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 시 한 편 읽으시죠~~
7번교각

Lv.1 7번교각 (59.♡.32.196)

2026년 4월 26일 AM 09:45

조회 2,537 공감 0

수삼나무 아래의 남자를 보신다면

지난 겨울 수삼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이 세상과 나는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하고 있었을 때

나무가 내게 우렁우렁 속삭여주지 않았다면

나는 내가 그이들과 겉은 별에서 온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가을하늘 붉게 물들인 수삼나무

잎들을 보며 왜 그리도 가슴이 메어 오던지

유난히 그 가을 보내기 힘들었기에......

그이들이 내 먼 친척뻘임을 알았을 때

내가 얼마나 안도했는지 나무들은 모를 것이다

이제 기한이 차기까지 오십 팔 년만이 남았다고

나무는 내게 말해 주었다

옮겨다 심어진 이곳에서 사십 몇 년이 지났으니

자기 계산이 맞다면,

- 뭐 몇 년쯤 틀리는 것이 그리 대수이랴

우렁찬 굉음과 함께 밤을 도와

이 공원의 모든 수삼나무들은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너도 함께 떠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다시 보니 늘어선 수삼나무들은 해마다 가지를 키워

질서 있게 배열된 거대한 목선의 용골들을

오래도록 짜맞추어 오고 있었다

겨울이면 그저 살 발라진 고등어 갈비처럼

앙상히 벌서는 나무들이라 연민하던 나는

어리석게도 오십 년이 넘도록

고향으로 나를 데려갈 나무들의 채비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게 다 세상 속에서 눈이 어두워져서 그래

너는 몇 살 때부터 여기 사람이 아니라는 것울 알았니?

모를 수는 없었을 거야, 너도 힘들었지?

약속할게, 우리가 올라가기 전 미리 귀띔을 해줄테니

저기 맨 앞선 배 갑판에서 키를 잡아주지 않을래?

머지 않았어, 까짓 오십 팔 년 쯤이야

잘 버틸 수 있지?

힘들 땐 여기로 와, 고향 얘기를 해줄게

수삼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허공에 손짓하며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남자를 보신다면,

그이의 만면에 웃움이 가득한 것을 보신다면

가끔 고개를 끄덕이는 젖은 눈을 보신다면

미친 사람이라 외면하지 말아 주시길

가벼운 눈인사만이라도 나누어 주시길......

*수삼나무 : 메타세쿼이아

댓글 (3)

  • 삶은다모앙

    삶은다모앙 Lv.1

    04.26 · 61.♡.223.158

    메타섺하이아 가.. 수삼 나무라는 건 잊고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 보릿자루 Lv.1

    04.26 · 58.♡.76.16

    검색이 안 되는데 직접 쓰신 건가요? ㄷㄷㄷ

  • 7번교각

    7번교각 Lv.1 → 보릿자루 작성자

    04.26 · 59.♡.32.196

    네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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