. 49%의 득표율로 당선된 대통령이 1년 만에 지지율을 10% 포인트 이상 끌어올렸습니다. 윤석열 정권이 망쳐놓은 경제와 외교를 안정시키고, 적극 재정으로 민생을 챙기며, 투명한 국정운영을 보여준 결과입니다. 수치만 보면 성공적인 출발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숫자가 또 다른 문제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높은 지지율이 오히려 개혁을 미루게 만드는 심리적 함정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60% 지지율의 구성을 들여다보면

이 60%는 동질적인 지지가 아닙니다. 크게 세 층위로 나뉩니다.

첫째는 코어 지지층입니다. 처음부터 함께한 진보·개혁 성향 유권자들입니다. 지금 균열이 생기고 있는 바로 그 층입니다. 둘째는 실용적 중도층입니다. 윤석열 정권의 혼란과 경제 악화에 지쳐있다가 안정감을 찾은 층입니다. 경제가 잘 돌아가고 국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보이는 동안은 지지합니다. 셋째는 일시적 편승층입니다. 집권 초반 허니문 효과와 반사이익으로 유입된 층으로, 위기가 오면 가장 먼저 떠납니다.

문제는 이 세 층위의 지지는 무게가 완전히 다른데, 숫자로는 동일하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60%라는 수치 안에 '어떤 이유로, 얼마나 단단하게 지지하는가'는 보이지 않습니다.

높은 지지율이 만드는 위험한 자신감

높은 지지율은 권력자에게 특정한 심리적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지금 잘 하고 있다'는 확증 편향이 강화됩니다. 60%의 국민이 지지한다는 것은 현재 방향이 옳다는 증거처럼 보입니다. 코어 지지층의 불만은 소수의 목소리로 상대화됩니다. '전체 60%가 지지하는데 일부 강경 지지층이 불만이면 어쩔 수 없다'는 논리가 성립합니다.

더 나아가 '검찰도 이 지지율 앞에서는 함부로 못 한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60%의 민심이 뒤에 있으면 검찰이 쉽게 움직이기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집권 중에는 어느 정도 맞는 말입니다. 단기적으로는 높은 지지율이 검찰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바로 이 자신감이 이재명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 그리고 일부 민주당 의원들로 하여금 '이 정도 지지율이면 검찰 개혁을 하지 않아도 검찰을 휘어잡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하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지율은 현직의 자산일 뿐이다

이 계산에는 치명적인 맹점이 있습니다. 높은 지지율은 현재의 권력을 보호하지만, 미래의 권력은 보호하지 못합니다.

노무현도 임기 초반에는 높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문재인은 임기 내내 상당한 지지율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그 지지율이 퇴임 후 검찰로부터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지지율은 현직에 있는 동안의 자산입니다. 임기가 끝나는 순간 그것은 사라집니다. 반면 검찰 조직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검찰이 두려워하는 것은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이 아닙니다. 검찰이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들의 권한을 해체할 수 있는 제도적 변화입니다. 60%의 지지율은 검찰 개혁의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가장 위험한 순간은 모든 것이 잘 될 때다

권력의 역사에서 반복되는 패턴이 있습니다. 위기에서는 긴장하고 조심하지만, 안정기에서는 방심합니다. 그리고 개혁은 방심할 때 미뤄집니다. 지금 이재명 정권의 상황이 정확히 그렇습니다. 경제가 안정을 찾아가고, 외교에서 성과가 나오고, 지지율이 60%를 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검찰이라는 거대한 저항 세력과 정면충돌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계산이 생깁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개혁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 바로 지금입니다. 지지율이 높고 정치적 자본이 풍부할 때 어려운 개혁을 밀어붙여야 합니다.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검찰 개혁 같은 고비용 정치 과제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60% 지지율은 검찰 개혁을 안 해도 된다는 신호가 아닙니다. 지금이야말로 개혁을 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신호입니다. 이재명과 그의 참모들이 이것을 반대로 읽고 있다면, 그것이 가장 큰 전략적 오판이 될 것입니다.

 

'검찰을 칼로 쓰겠다'는 계산의 치명적 오류

일각에서는 이재명이 검찰 개혁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라고 변호합니다. 검찰 조직의 저항이 강하고, 중도·보수층 이탈을 감수할 수 없으며, 국정 운영의 현실적 제약이 있다는 것입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코어 지지층과 유시민 같은 진보 논객들이 더 두려워하는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이재명이 검찰을 개혁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개혁하지 않고 통제 가능한 권력 도구로 활용하려는 것이라는 의심입니다.

