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직합니다.

Lv.1 이빨 (104.♡.44.112)

2026년 4월 6일 AM 02:49

조회 5,791 공감 0

벤처에서 10년을 몸상해가며 일했습니다.

안그래도 지병이 있어서 힘든데, 2년 전에 야근 후 퇴근 전 공장 한번 둘러보러 갔다가 넘어져서 크게 다치고, 1년 반 전에는 회전 근개 파열로 수술하는 등등, 몸이 계속 망가지니까 현타가 오더군요. (그래도 이 회사가 제 인생에 많은 도움을 줬기 때문에 큰 후회는 없습니다.)

출근일을 줄이고 연봉도 줄이면서 1년 넘게 버텨왔는데요.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제 나이에 지금 아니면 이직이 불가능하겠더라구요. 더 늦으면 회사가 망하거나 짤리더라도 다른 데 구하기가 쉽지 않아보였어요. 이미 50 초반이면 쉽지 않은 나이이기도 하구요.

돈이고 건강이고 다 떠나서, 은퇴하기 전에 몇년이라도 마음 맞는 직장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좀 찾아보자 하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 우연찮게 몆 군데 인연이 닿았습니다. 묘하게도 마음을 먹으니 이래저래 길들이 나타나더라구요.

연결된 곳 중 한 군데 마음가는 곳과 어느 정도 조건 조율을 마친 후 다니던 직장에 퇴사 의사를 밝혔습니다. 제가 대표 제외 국내 인력 중 가장 오래 다닌 사람이다보니, 다들 이해해주는 분위기더군요. 워낙 인력 회전이 빠른 회사라서 저랑 입사 연차가 비슷한 인력은 하나도 없고, 2년 정도 뒤에 들어온 인력이 극소수 있고 나머지 대부분은 3~4년 미만인 수준입니다. 제 팀원들은 갑작스러운 통보(?)에 조금 멘붕이 온 듯한 분위기이긴 했는데, 회식 및 작은 선물 공세로 다독여줬습니다. (제가 현업에 손을 조금 놓은지라 큰 도움이 되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제가 빠지면 고생이 좀 될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

어찌되었건, 이래저래 어렵지 않게 2주 만에 인수인계 마친 후 퇴사하고, 지금은 놀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종종 전화와서 이거저거 물어보긴 하는데, 좀 더 지나면 안찾고 잘들 처리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회사 안가니까 참 좋긴한데 좀 이상하기도 해요. 그래도, 청소기 돌리고, 장보러 다니고, 심부름하고, 집에 이거 저거 수리하고, 집안에 미뤄뒀던 이슈들도 처리하려고 여기 저기 알아보고... 회사 안가도 할 일은 많더라구요.

이직할 회사는 4월 말부터 출근하기로 합의를 한지라, 이번 주에 서울 본사 올라가서 일단 계약부터 할 예정입니다. (역시나 작은 벤처입니다. 이전 회사는 규모가 커지면서 각종 문제가 터져나오기 시작한지 오래인데 제가 손쓸 방법이 없어서 너무 답답했어요. 그래서 작은 회사로 가고 싶었죠.)

실제 입사해서 일하기 시작하면,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힘든 점이 많이 있겠지만, 면접 겸해서 사전에 만나본 대표님 포함 주요 인력들은 다들 좋은 사람들 같아서 기대가 좀 됩니다.

아마, 제 경력에 마지막 직장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부디 좋은 선택으로 후회가 없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도 오랜만에 이직하는지라 적응이 잘 될까 걱정도 좀 되네요.

직장 옮기는 타이밍에 1~2주 정도 여행도 다니고 하면 좋으련만, 전쟁 때문에 어디 다녀올 상황이 아닌 건 좀 아쉽네요. 이 회사 입사하기 전에는 2주 정도 텀이 있을 때 애들이랑 네식구가 괌에 8일인가 다녀왔었는데요, 이번에는 영 꽝입니다. (이게 다 사탄야후랑 도람푸 때문입니다. ㅠㅠ)

댓글 (54)

  • 뇌공앙

    뇌공앙 Lv.1

    04.06 · 125.♡.61.188

    저도 비슷한 경로를 8월 쯤부터 실행할 것 같습니다. 월급쟁이가 누릴 수 있는 최고는 싫은 시람들과 같이 일 안하는 것 같습니다. 행운을 기원합니다.

  • 이빨 Lv.1 → 뇌공앙 작성자

    04.07 · 172.♡.252.2

    감사드리구요,

    역시 행운이 있으시길 바랍니다~

  • 달려라쑈바 Lv.1

    04.06 · 222.♡.155.187

    축하드립니다 :) 비엣남 갔다오는건 괜찮지 않을까요 ~

  • 이빨 Lv.1 → 달려라쑈바 작성자

    04.07 · 172.♡.252.2

    감사합니다.

    비엣남이나 중국, 대만 고려는 해봤는데,

    환율/유가 생각하니 엄두가 안나네요.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요.

  • M

    M.M. Lv.1

    04.06 · 125.♡.138.133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새 직장에서는 적게 일하고 많이 돈 버시기를~

  • 이빨 Lv.1 → M.M. 작성자

    04.07 · 172.♡.252.2

    감사합니다.

    저노동 고임금이면 꿈의 직장이네요. ㅎㅎ

    님께도 저노동/고임금의 행운이 깃드시길 기원합니다.

  • Jedi

    Jedi Lv.1

    04.06 · 211.♡.207.33

    정년도 곧 연장될 듯 하니

    건강관리 잘하면서 즐겁게 다녀보시죠^^*

    이직 축하드립니다.

  • 이빨 Lv.1 → Jedi 작성자

    04.07 · 172.♡.252.2

    감사합니다 .

    정년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만, 건강 관리는 열심히 하겠습니다. ~

  • 오피니언

    오피니언 Lv.1

    04.06 · 125.♡.183.17

    화이팅입니다

  • 이빨 Lv.1 → 오피니언 작성자

    04.07 · 172.♡.252.2

    감사합니다. 역시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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