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눈 (211.♡.219.2)
2026년 4월 23일 PM 01:07
점심 먹기 전 쓴 글과 그 댓글들 읽다 보니 이 단편 소설이 생각났습니다.
거장의 솜씨가 짧은 글에서도 확 느껴지는 단편이에요..
재결합 (Reunion)
아더 C. 클라크 (Arthur Charles Clarke)
지구의 인류 여러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평화를 사랑합니다. 당연한 얘기지요. 우린 당신들의 사촌이나 다름없으니까 말입니다. 우리도 한때는 지구에 살았습니다.
앞으로 몇 시간 뒤에는 우리들과 직접 만나게 될 겁니다. 우린 지금 이 메시지를 담은 전파 신호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태양계에 접근하는 중입니다. 우리 우주선의 전망창에도 이미 태양이 환하게 비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조상과 당신들의 조상이 천만 년 전에 같이 누렸던 바로 그 태양 말입니다. 우리는 당신들과 마찬가지인 사람들이지만, 당신들은 스스로의 역사를 잊어버렸지요. 그러나 우리들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우린 지구를 식민지로 만들었습니다. 오랜 옛날, 거대한 공룡들이 지구를 지배할 때의 얘기지요. 우리가 도착했을 즈음엔 공룡들은 멸종되어가고 있었고, 그들을 구하고 싶었지만 우리로서도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당시의 지구는 전체가 열대우림으로 뒤덮인 여름의 행성이었지요. 우리가 뿌리내리고 살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판단은 틀렸던 겁니다. 우주를 누비며 뛰어난 문명을 자랑하는 우리들이었지만, 지구의 기후나 생물진화, 유전공학 등에 대해서는 그다지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오랜 기간동안 여름은 계속되었고 식민지는 번성해 나갔습니다. 그때에는 겨울이란 것이 없었습니다. 비록 지구에 고립되어있었지만 몇 년 동안 우주공간을 가로질러 도달하는 우주 정기선편에 의해 본세계와의 연락 관계도 지속되고 있었지요. 한 세기에 서너 번 정도는 우주선이 와서 머나먼 은하계의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러나 2백만 년 전쯤부터 지구는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던 열대 기후가 점점 스러지기 시작하더니, 양 극지방에서부터 생긴 빙하가 점점 적도 쪽으로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기후가 변하기 시작하면서 식민지 사람들도 따라서 변해갔습니다. 우린 그것이 사실은 기후 변화에 따른 자연적인 적응과 진화 현상이라는 것을 금방 깨닫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당시 식민지에 살던 사람들은 지구에 와서 이상한 병에 걸렸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지구를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삼아 몇 세대 동안 살아왔는데 아주 메스껍고 괴상한 질병에 집단으로 감염되었다고들 생각했습니다. 생명을 빼앗지도 않고 어떤 물리적인 상해를 입히지는 않는 대신에 사람의 겉모습을 완전히 바꾸어버리는 질병이라고.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그 질병에 면역이 되어 아무런 변화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게 몇천 년이 지나고 나자 식민지는 마침내 두 집단으로 갈라지고 말았습니다. 사실상 두 부류의 인종으로 갈라지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그들은 서로 질시하고 반목하게 되었습니다.
계속되는 시기와 질투, 의심, 반목은 마침내 두 종족간에 분쟁을 불러일으켰고, 점점 나빠지는 지구의 기후와 함께 식민지는 갈수록 황폐해져 갔습니다. 결국 한 무리의 식민자들은 지구를 떠나버렸고 남은 사람들은 야만인으로 퇴화되어 버렸습니다.
지구 식민지를 계속 돌볼 수도 있었지만, 우주의 수많은 별들과 수많은 세계에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린 당신들이 지구에서 생존해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당신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최초의 전파신호를 포착하고 나서 곧 당신들의 간단한 언어를 이해할 수 있었고, 마침내 당신들이 그 오랜 미개와 야만의 시대를 거쳐서 새롭게 문명의 씨앗을 키워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제 우리들은 오랜 옛날에 잊혀졌던 우리의 형제들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바로 여러분들을 말입니다.
우리는 지구를 포기한 뒤로 여태까지의 기록과 자료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이 원한다면 우리는 다시 지구를 빙하기 이전의 열대 기후로 되돌려 놓을 수도 있습니다. 별다른 해는 주지 않았지만 여러분들을 심리적으로 괴롭혀왔을 그 유전적 질병도 간단하게 치유할 수 있습니다.
아마 모든 것이 순리대로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께는 기쁜 소식임이 틀림없으리라고 여겨집니다만, 원하기만 한다면 여러분들은 곧 이 우주의 한 가족으로 참여할 수가 있습니다. 전혀 부끄러워하거나 당황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분들 중에 아직도 피부가 검지 않은 사람이 있더라도, 순식간에 치유할 수가 있으니까요.
(1963년 작품)
<박상준 옮김>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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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커피믹스는에스프레소의꿈을꾸는가
04.23 · 223.♡.9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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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열린눈
→ 커피믹스는에스프레소의꿈을꾸는가 작성자
04.23 · 211.♡.219.2
연구팀은 유럽 대륙의 고대 유적지에서 발굴된 인간 83명의 게놈들에 걸쳐 있는 DNA의 핵심부분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약 4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처음 넘어온 인류의 피부는 짙은 색깔이었고, 8500년 전에도 스페인과 룩셈부르크, 헝가리 등에서 산 인류도 여전히 피부색깔이 짙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에게는 탈색소를 이끌어 피부를 하얗게 만드는 것과 연관된 SLC24A5와 SLC45A2가 결핍됐다. 인디펜던트는 “피부를 밝게 만드는 유전자 3개 중 두개”라고 설명했다. 반면 대략 7700년 전 스웨덴에 있었던 인간들은 이 두 유전자와 눈 색깔을 푸르게 만드는 제3의 유전자를 지녔다.
https://www.khan.co.kr/article/201504081532041
의뢰로 몇천년 밖에 안된 일이라는 얘기도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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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ackReacher
04.23 · 118.♡.4.70
번역하신 박상준님..
PC통신 시절 SF동호회의 네임드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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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열린눈
→ JackReacher 작성자
04.23 · 211.♡.219.2
라마와의 랑데부, 화씨 451 등 걸작들 번역하신 분이더라구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
전에 어디서 읽은 바러는 피부색이 분화되는데 10만년 정도 걸렸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