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로 출근하신 뒤의 딸의 책상 위, 그리고 딸 이야기
Finn

Lv.1 Finn (220.♡.41.219)

2026년 4월 16일 AM 11:34

조회 5,238 공감 0

아이디를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지 잘 모르겠네요. 얼마 전에도 아내가 한 달 동안 암과 여러 질병으로 입원해 있다는걸 여기 다모앙에 알려 드렸더니 앙님들께서 쪽지와 댓글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 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와이프가 4기 암이 세 번째로 다시 재발하여서 4월 첫째 주 부터 항암치료를 받느라 정신이 또 없네요.

딸은 14년 생입니다. 세월호 이슈가 한창일 때 태어나서...지금도 제 차 뒤에 세월호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고 있네요.

아내 치료가 항상 먼저인 집이라 아이 학업에는 신경을 많이 못썼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기억나는게, 이름이 '이금쪽'인데 'ㅇ ㅣ' 순서가 헷갈렸는지 1학년이 한참 지난 동안에도 'ㅣㅇ 금쪽(십금쪽)으로 자기 이름을 자주 썼었습니다.ㅎㅎ

작년, 5학년 1학기 때까지는 공부하고는 담을 쌓고 있었던것 같습니다. 혁신초등학교라 그러지 않아도 거의 안시키는거 같은데 그 학교에서 3학년때 담임선생님이 하루에 수학을 한 시간씩 시켜야 할 것 같다고 하셔서 4학년 때 부터는 구몬수학을 조금씩 시켰구요. 그래도 엄마가 국문학 교수였던터라 책만 이 책 저 책 열심히 읽혔던 것 같습니다.

인상 적이었던건 전태일평전(조영래)을 딸이 작년 5학년 1학기 때 다 읽었는데 읽고 나서 저에게 이렇게 물었어요.

"아빠, 자살을 하면 예수님이 싫어하실텐데 이 사람은 어떨까?"

"우리 공주, 전태일은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예수와 닮은 생을 보낸 사람이야."

이런 일이 있은지 얼마 안되어 딸이 꽤 큰 화상을 당했는데 본인 상처의 아픔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딸이 엉엉 목놓아 울면서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이렇게 화상을 조금 입은것도 아픈데 전태일은 얼마나 아팠을까."

딸의 화상이 제법 컸습니다. 화상을 입은 이유도....엄마 춥다며 물로 핫팩 만들어 주다가 끓는 물을 허벅지에 왕창 흘려서 그렇게 되었네요.. 엄마 도와주느라 그랬던 터라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래도 자기 아픈것보단 전태일 평전을 떠올려 그 아픔에 공감하며 서글피 우는 모습을 보니 예쁜 심성을 가진거 같아 아직까지 그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다가...작년 하반기부터 가고 싶은 중학교가 생겼다며 딸이 학원 보내 달라는 얘기를 여러 번 하여서 12월 25일 구리에 있는 수학학원에서 반 배치고사를 봤는데(세상에 크리스마스 당일 학원에 초등학생 몇 백명이 학원에서 공부하는 장관을 보았네요) 꼴찌반에서 끝 등수 정도의 성적을 받고 학원에 들어갔습니다.

딸이 가고 싶어 하는 중학교가 있는데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어서 그런지 딸의 지금까지 올해 1월달부터 지금까지 3개월 보름 정도 기간 동안 성실하게 공부를 하였네요. 대략 일주일에 5일 정도는 밤 12시에서 1시 사이에 잠을 잔 것 같아요. 지금은 6학년 1, 2학기 최상위 수학을 가장 어려운 문제들은 제외하고 세 번정도씩 돌려서 풀이 과정은 대충 암기로 할 수 있을 정도이고 1031 문제집은 4권 중 두 권을 풀고 있는 중이고 첫 번째 1031은 3,4번 정도 복습하였고 중학교 1학년 문제집은 2권 정도 함께 풀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조금 잘 하는 것 같지만 딸이 원하는 중학교에 가려는 아이들은 고등학교 1학년 수학을 끝내고 오는 아이들이 보통이라고 하니 사실 쉽지 않긴 합니다. 10월 셋째 주가 시험이라 이제 6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았거든요. 다행히도 입학 당시에는 그 중학교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말을 들었지만 지금은 해볼 만하다는 답변을 듣긴 했습니다.

