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 (175.♡.147.253)
2026년 4월 25일 AM 06:48
전편에 이어서... 시리즈 물입니다 : )
미리 짚겠습니다. 이건 일본 음식이나 프랑스 음식이 맛없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둘 다 충분히 훌륭합니다. 다만 이미지 프리미엄이 실체보다 과도하게 올라가 있는 케이스와, 실체 대비 저평가된 케이스를 비교하는 겁니다. 음식 품질 논쟁이 아니라 기대치와 이미지의 메커니즘 얘기입니다.
맛은 혀가 결정하지 않습니다. 기대치가 결정합니다. 그리고 그 기대치는 철저하게 이미지와 문화가 만듭니다.
프랑스는 수백 년간 외교와 문화로 기대치를 쌓아올렸습니다. 요리를 국가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외교 도구로 쓴 나라라 미식 이미지가 문화적 패권과 함께 깔린 겁니다. 일본은 장인정신 이미지로 단기간에 기대치를 과도하게 올린 케이스입니다. 후쿠오카 라멘집 줄, 좁은 다찌석, 오픈 주방 이 세팅 자체가 "나 지금 특별한 걸 먹는다"는 기분을 설계합니다. 맛이 아니라 경험을 파는 거죠.
이게 음식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샤넬과 에르메스는 희소성과 이미지로 기대치를 관리합니다. 비쌀수록 더 갖고 싶은 베블런 효과, 다들 좋다고 하니까 따라가는 밴드왜건 효과 이 두 가지가 음식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미슐랭 별 하나가 붙으면 같은 음식도 다르게 느껴지는 게 그 원리입니다.
맛집은 결국 맛있다는 의식이 만든 맛입니다. 유명하다고 알고 가면 맛있고, 줄 서서 기다리면 맛있고, 멀리서 찾아가면 맛있습니다. 뇌가 먼저 맛을 결정하고 혀가 확인하는 구조입니다. 일명 유명한 맛이죠. 후쿠오카 라멘이 맛있었던 이유 중 상당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일본까지 날아가서, 줄 서서, 유명하다고 알고 먹으니까 맛있는 거죠.
한식 재평가는 베블런도 밴드왜건도 아닙니다. K문화가 올라가면서 "유행이라는데 내가 직접 검증해보겠다"는 능동적 소비자가 생긴 겁니다. 이미지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이미지를 의심하고 직접 판단하려는 소비자. 그리고 직접 먹어보니 "진짜 맛있네"가 나오는 거죠. 한식은 기대 없이 직접 먹어보고 쌓인 겁니다. 이미지로 쌓인 게 아니라 경험으로 쌓이는 거라 더 단단합니다.
낮은 기대 후 맛있으면 플러스를 받고, 높은 기대를 충족 못 하면 바로 내리꽂힙니다. 한식은 저평가에서 출발했으니까 같은 퀄리티도 "생각보다 훨씬 낫네"가 되는 구조입니다. 일본은 이미지를 너무 높게 깔아놔서 충족 못 하면 낙폭이 큽니다. 기대치 관리 실패가 미식 이미지를 흔드는 거죠.
결국 맛의 경험은 혀보다 맥락이 만듭니다. 어디서 먹었냐, 얼마나 기다렸냐,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갔냐 — 이게 전부 맛의 일부입니다. 한식이 재평가받는 건 이미지가 올라가서가 아니라 기대치 없이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 쌓아올린 결과입니다. 그게 가장 단단한 미식 이미지입니다.
사실 약간은 국뽕이 없진 않습니다만 한식 맛있는건 부정할수가 없네요 ㅎㅎ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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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마스커
04.25 · 121.♡.1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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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3YNM4N
→ 다마스커 작성자
04.25 · 175.♡.147.253
그것도 이상한 뭔가...고집인지 청소도 잘안하는거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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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결혼잘했네
04.25 · 59.♡.92.190
선생님 글을 참 잘쓰시네요. 정독했습니다. 불식?ㅋ(프렌치 퀴진) 일식이 파인 다이닝계를 주도하는건 말씀대로 문화의 힘이 크죠. 이제 우리나라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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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3YNM4N
→ 결혼잘했네 작성자
04.25 · 61.♡.185.51
ㅎㅎ 한국차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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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이
04.25 · 121.♡.231.17
그냥 먹어서 맛있는 음식이 있고
맛을 알아야 맛있는 음식이 있죠
후자는 소위 진입 장벽이 있는 음식이라 할수 있는데
우리나라 음식이 그 진입장벽이 높다 생각합니다
이유가 장류(간장, 고추장, 된장등)와 젓갈류 때문이라 봅니다
거기에 하나더 보탠다면 익숙하지 않은 모양도 추가 할수 있을듯합니다
점점더 알려지면서 모양이나 냄새에대한 거부감이 줄고 있기는 하나
아직은 힘들다 생각합니다
외국엔 거의 나가본적 없고 티비로만 음식을 배웠기에
외국 음식은 맛도 모르고 뭐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티비에서 본것으로만 말하면 소위 미슐랭등 그런데서 선정한 곳의 음식이 아닌
현지음식이라고 하면 외국인이 우리나라 음식을 처음 접할때의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잘 다듬어 지지 않은 투박한 모양과 익숙하지 않은 냄새는 적응 전까지 장벽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그 장벽을 무너트리는건 맛이겠지요
그 맛을 보게 하는건 호기심일거구요
일반적으로 호기심을 부르게 하는건 티비등 매체의 영향일거라 생각합니다
단순히 음식이 먹어서 배를 채우기 위한 용도가 아닌
문화를 접하는 순간 미식의 세계로 발돋음 하는것일겁니다
이래저래 갈길이 멀어 보입니다
쓰다보니 길어 졌는데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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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3YNM4N
→ 별이 작성자
04.25 · 61.♡.185.51
잠재력이 큽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
일식은 그릇에 집착하는것도 이상하더라구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