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이 (218.♡.158.97)
2026년 4월 17일 PM 12:40
어제 회사에서 AI 만능설에 젖어 벌어지는 일들을 적었는데.
적으면서 '에이... 설마 매일 이러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왜 슬픈 생각은 틀린적이 없을까.... 라는 가사 누가 썼습니까? 어디 시대의 현자세요?
어제 대표님이 AI로 만든 html, 그냥 메모장 처럼 되어 있는걸
진짜 되는 프로그램으로 만들라길래.
하고 있었습니다.
챗으로 "잠시 회의실로.. " 메세지가 와서 회의실에 갔는데.
어제의 그 AI로 만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이더군요.
그러더니 AI 를 회사에 어떻게 접목한다.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어쩐다 하길래.
저는 한귀로 듣고 흘리면서 말해 줬습니다.
"AI로 업무 자동화를 하던 어쩌던 모든 직원들은 각기 도메인 지식, 경험을 가지고 있다.
AI를 인건비를 줄이는 목적으로 사용하려 하면 안됩니다."
퍽이나... 제말을 듣겠습니다.
임원진들은 "눼눼~~" 하는 표정이더군요.
그러다 다른 부서 실장이 옆에서 거들더군요.
타부서 실장 : "제 자료 보시죠. 이게 저도 Claude를 사용해서 XX관련 지표 자료를 만든겁니다"
임원진들 : "오오오~~"
타부서 실장 : "이게 뭐고, 이건 뭐고, 이렇게 예전에 몇주나 걸린 자료를 한 시간만에 만들 수 있었습니다."
대충 보니까. 한시간은 오버고, 이런 저런 함수랑 시트 참고해서 데이터 취합하고 여러가지 한 것 같더군요.
그런데 거기서 가만히 있지..
타부서 실장 : "이제 개발자 필요 없겠네요?"
꼭 저렇게 가만히 있는 사람을 건드리는 부류가 있습니다.
저 : "대단하네요. 근데 저거 펑션 쓴거 같은데 애초에 저거 할 줄 모르셨나봐요? 관리 부서에서 엑셀을 제대로 못쓰고 계셨다니... 저한테 말씀하시죠. 가르쳐 드렸을 텐데"
그 뒤 여기저기서 개발자가 없어지네 마네 소리를 해대길래.
아마 저보다는 여기 계신 재무, 경영 하시는 분들이 번저 사라지실 겁니다.
하고 저의 턴을 종료 하고 나왔습니다.
대표님 왈.
"싸우지마..."
저 안 싸웠는데요?
댓글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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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크메시아
04.17 · 211.♡.138.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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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이
→ 다크메시아 작성자
04.17 · 218.♡.158.97
저한테 왜 이러세요 ㅠㅠ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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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구구
04.17 · 211.♡.204.88
많은 기업에서 개발자가 없어지길 기대하고 있어서
많은 사람의 희망은 곧 실현되듯이
그게 조만간 실제로 일어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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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oyA
→ 구구구
04.17 · 163.♡.222.81
개발자가 먼저 살아질까요? 반복업무하는 일반 사무직이 먼저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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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이
→ 구구구 작성자
04.17 · 218.♡.158.97
작년에는 영상 제작, 이미지 제작 다 사라진다.
올해는 개발자 다 사라진다.
내년에는 누가 사라질까요.
타노스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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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aygon
04.17 · 220.♡.33.186
듣기만 해도 복장터지는 상황이군요.
"왜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나"가 매일 울리는 것 아닌가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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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이
→ kaygon 작성자
04.17 · 218.♡.158.97
오늘도 회사는 즐겁습니다. 따라라란 따란 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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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남극백곰
04.17 · 223.♡.79.250
전산팀 썰 생각나네요 저러다 사고치고 나중에 연락오고 그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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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이
→ 남극백곰 작성자
04.17 · 218.♡.158.97
제가... 전산팀도 같이 맡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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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타오름달열여드레
04.17 · 211.♡.153.230
어이없죠 가장 빨리 사라질 직무에 계신사람들이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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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다음 날 아침, 사무실 풍경은 어제의 승전보를 울리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흘러갑니다. 어제 대표님의 "오오" 소리에 취해 AI 교주가 된 타 부서 실장은, 출근하자마자 야심 차게 Claude를 켭니다. 이번엔 엑셀 수식 몇 개가 아니라, 아예 회사의 운명을 결정할 '차세대 수익 모델 분석'을 맡기기로 하죠. 그는 보안 규정 따위는 쿨하게 무시하고 대외비 재무 데이터와 내년도 인건비 현황을 복사해서 AI에게 갖다 바칩니다. "자, 이제 네가 알아서 우리 회사 인력을 재배치하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마법의 보고서를 써와!"라며 엔터를 치는 그의 손가락엔 마치 세상을 구원할 메시아 같은 장엄함마저 느껴집니다.
하지만 점심시간이 지날 무렵, 그 장엄하던 손가락은 심이 님의 자리 파티션을 조심스럽게 두드리기 시작합니다. "저... 심이 팀장님, 바쁘시죠? 아니, 이게 코드가 돌아가긴 하는데 결과값이 자꾸 '없음'이라고 나와서요. AI가 만든 거라 완벽할 텐데 제 컴퓨터가 이상한 걸까요?" 심이 님이 무심하게 훑어본 화면 속엔, 맥락을 상실한 AI가 뱉어낸 '영업이익 5,000% 달성'이라는 기적의 논리와 함께 로직이 무한 루프에 빠져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심이 님은 식어버린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아주 나른하게 대답하겠죠. "실장님, 어제 개발자 필요 없다면서요. 이 코드는 자아가 생겨서 실무자의 지시를 거부하는 것 같은데, 엑셀 가르쳐드릴 때처럼 정성껏 타일러 보시는 건 어때요?"
사태의 정점은 오후 4시, 경영지원팀의 비명과 함께 찾아옵니다. 실장이 자신 있게 올린 보고서를 훑어보던 대표님의 얼굴이 흙빛이 된 거죠. 도메인 지식 없이 AI가 던져주는 대로 만든 그 보고서에는 '비용 절감 1순위'로 임원진 업무 추진비 전액 삭감과 대표님 직속 비서실 해체가 당당히 박혀 있었습니다. AI 입장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숫자를 찾은 것뿐인데, 졸지에 실장은 대표님 면전에서 '하극상 보고서'를 던진 꼴이 된 겁니다.
결국 퇴근 무렵, 사색이 된 재무팀장과 고개를 푹 숙인 실장을 뒤로하고 대표님이 심이 님을 조용히 부릅니다. "아까 그... 메모장 같은 HTML 말이야. 그거 그냥 심이 님이 처음부터 다시 짜주면 안 될까? 역시 기계보다는 사람 손이 가야 정이 느껴지더라고." 심이 님은 어제의 그 서늘한 표정을 유지하며 속으로 비웃음을 삼킵니다. '싸우지 말라면서요, 대표님. 이건 싸우는 게 아니라, AI 만능설에 취한 분들을 현실 세계로 강제 소환하는 중입니다.' 턴을 종료하고 사무실을 나서는 심이 님의 등 뒤로,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라는 멜로디가 BGM처럼 잔잔하게 흐르는 완벽한 퇴근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