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tant79 (61.♡.152.133)
2026년 4월 3일 AM 09:13
베트남입니다.
베트남은 1,000년간 중국의 지배를 받은 적이 있고 최소 2,000년간 한자를 사용한 한자 문화권 국가입니다.
일단 비엣남이라는 나라 이름부터가 한자어 월남의 베트남식 발음이고, 다낭(沱㶞), 호이안(會安)같은 지명도 대부분 한자어죠. 사람 이름도 모두 한자어입니다. 베트남 최다 성씨 1위부터 5위까지가 다 한자인 Nguyễn(阮), Trần(陳), Lê(黎), Phạm(范), Huỳnh(黃)으로 돼있고, 지금도 최대 70%의 베트남어 단어가 다 한자어입니다.
그러다 보니 베트남 단어 중에 한국식 한자 발음을 알면 바로 이해가 가는 단어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베트남에서는 경찰을 꿍안이라고 하는데 이게 우리 식으로 읽으면 공안이죠.
베트남은 중국식 번체자만 쓴 게 아니라 쯔놈이라는 독자적인 간체자까지 만들어서 쓴 한자 애호국이었습니다.
그러다 프랑스의 지배를 받으면서 프랑스가 한자를 폐지하고 프랑스식 알파벳을 도입했고, 1945년 독립 후에도 호치민이 라틴 알파벳 전용을 결정하며 한자가 완전 폐지됐습니다. 베트남어의 알파벳 표기를 "쯔 꾸옥 응으"라 하는데, 이것도 베트남식 한자어인 "𡨸國語"인 게 재미있죠. 호치민 본인이 유학자 집안 출신이고 서예와 한시에도 능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베트남에 가보면 화교 거주지 빼고는 한자는 구경할 수도 없는 나라가 돼 있습니다. 단어의 2/3이 한자어인 나라가 말이죠. 그렇다고 그 한자어들을 사용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라틴 알파벳으로 잘만 쓰죠. 베트남 표지판 글자가 음절 별로 띄어쓰기를 하는 것도 그 음절 하나하나를 한자로 표기기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한국어에 있는 동음이의어가 베트남어에는 없느냐? 당연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 "nam"은 남쪽과 남자라는 뜻으로 모두 쓰입니다. 우리랑 완전히 같죠? 그런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라틴 알파벳만 가지고 살고 있는 겁니다.
한자식 이름을 가지고 있는 베트남 친구들(대부분 번역업 종사자)에게 한자를 모르면 언어 생활에 불편한 건 없냐고 했더니 전혀 없다고 합니다. 한두 명이 아니라 물어본 친구들마다 다 똑같이 불편한 거 없다고 하더군요. 다만 몇몇에게서 외국인이 베트남어 배울 때는 한자어의 구성 체계를 알면 도움이 될 거라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그래서 궁금한 겁니다. 그들이 불편한 게 없다고 하는 건 정말 불편한 게 없는 건지, 한자를 알 때 얼마나 편한지 몰라서 그러는 건지요.
마찬가지로 현대 대한민국에서 한자를 완전히 없앤다면 과연 불편해질 것인가, 또는 얼마나 불편해질 것인가...
저는 정부에서 한자 교육을 하자거나 반대로 한자를 완전히 폐지하자는 시도를 한다면 베트남 사례를 잘 연구해 보면 좋겠더라고요.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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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커피믹스는에스프레소의꿈을꾸는가
04.03 · 218.♡.14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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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eltant79
→ 커피믹스는에스프레소의꿈을꾸는가 작성자
04.03 · 61.♡.152.133
"베트남 표지판 글자가 음절 별로 띄어쓰기를 하는 것도 그 음절 하나하나를 한자로 표기기했었기 때문입니다."
본문에 해당 내용이 있습니다.
글자 자체를 라틴문자 기반으로 만든 게 아니라 기존에 쓰던 한자어를 라틴문자로 쓰는 겁니다. 베트남의 라틴 알파벳 표기는 새로운 글자를 만든 게 아니라 그냥 프랑스 알파벳으로 음절을 표기하는 겁니다.
