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이 쓰는 김어준
samdol

Lv.1 samdol (115.♡.25.14)

2026년 3월 17일 PM 03:18

조회 2,270 공감 0

김어준이라는 인물을 설명하는 가장 단순한 방식은

그를 ‘논쟁적 방송인’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그것은 현상에 대한 명명일 뿐, 구조에 대한 설명은 아니다.
내가 오랜 시간 곁에서 관찰한 김어준은 하나의 태도에 가깝다.

그는 직업이나 플랫폼보다, 세계를 대하는 방식으로 규정되어야 하는 인물이다.
그의 핵심은 결핍의 부재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타인의 기준으로 자신을 측정하지 않는다.

인간은 대개 비교를 통해 자기를 구성한다.

권력과의 거리, 자본과의 간극, 지적 위계 속에서의 위치를 통해 스스로를 규정한다.
그러나 김어준은 그 비교의 체계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는 우월하려 하지도, 열등해지지도 않는다. 이 비(非)비교의 태도는 그를 자유롭게 하지만 동시에 고립시킨다.
그는 진영 속에 있으되 진영의 승인에 기대지 않는다.

권력을 비판하되 권력의 언어를 욕망하지 않는다.
대중의 지지를 활용하지만, 대중의 기호에 종속되지는 않는다.

이 지점에서 그는 일종의 긴장 상태를 유지한다.

대중과 같은공간 안에 있으면서도 심리적으로는 독립된 상태, 참여하면서도 동일시하지 않는 상태.
그는 소속과 자율 사이의 경계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의 질문 방식 또한 동일하다. 그는 사건을 소비하지 않는다.

대신 사건을 낳은 구조를 추적한다.

개인의 도덕성보다는 힘의 배열, 정보의 흐름, 제도의 설계를 묻는다.

이것은 도덕적 분노의 언어가 아니라 구조적 해석의 언어다.
그래서 그의 발화는 언제나 길고, 맥락을 요구하며, 결론보다 과정에 집착한다.
많은 이들이 그를 두고 오만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자기 기준을 외부에 두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된 오해에 가깝다.

그는 스스로를 축소하지 않으며,

타인의 위계 앞에서 몸을 낮추는 제스처를 전략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 단단함은 때로는 무모해 보이지만, 동시에 지속성을 만든다.

다섯 개의 정부를 지나며 플랫폼이 바뀌어도 그가 사라지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 지속 가능한 태도 때문이다.
김어준은 완결된 인물이 아니다. 오히려 결점이 뚜렷한 인물이다.

그의 결점은 외부의 기준에 의해 수정되기보다는, 스스로의 확신에 의해 유지된다.

그는 설득하려 하기보다 질문하려 하고, 인정받기보다 존재하려 한다.
그게 김어준이다.

" https://www.instagram.com/p/DV5qHg9gRZY/?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NTc4MTIwNjQ2YQ== "


인스타에 올라온 탁PD의 글에

김어준이라는 사람 혹은 현상에 대한 탁월한 견해를 공유하고자 올립니다.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며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추한 인간들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나마 깊어집니다.

댓글 (20)

  • 영양제 Lv.1

    03.17 · 211.♡.64.37

    아 근데 사진에 지팡이를 짚고 있는데 다리쪽이 안 좋은 건가요?

    늘 앉아있는 것만 봐서...

  • N

    nameless Lv.1 → 영양제

    03.17 · 211.♡.81.80

    내란이후 후유증으로 이석증 앓고 있습니다

  • 영양제 Lv.1 → nameless

    03.17 · 211.♡.64.37

    아 이석증..그거 진짜 사람 괴로운 질병이던데.

  • samdol

    samdol Lv.1 → nameless 작성자

    03.17 · 115.♡.25.14

    지난번 파워풀 공연때도 지팡이를 짚고 나와서 내심 걱정이였는데..

    아무리 타인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이라 해도 사람인 이상

    지난 내란이후 지금까지 지탱해온 압력과 스트레스는 저같은 범부는 상상이 안갑니다.

  • 남죠

    남죠 Lv.1 → 영양제

    03.17 · 211.♡.3.131

    계엄 때 생긴 이석증으로 아직까지 지팡이 사용하더라구요. 그래도 최근 공연에서 보니 많이 좋아진 듯 보입니다.

  • 셀레본 Lv.1 → 영양제

    03.17 · 112.♡.41.1

    계엄 실패하고 시간 좀 지나서, 총수가 몸이 급격히 안좋아져서 이석증으로 고생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한동안 지팡이 짚고 다녔죠. 그 와중에 공연도 하느라 공연에 지팡이 짚고 나타난 적도 있었습니다.

  • 아오이토리 Lv.1

    03.17 · 61.♡.74.178

    탁현민씨 사람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고 고민이 깊네요.

    저는 유시민 정도나 대단한 인물이라 평가해보았고 김어준은 뭔가 평하기 어려운 지점에 있었는데 제 가려운 부분을 좀 긁어주는군요. 이게 칭송이 아닌것 같은데 읽다보니 또 대단한 칭송이네요.

  • 팩토리짱 Lv.1 → 아오이토리

    03.17 · 122.♡.246.48

    탁PD 글 쓴 목적이지 싶네요 누군가 공장장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생각되네요

  • 아오이토리 Lv.1 → 팩토리짱

    03.18 · 61.♡.74.178

    네,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진영에 속해 있으면서 속해 있지 않은... 어찌 보면 민주 시민도 이래야 하는 거겠죠.

  • Lv.1

    03.17

    삭제된 댓글입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