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봉 (1.♡.168.87)
2024년 5월 13일 PM 03:36 · 수정됨(16:46)
나는 자발적인 은둔형 외톨이 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 인생에 큰 변곡점이 되었던 20대 시절 있었던 사건으로 인하여 모든 관계를 단절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난 후에는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외톨이로 지낼 수 밖에 없는 인간 관계가 형성되고 말았습니다.
큰 변곡점이 되었던 사건이란, 저의 가장 친한 친구가 저의 오랜 여자친구와 손 잡고 나타나 결혼 하겠다고 선언한 사건입니다. 그 사건 이후 저는 일 외에는 대부분의 사적인 관계를 거부하였고, 그나마 유지되는 또는 새로운 관계 또한 가식적인 관계들로 유지 되었습니다.
지난 주말 오래된 친구들을 30년만에 만났습니다.
나름대로 큰 결심을 하고 나간 자리였기에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이젠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네요.
만나기 전날은 너무 설레었고, 만나러 가는 당일은 새벽부터 오랜친구들을 만나러 가기 위한 몸단장도 하고 친구들을 만나면 첫마디로 어떤말을 건네야 할까, 악수를 해야 하나, 포옹을 해야 하나, 그냥 손인사만 해야 하나.. 등등을 생각하면서 정말 많이 설레었습니다.
친구들과 짧은 인사가 지나가고 몇마디 나누면서 오래 만나지 못했어도 역시 친구는 친구구나… 라는 생각이 들 만큼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부터 너무 힘듭니다.
친구들과 만남으로 인하여 갑자기 소횐되어 내 앞에 떨어진 30년 전의 관계와 그동안 시간들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아직도 현실의 나와 과거의 내가 구분되지 않네요.
과거를 추억하고 자책하며 지내온 껍데기가 현실의 제 자리에 앉아, 저를 보면서 비웃고 있는 것 같아서 어떻게 현실로 돌아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현실이 껍데기만 살다가 아무것도 남지 않은 50대 독거남이기 때문에 더더욱 받아 들일수가 없네요. 오늘 따라 왜 이렇게 비참해 보이는지 말입니다.
지나버린 시간 아무도 보상해 주지 않는데 도대체 그동안 저는 뭘 하고 살았던 건지 모르겠습니다.
혼자 화장실에서 한참을 울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많이 힘드네요. 빨리 현실로 돌아와야 할텐데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아니, 방법이 있기는 한 걸까 싶네요.
개인적인 넋두리를 공개된 장소에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앞뒤 없는 잡설 참고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동훈 부장 보고 싶네요.
좋은 하루 되십시요.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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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ebirth
24.05.13 · 116.♡.14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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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데자봉
→ Rebirth 작성자
24.05.13 · 1.♡.168.87
감사합니다. -
MMoonKnight
24.05.13 · 110.♡.57.6
그냥 흘러가게 두는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감정을 추가하지도 애써 덜어내실 필요도 없이 생각나면 생각나는대로 화가 나면 화가 나는대로 슬프면 슬픈대로 놔두세요
상처는 가리고 덮어둔다고 낫는게 아니라 드러내놓고 있어야 조금씩 낫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럴려면 용기도 필요하죠
용기를 내시기 바랍니다 -
데데자봉
→ MoonKnight 작성자
24.05.13 · 1.♡.168.87
시간에 의한 상처도 시간에 의해 치유될 수 밖에 없네요. 조언 감사합니다. -
해해질무렵
24.05.13 · 122.♡.153.5
아무 일도 아니예요.
화이팅! -
데데자봉
작성자
24.05.13 · 1.♡.168.87
좋은 글들 감사합니다.
아무 일도 아닐 겁니다. 정말 아무 일도 아닐 겁니다. -
마마이바흐
24.05.13 · 210.♡.20.243
과거가 발목을 잡는 트라우마가 아닌 삶을 살아내는데 필요한 자양분을 만드는 경험이 된다고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너무 오랜 시간을 그리 살아오셨으면 쉽게 벗어나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천천히 연습하면서 세상에 나와 타인과 함께 살아갈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사실 혼자 살고 싶어도 혼자 살수 없는 사람들이거든요. 혼자 사는것 같아도 알게 모르게 타인과 얽히고 설킨 세상을 꾸역꾸역 살아내고 있습니다. 타인과 억지로 잘 지낼 필요도 없지만 그리 멀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 말은 혼자 살아가는 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너무 오랜시간을 혼자 보내다보니 타인과 잘 지내는 방법도 잊어버리는 것 같아서 한쪽으로는 조금씩 무섭기도 하지만 잘 지내고 있다고 스스로를 응원하면서 살아가고 있지요.
우리 모두 힘냅시다!!!
얼마전에 무라카미 하루끼의 '해변의 카프카'를 다시 읽으면서 눈에 들어온 글귀를 몇번이나 곱씹었던 적이 있습니다.
-자연 속에서 혼자 지내는 것은 분명히 멋진 일이지만, 거기서 계속 생활해 나가는 것은 쉽지 않지, 이론적으로는 못 할 일도 아니고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도 있 지. 하지만 자연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부자연스러운 것이고 평온함이란 어떤 의미에서는 위협적인 거야. 그 같은 배반성을 잘 받아들이려면, 그 나름의 준비와 경험이 필요해. 그러니까 우리는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거리로 돌아가는 거야. 사회와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는 도시로 돌아가는 거야. -
데데자봉
→ 마이바흐 작성자
24.05.13 · 1.♡.168.87
상실감, 공허감과 함께 방향성을 잃어 버린것 같은데, 이유가 뭔지 몰랐습니다. 세유님 글을 곱씹어 읽어 보니, 가식적인 껍데기만의 관계들에 익숙해져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받은 참 관계로 인한 충격이었던것 같습니다.
다시 또 친구들을 만나러 가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더 자주 만나야 할 것 같습니다.
조언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 '해번의 카프카' 다시 읽어 보겠습니다. -
류류겐
24.05.13 · 211.♡.74.210
인간이 인간에게 친절한 게 당연한 거 아니야! 라고 하던 박동훈 부장... ㅠㅠ
노무현 대통령님을 돌아가시게 한 2MB, 나의 박동훈 부장을 돌아가시게 한 굥석열.
2MB는 캐내려는 의지만 있다면 추가 기소도 충분히 가능한 놈이고
굥은 말을 안해도 뭐 뻔하니... 이 두 인간들 말로가 누구보다 비참하길 빕니다. - 온
온더로드
24.05.13 · 218.♡.160.70
저는 이전에 알던 사람들 굳이 일부러 만나지 않습니다. 사실은 한 3-4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자리를 좀 잡으면 오래된 고향친구들부터 다 찾아 볼까 했는데 굳이 그러는게 더 안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막상 어쩌다 만나면 만난게 더 별로더군요. 그냥 과거는 과거로,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두는게 좋을듯 합니다.
제일 소중한 일상도, 소중한 사람도 바로 지금 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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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봉님도 활기차게 걸음 나아갈 수 있을텐데...
슬픈 현실이네요....
힘내라는 말씀밖에 못 드리겠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