'절반의 개혁'이 가장 나쁜 이유

이 계산이 왜 위험한지를 이해하려면 세 가지 시나리오를 비교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검찰 개혁을 완전히 완성하는 것입니다. 검찰 권력 자체가 해체됩니다. 보복의 주체가 사라집니다. 가장 어렵지만 가장 안전한 길입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검찰 개혁을 전혀 하지 않는 것입니다. 오히려 집권 중에는 검찰을 통제하며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안정적입니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절반만 개혁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가장 나쁜 결과를 낳습니다. 검찰 조직은 살아있고, 개혁 시도에 대한 원한을 품으며, 이재명 퇴임 후 보복의 동기와 능력을 모두 갖추게 됩니다.

지금 진행되는 검찰 개혁의 방향은 세 번째 시나리오에 가깝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수청이 검찰의 수사 기능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는 구조입니다. 이름만 바꾸고 권력 구조는 온존시키는 것이라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위장입니다.

칼은 임기가 끝나는 순간 방향을 바꿉니다

검찰을 통제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그 칼은 임기가 끝나는 순간 방향을 바꿉니다. 한국 검찰의 역사는 이것을 반복해서 증명했습니다.

노무현은 검찰 개혁을 외쳤지만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퇴임 후 검찰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문재인은 검찰 개혁을 시도했지만 중도에 멈췄습니다. 퇴임 후 수사 대상이 됐습니다. 이재명은 수년간 검찰의 직접적 피해자였습니다. 그가 만약 같은 길을 걷는다면, 같은 끝을 맞을 것입니다.

현직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검찰 수뇌부도 정권이 바뀌면 살아남기 위해 전임 대통령을 제물로 바칩니다. 이것은 개인의 배신이 아니라 조직 생존 논리의 필연적 귀결입니다. 이재명이 아무리 검찰 수뇌부를 자기 사람으로 채워도, 임기가 끝나는 순간 그 충성심의 방향이 바뀝니다.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사람을 바꿔도 소용없습니다

검찰 개혁은 나쁜 검사를 좋은 검사로 교체하는 것이 아닙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한 기관에 집중된 구조 자체를 해체하는 것입니다. 그 구조가 살아있는 한, 누가 그 권력을 장악하느냐에 따라 민주주의가 인질이 됩니다. 이재명이 장악하면 이재명에게 유리하게, 다음 보수 정권이 장악하면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동합니다. 구조적 문제를 인사로 해결하려는 것은 근본 치료가 아니라 증상 완화에 불과합니다.

 

유시민의 경고, 그리고 역사의 교훈

이 지점에서 주목할 발언이 있습니다. 이재명의 오랜 우군이자 진보 진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논객 중 하나인 유시민 작가가 최근 공개적인 경고를 날렸습니다.

유시민이 한 말

유시민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모든 검사가 다 나쁘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이것이 조국 사태 때부터 서초동 광장에서 싸워온 모든 시민들을 모욕하는 발언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더 나아가 '그런 인식으로 검찰 개혁 문제를 계속 다루게 되면 이재명 대통령이 굉장히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할지도 모른다'고 직접 경고했습니다.

그는 또 '검찰개혁 문제는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검사와의 공개 토론을 시작한 때부터 25년간 축적된 깃발 같은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대원칙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입장입니다.

이 경고가 특별한 이유

유시민의 경고가 일반적인 비판과 다른 것은 그것이 '적'의 비판이 아니라 '전우'의 경고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수년간 이재명을 지지했고, 검찰의 직접적 공격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사람이 공개적으로 경고를 날렸다는 것은 단순한 논평이 아닙니다.

유시민의 경고에는 매우 개인적인 역사도 담겨 있습니다.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을 지냈고, 노무현의 비극적 결말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한 사람 중 하나입니다. 노무현은 검찰 개혁을 외쳤지만 완성하지 못했고, 퇴임 후 검찰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유시민에게 그것은 추상적인 역사가 아니라 살아있는 트라우마입니다. 그래서 그의 경고는 이렇게 읽힙니다. '나는 노무현의 끝을 봤습니다. 이재명이 지금 같은 길을 가면 같은 끝을 맞을 수 있습니다.'

 

레임덕의 본질, 지지의 질이 달라집니다

레임덕이 무서운 것은 지지율 수치가 떨어지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진짜 무서운 것은 지지의 질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두터운 지지와 얇은 지지

두터운 지지와 얇은 지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두터운 지지는 잘못해도 기다려주고, 어려울 때 함께 싸우며, 위기에서 방패가 됩니다. 얇은 지지는 상황이 바뀌면 떠납니다. 지금 이재명이 구애하는 보수·중도층의 지지는 전형적으로 얇은 지지입니다. 이재명이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대안이 없어서, 경제가 어느 정도 돌아가는 것 같아서 지지하는 것입니다. 상황이 나빠지면 언제든 떠날 수 있습니다.

