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golemongole (112.♡.33.238)
2026년 4월 13일 AM 01:44

부커상과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에 올랐던 '그녀를 만나다(2021)' 개정판입니다.
그리고 작년 필립 K.딕 상 최종후보작에 올랐다고 하니 분위기가 대강 짐작 가실 겁니다. 필립 K.딕 단편처럼 마지막 문장 읽고 나면 책장을 쉽게 못 넘깁니다. 그만큼 여운이 남고 반전 빌드업 구성이 좋습니다.
첫 단편 '영생불사연구소'는 너무 웃깁니다. 한참을 웃다가 다음 편, 다음 이야기를 읽을수록 왜 처음에 그렇게 웃겼는지 알게됩니다. 대한민국 사회 문제를 장르문학 시각으로 바라봅니다.
특정 사건을 언급하진 않지만 "우리는 절대 잊지 않습니다"라는 문장을 읽으면 가슴 속에서 같은 글이 같은 소리를 내며 울립니다. 이어지는 문장도 익숙합니다. '나도 절대 잊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어떤 것은 잊게 되었다. 내가 잃어버린 동지들의 모습이, 마음 속에 불로 새겨질 줄 알았던 그 이름들이 세월 속에 희미하게 바래져서 사라졌다.'
작가의 말에도 비슷한 글이 있습니다. '물론 인간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다. 광화문에 농성장이 있고 거기서 세월호 서명을 받던 시절만 해도 나는 304분의 이름을 절대 평생 못 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는 단원고 피해자들이 몇 반이었는지 헷갈린다. 사람의 기억력이란 게 이렇게 연약한 것이다. 게다가 매일 뭔가 다른 일이 일어나서 덮어쓰기를 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좀비, 외계인, 오컬트, 로봇과 인공지능, 그리고 공각기동대(전뇌)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굉장히 정치적이에요. 뒤로 갈수록 노골적이고 실명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작가 역시 '... 한편으로는 내가 괜히 나대서 당사자분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건가 걱정'을 감추지 않습니다.
수준높은 오컬트와 바디호러 이야기로 가득했던 <저주토끼>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래서 스님들과 함께 한 오체투지 에피소드로 시작해서 사회운동 이야기를 끊임없이 적어놓은 작가의 말을 보니 낯설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시대를 살고 있는 작가의 글을 읽고 있다는 끈끈한 유대감도 느껴지기도 하네요. 팬데믹과 트럼프, 그리고 사타냐후를 어떻게 모른척 할 수 있겠습니까.
개인적으로 '저주토끼'가 조금 좋았지만 그래도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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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vdo
04.13 · 121.♡.1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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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맛김치
04.13 · 125.♡.186.94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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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읽어봐야겠네요. 영생불사연구소 제목 마음에 듭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