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golemongole (61.♡.217.153)
2026년 4월 17일 PM 03:09
젊은 작가들 열린 플랫폼, 이라고 소개하는 웹진 LIM, 어쩌다 알게되어 오늘 아침에 잠깐 읽었습니다.
저는 웹소설은 안 읽으나 여긴 웹소설, 단편 플랫폼이네요. 그리고 무료.
재밌는 단편들도 있었고 이름난 작가도 보입니다. 그래서 성해나 '기념'을 읽었습니다.
서먹한 가족의 여행기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가족의 비밀이 있습니다. 가족에 상처가 있습니다.
아래는 스포일러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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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행 아니야. 우리 완주 간 적 있어. 너 세 살 때.
아버지가 나를 빤히 본다. 아버지의 눈빛이 흔들린다.
그날을 돌이킬 때면 쉴 듯 말 듯한 주먹밥 냄새와 광도 낮은 조명이 떠오른다. 무거운 정적과 부모의 굳은 표정도 덤으로 따라온다. 1992년 10월 28일. 그때 나는 며칠간 학교에 가지 못했고, 아버지는 직장을 그만두었으며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엄마는 애를 뗐다.
자정이면 휴거가 일어날 것이었다. 완주군 고산면의 작은 기도원에서 열 명 남짓한 이들과 휴거를 기다리며 사흘 밤낮을 샜다. 철야 기도와 간증, 수없이 터지고 이어지는 방언에 교인들도, 부모도 종국엔 힘이 모조리 빠져 기도원 바닥에 누워 하늘로 들어 올려지기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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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쟁이 아버지 때문에 휴거를 기다리다 외삼촌으로부터 구원, 아니 구조된 가족입니다. 이후로 부모님은 별거 중. 그러니 가족 여행은 서먹합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아직도 예수쟁이입니다. 예수쟁이 아버지 아들도 사고뭉치입니다. 서부지법 폭동 참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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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 들어 보니까 담만 넘은 거야. 아무 짓도 안 했대.
그게 뭔 소리야.
우리 자성이는 담만 넘었다고. 다른 애들처럼 거기까지도 안 들어가고 암것도 부수지 않았는데 억울하게 애먼 애만 잡혀서 ...
두루뭉술한 이야기만 하는 엄마에게 아버지는 낱낱이 캐묻는다. 거기가 어디며 뭘 부수었는지.
엄마는 법원, 점거 따위의 단어로 부실한 설명을 잇는다. 이제야 자성이 무슨 짓을 벌인지 짐작이 간다. 지난 겨울 봤던 뉴스가 떠오른다.
현판을 짓밟고, 유리창을 깨고, 저지하는 경관에게 소화기를 분사하며 난동을 피우던 사람들. 저게 이단이다, 뉴스를 보며 중얼대는 아버지와 그 옆에서 내가 경악했던 것도 파노라마처럼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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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본 정보라 작가의 말에서도 작품 설명은 거의 없는채로 세월호와 이태원 채상병과 오체투지 이야기만 하고 오늘 성해나 단편도 서부지법 폭동과 사이비 기독교를 바로 옆에서 바라봅니다. 어제 읽은 김혜순 시인 글이 떠오릅니다.
'사건에 정치 경제가 개입하면 그 사건의 사실과 진실은 절대로 알기 어렵다. 사건에 문학이 개입하면 개개인의 사건이 드러난다. 이 나라 이 세상 모든 사건의 사실과 진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이 도둑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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