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 (49.♡.83.205)
2026년 4월 3일 AM 10:41
우선 왜 논란이 시작되었는지부터 살펴봅시다.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 표기하려는 움직임 때문에 지금 찬반이 오가고 있습니다.
한자 병기 주장을 보면 '문해력 부족'을 이유로 듭니다.
과연 이게 정말 한자를 몰라서일까요?
'우천시 장소 변경됩니다.' 이걸 이해 못 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봅니다.
'우천(雨天)시 장소 변경됩니다.' 로 안 써서, 우리가 한자 '雨', '天'을 안 배워서 이해를 못 하는걸까요?
'우천'이란 단어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합시다. 그러면 저 단어 뜻이 뭔지 알기 위해 '우천 - 비가 오는 날씨'를 배우는게 쉽고 빠를까요? '雨', '天'을 배우는게 쉽고 빠를까요? 한자를 몰라서가 아닙니다.
한자를 몰라서 저 문장을 이해 못 하는게 아니라 그냥 국어를 모르는 것입니다.
한자랑 한문은 다르다는 주장에 대해서 우선 표준국어대사전에 한자는 다음과 같이 서술되어 있습니다.
한자 (漢字)「명사」 고대 중국에서 만들어져 오늘날에도 쓰이고 있는 표의 문자. 은허에서 출토된 기원전 15세기경의 갑골 문자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것이며, 현재 알려져 있는 글자 수는 약 5만에 이르는데 실제로 쓰이는 것은 5,000자 정도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도 사용한다.≒당문자, 한문자.
그리고 한문은 다음과 같이 서술되어 있습니다.
한문 (漢文) 「명사」 중국 고전(古典)의 문장.
우리말 샘으로 넘어가면
한문 (漢字) 「명사」 한자 (漢字)만으로 쓴 글.
이라고 추가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국어로써 한자어 공부 하는것을 한문 공부하자는게 아니고 한자어 공부 하자는 것이다는 것으로 해석하시는 것 같은데 <'문해력 부족'을 이유로 교과서 '한자 병기'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의 논점에서 벗어납니다.
국어사전에도 한자가 적혀 있으므로 한자 공부가 필요하다는 주장 또는 우리말 대부분이 한자어라는 주장 역시 <'문해력 부족'을 이유로 교과서 '한자 병기'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의 논점에서 벗어납니다.
영영사전을 보면 단어 뜻이 영어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국어사전 역시 뜻이 한글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국어사전에 '우천 (雨天) 「명사」 비가 오는 날씨.'라고 서술된 것은 雨天이라는 한자를 알아야 한다가 아니라 어원이기 때문에 함께 적어 놓은 것입니다.
국어사전에 '버스 (bus) 「명사」 「1」 많은 사람이 함께 타는 대형 자동차. 보통은 운임을 받고 정해진 길을 따라 운행하며, 시내버스, 시외버스, 관광버스, 고속버스 따위가 있다.'라고 서술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외래어 '버스'를 알기 위해 영어 단어 bus를 알아야 한다가 아니라 어원이기 때문에 함께 적어 놓은 것입니다.
한자 공부를 하면 당연히 어휘력은 높아집니다. 단, 문해력이 반드시 높아진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한자 공부를 해서 어휘력이 높아지는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 보다는 공부를 했으니 높아지는 것입니다.
한자 공부에 들인 노력 만큼 국어 단어를 영어 단어 공부하듯, 일상 생활에서 잘 쓰이지 않는 단어나 유의어 같은 것들을 공부하면 더 많은 단어를 학습할 수 있습니다.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어휘력 향상은 필수입니다. 하지만 어휘력 향상이 문해력을 향상에 도움은 되나 결국 문해력을 높이려면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쓰게 해야합니다. 한자를 아무리 배워봤자 문해력을 높이려면 책을 읽고 글을 쓰게 해야합니다. 결국 책을 읽으면 자연스레 모르는 단어가 나오고, 그걸 찾아보는 과정에서 어휘력 또한 향상됩니다. 국어사전을 펼치든, 한자를 배우고 모르는 한자가 나오면 찾아내 옥편을 펼치든 어떻게든 향상됩니다. 한자를 알아서가 아니라 공부를 해서 향상되는 것입니다.
옛날 신문을 보면 한자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게 과연 문해력에 도움이 될까요?
옆 나라를 보면 한자를 버리지 못해 결국 간소화만 해서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여전히 한자를 사용하는 중국이나 일본이 한글을 사용하는 우리보다 문해력이 월등히 뛰어난가요?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우천이라는 단어에는 '비가 오는 날씨' 말고도 '소가 더운 날씨에 숨이 차 헐떡이는 모양', '전보다 더 좋은 자리나 직위로 옮김'이라는 뜻 역시 있습니다. 한자로 우천(牛喘), 우천(雨天), 우천(優遷)이라고 쓰면 구분 된다고 하는 주장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건 의미가 없습니다. 단어 하나만 던져 놓고 이게 뭐냐를 해석하는건 어휘력 문제도 문해력 문제도 아닙니다. 대화든 글이든 문맥이란걸 이용해 파악하는 것이니까요.
