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docok (180.♡.182.76)
2024년 5월 12일 PM 09:26 · 수정됨(05. 13. 11:40)

나는 소설책을 읽지 않았었다. 최근에 읽은 소설 책도 스토너, 연금술사 두권 뿐이다. 왜 이 책이 내 책장에 꼽혀 있는지 언제 샀는지 기억도 없고 왜 갑자기 출근할 때 뜬금없이 소설책을 들고 나갔는지도 모른다.
철저한 이성만능주의자인 발터 파버는 비행기 사고 후 서서히 변하게 된다. 감정, 사랑, 예술을 경시하고 계산, 통계, 확률만을 중시하던 주인공은 20년전 옛사랑 남편의 동생을 불시착한 사막에서 함께 지낸 후 그의 50년간의 단단한 껍질은 금이 가기 시작한다.
주인공의 이성만능주의적 태도는 과거의 나와 비슷해서 감정이입이 너무 잘되었다. 의사로서 과학과 수학만을 신봉하던 40대 중반인 내가 소설과 인문학 책을 읽으며 변화하는 것을 보며 나를 바라보는 듯한 착각을 느낄 정도였다.
주인공이 운명을 전혀 믿지 않고 오로지 확률과 통계만을 믿었던 것 처럼 과거의 나라면 이 책을 우연히 집어들고 출근을 한 것이 별 의미 없다고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 책을 읽은 것은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끝 부분에서 너무나 큰 비극적인 결말을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기적 유전자라는 과학책을 읽고 그 전과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고 느꼈다. 소설을 읽고 다른 세계로 나아간 듯한 느낌이다. 다시는 그전의 세계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 같다.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해서 자연/예술과 문화/기술의 충돌이다라고 한마디로 요약해 준다면 내 마음은 꿈쩍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이라는 형식은 나를 뒤흔들어서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었다. 소설 속 주인공 처럼 말이다.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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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튜브
24.05.12 · 125.♡.166.222
파베르가 아니라 파버라 하니 느낌이 다르네요.. -
Ookdocok
→ 유튜브 작성자
24.05.12 · 180.♡.182.76
전 사실 호모 파버, 호모 루덴스를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어요. 부끄럽지만^^ -
디디카페인중독
→ 유튜브
24.05.13 · 106.♡.195.214
예~전에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호모 파베르라고 배운 기억이 나네요. -
Ookdocok
→ 디카페인중독 작성자
24.05.13 · 211.♡.200.103
그렇군요. 아마 미국식 발음으로 이름으로 부를때는 파버인가보네요. 파베르는 학명인가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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