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V426 (117.♡.6.146)
2026년 3월 27일 PM 04:38
TK라고 불리는 특정 지역이 앞으로도 절대 바뀔 일이 없다는 하는 분들이 많죠. 심지어 대구 경북에 사는 분들조차 그렇게 생각하고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걸 대구 경북의 역사가 보여 줍니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직후까지 대구의 별명은 "조선의 모스크바"였습니다. 한반도에서 가장 좌익 성향이 강한 지역이었다는 겁니다.
의열단 설립자 김원봉만이 아니라 의열단 간부 상당수가 밀양 출신이었습니다. 의열단 핵심 멤버들의 출신 지역을 보면, 마치 "재중국 밀양 향우회"의 이름을 "의열단"이라고 이름 붙인 게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1946년 대구 10월 항쟁이 우연히 일어난 게 아니고, 조선공산당의 일부 극좌 모험주의 세력이 일으킨 폭동도 아니었다고 역사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박정희의 형 박상희는 구미 지역의 독립운동가이기도 했고, 분명 좌익 성향의 인사였지만 우익 진영으로부터도 크게 신뢰를 받는 유명 인사였는데, 토벌대의 총에 맞아 숨졌고, 박정희는 이에 대한 원한 때문에 남로당에 가입하기까지 했습니다.
한국 전쟁 이후에도 이승만의 최대 정적이었던 조봉암은 대구 지역에서 70% 정도의 엄청난 지지를 받았습니다.
박정희가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이후 권력 유지를 위해 지역 감정과 반공 매카시즘을 조장하면서 차츰 대구 경북 지역은 우익의 근거지로 변해 갔습니다. 특히 인민혁명당(약칭 인혁당) 사건과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거치면서 대구 경북 진보 혁신 세력은 말살되고, 결국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정치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변화의 과정이 불가역적이거나 한 방향으로만 일어날 수 있는 거라고 굳게 믿는 사람은, 역사와 인간을 믿지 않는다는 거겠죠. 역사와 인간을 믿지 않는다면, 우리가 힘들여 투표권을 행사하거나 추운 한겨울에 거리로 나가고 소리 높혀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치는 모든 게 다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거겠죠.
어떻게 해야 그 지역을 변하게 할 수 있는지, 언제쯤 그 지역이 변할 지 저 역시 전혀 모릅니다만,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정말 오만한 확신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글의 논지와는 관계가 없는 이야기인데, 유시민 작가가 최근에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유족 분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셨다고 하죠. 제가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접하면서 가장 크게 충격을 받은 것은 사법 살인이 아니었습니다. 사형을 당한 분 중의 한 분의 아이를, 동네 다른 아이들이 "빨갱이의 자식"이라며 목에 밧줄을 묶고 끌고 다녔다고 합니다. 앞에서 역사와 인간에 대한 믿음을 말했지만, 이런 사건을 볼 때마다 거꾸로 역사와 인간에 대한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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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금도리
03.27 · 106.♡.1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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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V426
→ 금도리 작성자
03.27 · 117.♡.6.146
그렇지 않아도 4.3이 다가와서, 공포의 내면화에 대해 짧게 글을 써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전
전자파
→ 금도리
03.27 · 58.♡.244.208
이용제한 근거 댓글회원만 열람 가능 -
아아기고양이
03.27 · 223.♡.81.77
사형을 당한 분 중의 한 분의 아이를, 동네 다른 아이들이 "빨갱이의 자식"이라며 목에 밧줄을 묶고 끌고 다녔다고 합니다.
-> 제가 이 얘길 하면 듣는 분들마다 다 안타까워하셨었죠.
‘그해 봄 : 인혁당 사형수 8명의 이야기’ 라는 책에 나온 내용이었습니다. 내용이 길지 않고 유가족분들의 인터뷰를 만화로 엮은 거라서 쉽게 읽힙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305759
혹시 관심 있는 분은 이 책도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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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V426
→ 아기고양이 작성자
03.27 · 117.♡.6.146
젊었을 땐 그래도 괜찮았는데, 나이 먹으면서 눈물이 많아져서 이제 더이상 가슴 아픈 이야기는 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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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기고양이
→ LV426
03.27 · 223.♡.8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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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전자파
03.27 · 58.♡.244.208
일제시대..압도적으로 독립투사가 많이 배출된곳이 안동이죠.
- 아
아오이토리
03.27 · 61.♡.74.178
특정 지역이라서가 아니라 대부분의 지방은 이대로라면 우경화됩니다. 그리고 이미 우경화된 특정 지역같은 경우는 더 공고히 됩니다. 젊은 인구 자체가 없습니다. 사람의 마음이야 바뀌겠지만 세대 구성비는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믹스가 일어나지 않는 인구 구성, 지방의 소멸로 가는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소멸될때까지 정치적으로 우경화 만 남아 보입니다. 역사와 인간과 같은 철학적 논제가 현실적으로 노인과 아파트만 남은 지방에서 투표를 바꿀 수 있을까요? 너무 낙관적인 생각이라고 밖엔 코멘트 못하겠습니다. 이상 부산에서 파란색만 삼십년 찍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냥 제 할 도리만 할뿐 기대같은 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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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V426
→ 아오이토리 작성자
03.27 · 117.♡.6.146
나이 들면 우경화, 젊으면 진보라는 등식 자체가 요즘은 많이 빗나가고 있죠.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경화된 세대가 이대남인데요.
어차피 저 같은 사람들이 나이 먹어서 노년층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 아
아오이토리
→ LV426
03.28 · 61.♡.74.178
나이가 들면 보수화 되는 거야 말로 역사와 인간이 증명하는 바입니다. 현재 40-50 이 특수한 경우라고 보이고 이들도 10년 20년 뒤면 점점 보수화 될 겁니다. 이대남이 우경화된 젊은 세대인건 맞지만 그들이 그대로 나이가 들면 다들 진보가 될까요? 바뀌지 않는다는 오만으로 이런 이야기 드리는게 아니고 바뀔거라고 믿기만 하는 걸 경계하는 겁니다. 피터지게 박터지게 노력해도 바뀌기 어렵다는 겁니다. 예전에 비하면 지역차별이 정말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잔존하는 것처럼요, 그런데 더 힘든게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판에 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드리는 겁니다. 인구구조고 지방의 소멸이라는 시스템적이고 경제적인 문제죠. 지금 진보가 잔치상 받고 놀고 있거나 정치 이슈 몰이에 몰입된다면 미국 민주당처럼 될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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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나라가 되라며 목소리를 크게 내던 분들이..
여기저기로 끌려가 고문당하고, 집안이 주저앉는 일을 겪었고..
그걸 본 남은 가족들이 생존을 위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게 된 것 아닐까..싶습니다..
내 자식, 내 남편, 내 친구가 "그들"의 심기에 거슬리는 말을 해서..
고초를 당하지 않게.."그들" 이 더러운 짓을 해도 밀어주게 된 게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그런 현상이 만약 맞다면..
그게 비단 대구/경북의 문제가 아니라..부울경 및 다른 지방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지 않았을까..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