제가 궁금한 건 한자어를 쓰던 알파벳을 한자나 쯔놈에서 라틴 알파벳으로 쓰는데도(우리로 치면 한글전용) 한자어를 이해하고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는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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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로얄밀꾸
04.03 · 118.♡.96.228
월남이나 한국이나 저는 마찬가지라고 보네요
한자를 몰라도 기본적인 의사소통에는 지장이 없다. 하지만 한자를 알면 엄청나게 편하고, 특히나 고급 어휘로 갈수록 더 필요하다.
저같은 경우는 학부를 중어중문학과로 졸업했는데, 가끔 농담삼아서 하라는 중국어는 공부 안 하고 국어실력만 늘어서 왔다고 종종 말하곤 하네요.
근데 농담삼아 말하기는 했지만, 사실은 농담이 아닌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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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eltant79
→ 로얄밀꾸 작성자
04.03 · 61.♡.152.133
그렇다면 "기본적인 의사소통에는 필요 없으나 알면 엄청나게 편하고, 고급어휘로 가면 더 필요한, 문자 체계"를 정규 교과 과정에 넣는것이 타당하냐는 논의로 가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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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로얄밀꾸
→ heltant79
04.03 · 118.♡.96.228
애초 교육의 목적 자체가 일정 수준 이상의 어휘를 사용한 글의 독해능력 향상이라고 보기에, 저같은 경우는 정규 교과과정에 넣어야 한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다만 어느정도의 수준으로 넣을지는 더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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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eltant79
→ 로얄밀꾸 작성자
04.03 · 61.♡.152.133
네, 우리나라에서 정규 교과 과정에 무엇인가를 넣는다는 것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할 때, 굉장히 많은 논의와 고민이 필요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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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upari
04.03 · 210.♡.67.100
수박의 겉면만 알아도 충분한 경우가 있고 속까지 알면 겉면을 쉽게 유추할수가 있죠..
그러나 겉면만 가지고 속면까지 안다고 아는 사람들,, 바로 잡아줘도 우기는 사람들의 인식이 걱정되는거죠...
틀린놈이 성낸다 같이
위에 언급한것은 동음이의어의 예시일 뿐이고 한가지이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죠..
저도 글쓰신 분에는 어느정도 동감하나..
사흘을 4일로, 병역을 병의 원인으로, 심심한 조의를 심심함으로 받아들이는것은 선을 넘었다 보며
설령 그 틀린것을 알려줘도 인정 못하는게, 요즘 누가 그런글 쓰냐머 주장하는게 더 심각하다 봅니다..
프랑스가 배트남 언어를 날려도 소통하는데 문제가 없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베트남 역사, 언어 역사를 날린겁니다
이렇게 하나의 언어가 사라지면서 역사도 사라지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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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eltant79
→ dupari 작성자
04.03 · 61.♡.152.133
베트남어는 사라진 적이 없습니다. 베트남어를 못 쓰게 하고 프랑스어를 쓰게 해야 언어가 사라지는 거죠.
한글이 한국어가 아닌 것과 같습니다.
그럼 반대로 우리가 찌아찌아족에게 한글을 보급한 것은 찌아찌아족의 역사를 훼손하려 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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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리어스
04.03 · 211.♡.22.79
nam 이라는 단어가 남쪽, 또는 남자를 뜻한다는 것은 한자를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가르칠수 있으니깐요.
우리가 한자가 없이
그냥 '남' 이라고만 쓰면 그게 남자 남인지, 남쪽 남인지 결국 문맥을 봐야하는거고
실 생활에는 큰 의미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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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ㅡIUㅡ
→ 일리어스
04.03 · 27.♡.50.36
맞습니다!
애초에 중국한자 남이 없어도
남이라고 했던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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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 mun bo go i reo ke ha neun geon jul al a neun de
그게 아니고 글자 자체를 라틴문자 기반으로 만들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