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 (175.♡.147.253)
2026년 4월 22일 PM 12:45
부산 출신이 이런 글 쓰면 배신자 소리 들을 수도 있는데, 팩트니까 한번 풀어볼게요.
시작은 단순한 의문이었어요. 울산에는 왜 지하철이 없지?
울산은 광역시예요. 1인당 소득 전국 1~2위, 현대차·현대중공업·SK이노베이션이 다 여기 있어요. 근데 지하철이 없어요. 광역시 중에 유일하게.
"암반이라서 못 판다"는 말이 떠도는데, 이게 사실 구라예요. 실제론 정반대거든요. 울산 도심 지반은 암반은커녕 늪지대에 가까워요. 달동 태화중학교 운동장이 가라앉아서 축구공을 굴리면 가운데로 모였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고, 한 백화점은 지하주차장 팠다가 침수로 시공사가 부도났어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어요. 울산 지하에는 배관이 거미줄처럼 깔려 있거든요. 공업도시, 석유화학도시다 보니 송유관·가스관·공업용 배관이 수십 년에 걸쳐 쌓인 거예요. 수소배관만 해도 120km예요. 울산시가 공식적으로 "대부분 구간은 지하 배관이 촘촘하게 깔려 있어 지하화하기 힘들다"고 밝힌 적도 있고요.
아이러니하죠. 산업도시로 성공했기 때문에 지하철을 못 짓는 거예요. 수십 년 쌓아온 공업 인프라가 교통 인프라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나온 게 수소 트램인데, 이것도 결국 도로 위를 달려요. 왕복 6차로에 트램 깔면 차로가 줄어들어요. 창원 BRT 때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죠. 공군 비상활주로 기능을 하던 넓은 도로를 BRT 전용차로로 쪼개면서 그 기능을 사실상 잃어버렸다는 거예요. 어떤 대안을 써도 뭔가 찜찜한 거예요.
근데 찜찜함을 계속 따라가다 보니까 더 근본적인 의문이 생겼어요.
울산이 왜 부울경이에요?
부울경은 부산·울산·경남 묶어서 수도권 맞상대 만들자는 행정 프로젝트잖아요. 인구 숫자는 나오죠. 근데 울산 입장에서 이 묶음이 얼마나 실질적인가요.
부산은 소비·서비스 도시예요. 경남은 창원·진주·거제가 다 성격이 달라요. 울산이 거기서 공통분모를 찾기가 쉽지 않아요. 부산 출신인 제가 봐도, 울산이 부산 따라가는 구도가 되면 빨대 효과 걱정이 나오는 게 당연해요.
반면에 포항, 경주를 보면 얘기가 달라져요.
포항은 포스코, 철강이에요. 거기서 나온 소재가 경주 부품 업체 거쳐서 울산 현대차 공장으로 들어가요. 철강→부품→완제품. 이게 7번 국도 따라 실제로 돌아가고 있는 산업 밸류체인이에요. 행정구역상 포항·경주는 경북이고 울산은 광역시라 남남처럼 보이지만, 돈이 도는 흐름은 이 동해안 라인을 따라가고 있거든요.
근데 여기서 반전이 있어요.
이게 사실 이미 있는 개념이에요.
해오름동맹. 울산·포항·경주 세 도시가 2016년에 결성한 상생 협력체예요. 경제·산업·문화·관광까지 현재 43개 공동협력사업을 같이 굴리고 있고, 시장들이 정기적으로 모여서 초광역 교통망이랑 첨단산업벨트 얘기까지 하고 있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돌아가고 있는 협의체예요.
근데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부울경은 뉴스에 맨날 나와요. 메가시티, 행정통합, 수도권 대항마. 시끄럽죠. 근데 해오름동맹은 실제로 산업 논리가 맞고, 지리적으로도 자연스럽고, 9년째 굴러가고 있는데 커뮤니티에서 거의 얘기가 안 돼요.
왜일까요.
결국 이것도 비슷한 문제인 것 같아요. 인프라든 행정이든, 실질적인 흐름보다 숫자와 볼륨으로 주목받는 쪽이 항상 이기는 거예요. 부울경은 인구 800만이라는 숫자가 있고, 해오름동맹은 그게 없어요.
근데 돈의 흐름, 산업의 흐름은 해오름 라인을 따라가고 있거든요.
울산이 지하철 못 짓는 이유가 공업 배관 때문이듯, 울산의 진짜 파트너가 행정 묶음 밖에 있듯, 실질이 항상 행정보다 먼저 와 있는데 행정이 그걸 못 따라가는 거예요.
부산 출신이 이런 말 하면 좀 웃기긴 한데 ㅋㅋ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서요.
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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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너구리남편
04.22 · 112.♡.22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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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3YNM4N
→ 너구리남편 작성자
04.22 · 175.♡.147.253
울산시가 그렇다니 맞겠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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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anomA
→ 너구리남편
04.22 · 218.♡.64.162
채널 돌리다 꼬꼬무에 95년 대구 상인동 지하철 공사 가스 폭발사고가 나오더군요. 그때까지 지하 및 배관 정보가 없었고, 옆에서 급하게 백화점 공사하다가 가스관에 구멍 뚫어서 누출된 가스가 지하철 공사장으로 흘러가 고였고, 폭발하면서 100명 넘게 죽었죠. 그 중 40명 넘는 인원이 영남 중학교 학생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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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자바람연꽃
04.22 · 221.♡.34.113
사실 울포경이 더 현실적인긴 하죠 산업적으로도 관계도...
그리고 지하철은 세계 도시역사 보면 자동차 산업이 있는 도시는 지하철이 없거나 늦게 도입됩니다. ㅎ
이유는 아시리라... ㅎ
그리고 무엇봐다도 수익률은 1위지만 그당이 계속 잡고 있어 발전이 그 모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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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3YNM4N
→ 사자바람연꽃 작성자
04.22 · 61.♡.185.51
부산입장에선 아쉽긴한데 해오름동맹이 더 맞아 보이네요 부산은 뭐 김해 창원 양산이 더 맞는거긴하니까요
- 혁
혁파파
04.22 · 123.♡.8.12
20년도 전에
수업중 교수님께서 울산은 지하에 가스배관 부터 송유배관등이 엄청 복잡한데
지도화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땅파는게 힘들다고 들었던적 있네요 -
FF3YNM4N
→ 혁파파 작성자
04.22 · 61.♡.185.51
그때도 그랬군요 전 최근에 찾아본거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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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결
04.22 · 211.♡.132.18
좀 깊게 파면 가능 하다고 봅니다. gtx 같은 경우는 더 깊게도 파는데요..
그냥 의지 문제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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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3YNM4N
→ 고결 작성자
04.22 · 175.♡.147.253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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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ENE
04.22 · 220.♡.77.89
저도 선생님 말씀이 맞다 생각합니다.
경북, 경남 나누는 것이 진짜 의미없거든요.
부산-창원 해양도시, 동해안 산업도시, 대구 내륙 허브도시 이렇게 광역권으로 묶어서 고민해야한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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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네요, 그렇게 배관이 많아 지하철을 못 뚫을 정도라는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