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미언 허스트 전시 + 한일관 물냉면 후기
PWL⠀

Lv.1 PWL⠀ (61.♡.133.154)

2026년 4월 11일 PM 08:55

조회 1,054 공감 0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데이미언 허스트(Damian Hirst)의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친절한 앙님께서 전시에 대해 알려주셔서 알게 되었어요. 그 유명한 상어 박제는 예~전에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 작가의 작품을 모아놓은 전시회여서 다녀왔습니다. 토요일 저녁에는 무료 입장이 가능해서 부담 없이 산책 다녀온다는 심정으로 다녀왔죠.

워낙 논란이 많은 작가인지라 가지 말까 생각도 해봤는데 직장 동료더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말해줘서 그냥 가기로 했습니다.

전시품중에는 제 취향의 작품이 거의 없을 정도였고 취향을 논하기에 앞서 과연 이런게 작품이라고 전시되는게 맞나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죽음이라는 개념을 주제로 한 작품을 주로 만들어 유명한 작가인건 알겠는데 이러는게 진짜 맞나 싶더군요.

작가가 열여섯살 때에 시체안치소에서 참수당한 머리 옆에서 몰래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찍은 사진이 전시장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보기에도 끔찍할뿐더러 이걸 과연 작품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인지, 연령제한도 없는 이 전시에 저걸 걸어놔도 되는건지, 이제는 꽤나 나이가 들었을 작가는 본인 스스로 아직도 이걸 작품으로 여기는지, 전시를 기획했을 국립 현대미술관에서는 이걸 걸러낼 생각은 해 본 것인지, 죽은 사람을 저렇게 관람의 대상으로 만들어도 되는 것인지… 매우 불쾌했습니다.

거기에 대해 입에 대고 총을 방아쇠를 당겨 자살한 시체의 모자이크된 사진도 있었죠. 모자이크를 해서 참수된 머리보다는 훨씬 덜 잔인해 보였지만 작품 설명을 읽고나선 이게 뭔가 싶더라구요. 작품이라 불리기 이전에 도덕적인 논란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유명한 상어가 전시된 전시장에는 심약한 사람들이 보기에 부적절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가 있는데 정작 제 기준으로는 진짜 경고가 붙여져야 할 곳에는 없었구요 . 사람들은 그 끔찍한 사진들을 보고 그냥 작품이라고 인정을 한건지, 저처럼 불쾌하게 느끼고 분노한건지도 모르겠구요. 초반에 본 그런 사진 때문에 그냥 전시회 자체에 완전히 흥미를 잃어버렸습니다. 어쩌면 저처럼 느끼는 것 역시 작가의 의도였을까요?

작가의 후반부 작품에는 좀 느닷없이(?) 대형 벚꽃 나무 그림이 등장하는데 사람이 나이가 들면 꽃사진을 찍는다던데 이 사람도 이젠 늙어서 저러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저와 함께 전시회에 간 지인은 데이미언 허스트가 사후 본인의 의지에 따라 스스로 박제되어 전시되면 그 때에는 작가의 의도를 인정해주겠노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그의 시신도 법의 절차에 따라 처리되겠죠.

매우 심드렁한 마음으로 미술관을 나와 근처에 있는 한일관에서 물냉면을 먹었습니다. 미묘하게 맛이 바뀌었더군요. 육수의 육향이 훨씬 진해졌고 면에의 메밀향도 꽤 진해졌습니다. 반면 특유의 그릇 밑에 깔려있던 잘게 갈은 고기는 없어져버렸습니다. 국물을 마시면서도 끝까지 씹는 맛이 있어 특이해 좋아했는데 뭔가 섭섭하더군요. 그래도 정말 맛이 좋아서 순식간에 한 그릇을 다 비워버렸습니다.

결론:

데이미안 허스트 전시회에는 5점 만점에 0점을 주겠습니다. 작가는 논란을 이끌어내 이름을 알리는데에는 성공했겠으나 부끄러움이 없어 보였습니다.

한일관 물냉면에는 5점 만점에 5점을 주겠습니다. 개성이 살짝 줄어들었지만 더 맛있어졌습니다. 그래도 갈은 고기는 다시 들어가면 좋겠어요.

댓글 (2)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