반면 이재명이 지금 잃어가고 있는 코어 지지층의 지지는 두터운 지지였습니다. 그들은 이재명이 틀려도 기다렸고, 위기에서 함께 싸웠으며, 광장에서 몸으로 버텨줬습니다. 그 지지를 잃는 것은 단순히 몇 퍼센트 포인트의 지지율 하락이 아닙니다. 위기에서 싸워줄 사람들을 잃는 것입니다.

평시와 위기의 차이

권력의 속성상 이 차이는 평시에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지지율이 60%를 유지하는 동안은 누가 왜 지지하는지 중요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위기가 오면 달라집니다. 두터운 지지자는 위기에서 남고, 얇은 지지자는 위기에서 떠납니다.

임기 후반, 예상치 못한 경제 위기나 외교 위기가 닥쳤을 때를 생각해보십시오. 혹은 임기 말 레임덕이 본격화될 때, 이재명 곁에 남아있을 사람이 누구겠습니까. 지금 구애하고 있는 보수·중도층인가, 아니면 함께 싸워온 코어 지지층인가. 권력의 역사는 언제나 후자가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보수화 전략의 함정

일각에서는 이재명의 전략을 이렇게 해석합니다. 국민의힘의 콘크리트 지지층인 경상도 지지층을 흡수해서 민주당을 전국 정당으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경상도만 먹으면 국민의힘은 회생 불능이 되고, 민주당 장기집권이 가능하다는 계산입니다.

그러나 이 전략에도 치명적 약점이 있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흡수하려면 국민의힘과 구별되지 않는 정당이 돼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을 지지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진보·개혁을 원하는 유권자들은 다른 선택지를 찾게 됩니다. 거대 여당이 됐지만 정체성을 잃은 정당, 이것이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된 패턴입니다.

 

역사는 지금 이재명에게 묻고 있습니다

 레임덕은 권력자가 자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기를 함께 넘긴 사람들을 안정기에 외면하고, 새로운 지지를 찾아 나서다가, 정작 다음 위기가 왔을 때 곁에 아무도 없는 것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이재명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임기 초입니다. 지금의 균열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이 경고들을 진지하게 들어야 합니다.

60%의 지지율이 주는 자신감을 개혁의 동력으로 써야 합니다. 그것을 개혁을 미뤄도 된다는 면죄부로 쓰는 순간, 그 지지율은 거짓 안도감이 됩니다. 검찰을 칼로 쥐고 싶은 욕망을 내려놓고, 구조를 바꾸는 진짜 개혁을 완성해야 합니다. 코어 지지층을 부담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자산으로 다시 봐야 합니다.

검찰 개혁은 권력을 가진 동안에만 할 수 있습니다. 권력을 잃고 나면, 개혁의 대상이 심판자가 되어 있습니다. 그때 가서 후회해도 늦습니다. 역사는 언제나 그래왔습니다.

유시민은 말했습니다. 검찰개혁의 목표는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것이 확고한 신념이라고. 2002년 노무현이 시작한 그 싸움이 25년이 지나도록 완성되지 않았다고. 그리고 그 싸움을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이 지금 대통령이 되어 있다고.

역사는 이재명에게 묻고 있습니다. 당신은 노무현의 비극을 반복할 것입니까, 아니면 25년의 싸움을 완성할 것입니까. 지금 이재명이 보내고 있는 신호들은 우려스럽습니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것은 아닙니다. 선택은 그에게 달려있습니다.

댓글 (49)

  • UrsaMinor

    UrsaMinor Lv.1

    03.15 · 61.♡.35.230

    검경수사권 관련, 이재명이 진정 정부안을 원한다면 이때까지 해왔듯 지지자와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면 됩니다. 왜 다른건 토론하고 부딪히고 설득하는 과정을 다 거쳤으면서 이건에 대해선 니들이 뭘 알아.. 라는 생각일까요? 이래도 니들이 국힘 찍진 않을거 아니야.. 라는 엿같은 자세가 아니길 바랍니다.

  • 실리모

    실리모 Lv.1 → UrsaMinor 작성자

    03.15 · 71.♡.158.201

    지금 민주당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 한국 정치의 오래된 패턴입니다.

    선거 전 위기 국면에선 열성 지지층 필요하니 전면에 당원 민주주의 강조하고 개혁 언어를 외치고 지지층과 연대를 유지하지만,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안정 국면에선 (감놔라 배놔라하는) 열성 지지층이 부담이 되니 의원 중심 당 운영을 선호하고 전면에 실용과 통합 언어를 사용하며 지지층과 거리두기를 하는 패턴 말입니다.