이건 마치 product 라고만 써놓으면 이게 생산물이나 제품을 말하는건지, 결과물을 말하는건지, 곱을 말하는건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이렇게 쓰이면 제품이 되고, 저렇게 쓰이면 곱이 되고 그런 단어인 것이죠. 이 단어의 뜻을 해석하는건 문맥을 통해서입니다.
한자를 배우면 앞으로 중국이나 대만과 무역 하거나 여행 하는데도 도움 된다는 주장은 당연히 배우면 도움 됩니다. 하지만 <'문해력 부족'을 이유로 교과서 '한자 병기'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의 논점에서 벗어납니다. 필요하면 배우는거고, 당연히 도움 되겠지만 문해력 부족을 이유로 한자 병기를 하자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차라리 중국과의 무역이나 교류가 이전보다 더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제2외국어 중국어를 제1외국어 영어 교육처럼 교육량을 늘리자는 주장이어야합니다. 당연히 여기에는 말과 글 모두가 포함되겠죠.
국어 문해력 향상을 위한 어휘력 향상 방법으로 한자를 공부하든, 책과 국어사전을 통해 공부하든 개인의 공부 방법과 선택의 문제입니다. 한자 공부를 통해 어휘력을 높이겠다는 사람을 잘못되었다거나 그렇게 하지 말라는게 아닙니다. 초등학생들 문해력을 높이겠다며 <'문해력 부족'을 이유로 교과서 '한자 병기'를 추진>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입니다. 문해력이 부족한건 그냥 책을 안 읽어서입니다.
댓글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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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ava
04.03 · 116.♡.7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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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eltant79
→ Java
04.03 · 61.♡.152.133
잘 지적해주셨네요.
과외했을 때 아이 숨 쉴 시간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더니 주말 뇌호흡 학원을 보냈던 학부모 얘기가 떠오른 것도 바로 이 이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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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예지
→ heltant79 작성자
04.03 · 49.♡.83.205
이건.... 좀 무서운데요? {emo:damoang-emo-015.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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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ava
04.03 · 116.♡.70.94
참고로 저는 어릴때 한자를 모름에도 신문을 읽었습니다.
그때는 한 문장에 한두 단어가 한자인 시대였는데요.
문맥을 통해서 그 모르는 한자의 한글단어를 유추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거든요.그 당시 저는 작은형과 함께 사전놀이에 푹 빠지기도 했었죠.
(한 사람이 사전 아무데나 펼치고 단어 이야기 하면 뜻 맞추기) - 무
무중생유
04.03 · 125.♡.85.74
한자 공부해도 책을 안 읽으면 여전히 문해력 부족할건데,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네요. 어휘력이 부족해서 못 읽겠다면 한국 도서도 렉사일 지수 같은거 도입해서 쉬운 책 위주로 읽게해서 어휘력과 문해력을 높일 생각을 해야지... 학생들에게 책 읽을 시간을 주는게 훨씬 더 도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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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살려주세요
04.03 · 112.♡.195.18
책 자체를 안 읽는게 문제지 한자가 문제가 아니죠.
책을 많이 읽으면 모르는 단어도 문맥으로 유추하고 이해하는 단계에 도달할수 있습니다.
정 모르는 단어는 인터넷 검색해도 되구요.
왜 교육을 자꾸 역행하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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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렌더
04.03 · 175.♡.223.148
비슷한 생각이에요
한자를 몰라서 모르는 게 아니라 그 단어와 문장을 접한 적이 별로 없어서 생기는 문제일 텐데요
단어의 뜻을 유추하는 도구로서의 한자교육은 시간낭비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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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적통신_
04.03 · 61.♡.49.185
예지님의 글은 무척 설득 됩니다.
특히, 한자병기의 이유가 '문해력 부족'될 수 없다는 논리에 매우 동의합니다.
아울러,
'문해력을 높이려면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쓰게 해야합니다.'
라는 말씀에 격하게 동의합니다.
좋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친구들과 토론하는 것이 문해력을 높이는 제일 좋은 방법임을 체득한 적이 없으면서
시험만 잘봐서 공무원이 된 사람들이 만든 섣부른 정책이라고 예측합니다.
- 그
그러다가
04.03 · 223.♡.85.1
영어도 배우는데
한지어는 왜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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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커피믹스는에스프레소의꿈을꾸는가
→ 그러다가
04.03 · 218.♡.143.91
중국 사대라서 그렇다네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
심지어 책읽을 시간이 없으니 한자라도 교육시켜서 문해력을 높이자는 주장이 있었는데요.
와~ 이게무슨 말이 되는 소린가 싶었습니다.
책읽을 시간이 없어진게 왜인지는 둘째치고,
책읽을 시간도 없는 애들에게 한자교육을 시켜서 책읽을 시간을 더 뺏자는 이야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