영어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제가 집에서 자주 사용하였고 지금은 Wonder 소설책 정도는 재미있게 읽습니다. 모르는 단어는 제법 있는 것 같은데 대충 넘기고 정 궁금한 것이 있으면 제미나이에게 단어나 어려운 문장들은 물어보면서 읽는 것을 시켰더니 영어로 이것 저것 물어보면서 읽고 있네요.

과학도 한 달 전부터 보내달라고 해서 다니고 있는데 엄청 만족해 합니다. 저는 딸 아이가 아우성이어서 수학, 과학 두 과목만 학원을 보내는것도 와이프 치료 비 등 부담스러운데 다둥이신 분들은 다들 어떻게 버티시는건지 존경스럽습니다.

어제는 잠을 자다가 새벽 2:30에 깼는데 아이가 그 시간까지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더라고요. 요 며칠 사이에 일찍 자라고 잔소리를 많이 하지만 들은 체 하지 않고 열심히 합니다. 아이도 이제 6학년이 되니 알 건 다 알아요. 빨리 자라고 하고 혼내는 듯 싶지만 은근히 부모님이 걱정하면서 좋아한다는거 다 알고 있습니다. 그 시간까지 잠을 자지도 않고 공부하는 딸을 보니 마음이 아프면서도...그래도 대견하기도 한데 아픈 엄마 때문에 일찍 철이 든 것 같기도 해서 맘이 쓰입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딸 아이 책상을 보다가...그냥 내년에 우리 공주님이 가고 싶어하는 학교 정문 앞에서 엄마와 꼭 함께 사진을 꼭 찍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너무 큰 바람이지만 졸업식 사진에도 딸 아이가 엄마랑 사진을 함께 찍었으면 좋겠습니다. 엄마 없이 저랑 딸만 사진 찍는걸 생각해보니 너무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다모앙 여러분 항상 건강하세요.

댓글 (85)

  • 하드리셋

    하드리셋 Lv.1

    04.16 · 223.♡.56.64

    모든 일 다 잘되실 간절히 기원합니다..

    사모님 쾌유하시길 바랍니다.

  • Finn

    Finn Lv.1 → 하드리셋 작성자

    04.16 · 220.♡.41.219

    강제로라도 꼭 쾌유시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파키케팔로

    파키케팔로 Lv.1

    04.16 · 58.♡.196.41

    이쁩니다~

  • Finn

    Finn Lv.1 → 파키케팔로 작성자

    04.16 · 220.♡.41.219

    감사합니다!

  • 기밀요원

    기밀요원 Lv.1 → 파키케팔로

    04.16 · 121.♡.209.232

    이쁘네요!

  • Finn

    Finn Lv.1 → 기밀요원 작성자

    04.16 · 220.♡.41.219

    기밀요원님도 선그라스 샷이 예쁘십니다! ㅎㅎ

  • SPQR

    SPQR Lv.1

    04.16 · 223.♡.84.58

    사모님의 쾌유를 빕니다.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게 노력하고 있는

    따님의 모습이 참 대견 합니다.

  • Finn

    Finn Lv.1 → SPQR 작성자

    04.16 · 220.♡.41.219

    예쁜 말씀 감사합니다!

  • 초보아찌

    초보아찌 Lv.1

    04.16 · 118.♡.83.183

    건강해지고 합격하고, 잘되기를 바랍니다.

  • Finn

    Finn Lv.1 → 초보아찌 작성자

    04.16 · 220.♡.41.219

    초보아찌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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