    이건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을 향해 가는 정당이 거의 예외 없이 밟는 경로입니다. 다만 이번에 유독 충격이 큰 것은, 그 경로를 밟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지지층이 치른 대가가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 외국인노동자입니다 Lv.1

    03.15 · 106.♡.79.134

    60퍼센트가 넘는 지지율에 레임덕이란 말은 보통 어울리지 않죠... 이 말이 살득력이 있으려면 정당과 당원이 이루려는 검찰개혁도 정권의 장악력으로 어쩌지 못하고 권력의 누수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많은 분들은 그 반대로 생각 중이시자나오 친명에 붙으려는 같잔은 몇몇 의원들이 늘어나고 심지어 이찍들 까지 가세 하는 중인데요

  • 웰빙고기

    웰빙고기 Lv.1

    03.15 · 59.♡.231.102

    2분 뉴스 일어나서 조금씩 보고 있는데 어제 집회 상황을 간접적으로 전해 듣고 있습니다
    지금은 시위할만한 시기가 아니지만 적극적인 지지층들이 많이들 오셨다는 점을 언급하고 그 모인 사람들이 요구하는 내용들을 적절하게 해설해 주네요

    이건 실망의 단계로 가기 전에 시정 요구를 하는 정당한 유권자의 모습이라고 보여지구요

    사람들마다 지지하는 이유가 다르겠지만 전 말보단 행동을 보고 판단하는 편이라 이재명 대통령이 보여줬던 것들을 보고 아직까지 지지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공약을 이행하라는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말을 듣고 행동으로 옮겨주셨으면 합니다

  • 하늘걷기

    하늘걷기 Lv.1

    03.15 · 211.♡.97.42

    지지의 밀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전에 지팔지꼰하는 정치인이 많다는 글을 쓴 적 있습니다.

    그 정치인의 범주에 대통령도 들어갑니다.

    이번에 검찰을 개혁하지 못하면 그 후과는 본인이 감당하게 될 겁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검찰을 꼭 개혁해야 합니다.

  • 부산혁신당

    부산혁신당 Lv.1

    03.15 · 140.♡.29.0

    제도 변화를 대충 얼버무려 해놓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건 실증 연구로 입증된 사실이죠.

    https://link.springer.com/content/pdf/10.1007/s11115-025-00977-z.pdf

    결론 부분에서 4번째 문단을 번역한겁니다:

    정책 입안자와 실무자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개혁은 단편적으로 실행될 것이 아니라,

    패키지로 묶고, 순차적으로 배열하며, 확실한 권한을 부여하여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영역을 방치한 채 특정 영역의 역량만 강화하는 것은, 이 연구에서 확인된 '부정적 상호 보완성(negative complementarities)'을 촉발할 위험이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개선으로 가는 길은 개별적인 단기 대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무적 유능함, 적응형 리더십, 그리고 이해관계자의 정당성이 결합된 '균형 잡힌 역량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습니다.

    💡 주요 표현 풀이:

    not implemented piecemeal: '조금씩 감질나게' 혹은 '단편적으로' 실행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Negative complementarities: 한쪽만 고쳤을 때 고쳐지지 않은 다른 쪽과 충돌하여 발생하는 '부정적 시너지'를 의미합니다.

    Stakeholder legitimacy: 개혁이 추진력을 얻기 위해 꼭 필요한 '이해관계자들의 동의와 지지'를 뜻합니다. (AI번역)

  • 커피한잔1 Lv.1

    03.15 · 122.♡.137.109

    외연확장이란 이름으로 마구 영입하고 한자리씩 나눠준 보수인사들이 시너지내는건 정권초 힘있고 그립감쥐고있을때나 가능한거지

    지금처럼 내부에서부터 균열되고 갈라지면 그들이 분열의 도화선이 되는거 아닌가요? 정권초 지지율 60%말하지만 까놓고 민주당이나 대통령 지지율 상당 받쳐주는건 국힘의 역할도 적지않죠.

    저렇게 바닥치고 지리멸렬한 국힘이 야당 역할을 전혀못하니 상대적으로..

    아직 만 1년도 안되어서 바로 본인 핵심공약도 엎어버리고 코어지지층 균열만들면 국정후반기로 갈수록 동력떨어질때 누구한테 손내밀려고..??

    아직까진 확정아니라 우려와 걱정수준의 분노지만 이게 확정되면 그 이후는 모르겠네요. 그러고도 또 찍어달라할 염치는 있을까?

  • LV426

    LV426 Lv.1

    03.15 · 39.♡.223.199

    할 말이 있고 해선 안 될 말이 있습니다.

    레임덕이요? 좀 있으면 이재명 대통령 탄핵하자고 할 판이네요.

    분명 이 글 퍼가서 다모앙 욕하는 글이 클리앙에 올라올 겁니다.

  • 실리모

    실리모 Lv.1 → LV426 작성자

    03.15 · 71.♡.158.201

    이용제한 근거 댓글
    회원만 열람 가능
  • LV426

    LV426 Lv.1 → 실리모

    03.15 · 39.♡.223.199

    이용제한 근거 댓글
    회원만 열람 가능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