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 시 한 편 올립니다.
7번교각

Lv.1 7번교각 (59.♡.32.196)

2026년 4월 2일 PM 04:00

조회 153 공감 0

겨울 은사시나무 숲에서

겨울 은사시나무 숲은 너와 나를 닮았다

바람이 눈에 흩날릴 때

하얀 생채기는 깊어지고

갈 곳 없어 우두커니 모여 있는 나무들처럼

서로의 상처를 마주 보며

우리는 만나 있다

내 흔들림 앞에 네가 서 있듯

흔들리는 너의 앞에 나도 그렇게

말없이, 닿을 것도 없이 그저

바람 사이에서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나를 서글프게 하는 네 상처가

소리 없이 내 마음으로 스미고

나를 손내밀게 하는 네 흉터가

시리도록 내 얼굴을 비추어

너와 나의 아픔이 다르지 않음을

이제 우리는 안다

서로의 상처로 반짝이는 숲 속의 너와 나

슬퍼서 슬프지 않다

아파서 아프지 않다

댓글 (3)

  • G

    granta Lv.1

    04.02 · 223.♡.99.211

    오 고급진 뻘글..이 아니라 멋진 시네요. 감사합니다~

  • 7번교각

    7번교각 Lv.1 → granta 작성자

    04.02 · 59.♡.32.196

    감사합니다:)

  • 설중매

    설중매 Lv.1

    04.02 · 223.♡.94.180

    류시화님의 옹이라는 시가 생각나네요.

    저는 밤하늘의 속의 시린 별빛을 보고 있을때 비슷한 느낌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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