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고양이 (223.♡.91.55)
2026년 5월 1일 AM 03:03
지난 주 '란12.3' 영화 상영이 끝나고 있었던 관객과의 대화가 좋았어서 이번에는 '내 이름은' 관객과의 대화에도 다녀왔습니다.
영화의 내용이 자세히 적혀있는 스포 후기이므로, 저처럼 스포를 싫어하시는 분들이시라면 뒤로 가기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미 보신 분들께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0시부터 1시까지 진행되는 MBC FM4U 라디오 'FM 영화음악 김세윤입니다.'의 DJ로 활동하고 계신다는 김세윤 작가님과 염혜란, 신우빈, 김설진 배우께서 참석해주셨습니다.
라디오를 들은 지 참 오래 되었는데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그 자정에 염혜란 배우가 출연하신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안 자고 있으면 들어봐야겠어요.
염혜란씨는 영화 오디션에서 붙어본 적이 없다고, 첫 오디션에 첫 주연을 꿰찬 신우빈씨에게 어떻게 오디션에 붙을 수 있었는지 비결을 묻는 질문이 첫 질문이었습니다.
어려서 패기 하나로 임했다고 하고, 민수 역할로 오디션을 봤지만 영옥 역에 캐스팅되었는데 착한 얼굴을 이용했다는 감독님의 평이 있었다고 합니다. 진짜 착하고 순둥순둥하게 생겼더라구요.
어린 영옥(정순)의 아버지로 출연한 김설진씨는 고향이 제주여서 캐스팅이 된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1. 그리고 메모해온 것에 질문이 뭐였는지 안 적혀있는데요.;; 답변을 보아하니 이 영화에 대한 감상에 대한 질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염 : 고향이 여수라서 여수순천반란사건이라는 것에 대해 알고 있었고, 요즘은 반란이란 말은 쓰지 않지만, 여순사건과 제주 4.3에 대해 관련지으려고 공부하셨었다고 합니다.
신 : 과거의 사건만이 아니라 현재와 이어져있다고 생각한다고 하구요.
김 : 제주 사람들이 텃세가 심하다는 편견이 있는데, 외지 사람에 의해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수 있고,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도 누가 죽고, 죽이고 이런 것들이 얽히고 섥혀있어서 말도 못 꺼내고 묵인하던 분위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영화에서처럼 정말 교과서에서도 한 줄만 적혀있고, 내용을 물어보면 교사는 시험에 안 나온다고 설명도 안 해줬다고 하구요.
4.3기념공원이 생겼을 때 할아버님과 같이 가셨었는데 할아버님이 사시나무 떨듯 떠시며 나가자고 하실 정도였다고 하셨습니다.
김작가님은 곧 재개봉 예정이라는 대만영화 '비정성시'가 생각난다며, 1947년에 있었던 2.28사건이 4.3과 닮은 사건이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이것도 안 봤고, 2.28사건이 어떤 건지도 저는 모릅니다.)
일본이 지배하다가 떠난 대만에 외성인들이 와서 원래 대만에서 살던 사람을 차별하고 핍박하고 살해해서 4.3과 비슷한 규모의 피해가 있었다며, 비슷한 영화를 보면서 4.3피해자의 얼굴이 곧 '비정성시'의 양조위의 얼굴이고, 역사적 비극을 대변하는 얼굴이라고 느끼셨다고 합니다.
'지슬', '환란', '내 이름은' 이런 영화가 4.3을 다루고 있는데 기억을 보존하고 다시 떠올릴 수 있게 마음을 모아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하셨습니다.
2. 캐릭터 준비를 어떻게 하고, 어떻게 보여지길 원했는지?
염 : 과거에 머무르지않고 4.3에 찾아가는 영화여서, 아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모습, 일상적인 모습부터 보여주는 것이 숨구멍이었다고, 물론 영화가 진행될 수록 더 힘들어졌지만 일상장면에서는 숨통이 트이셨다고 합니다.
감독님께서 한국의 질곡사를 모두 겪은 어머니의 모습을 표현해달라고 하셨는데 삶을 살아나가는 모습으로 접근하셨다고 하구요.
신 : 가족을 키워드로 한 영화라고 생각하고, 4.3을 겪은 어머니와 가정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준비했고, 딸 같은 아들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하고, 실제 본인이 다정한 아들이라고 하네요.
김 : 영화 '지슬'을 만드신 감독님이 삼촌(먼 친척)이라고 삼촌이 원래 미술 전공하셨다가 연극하시다가 감독까지 하신 분이라고 소개하셨고, 영화 관련해서는 당장 눈앞에 처항 상황, 내 가족 밖에 못 챙기는 무지함, 용감함을 담으려고 하셨다고 합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처럼 할 수 있을까 묻는다면 자신이 없지만 영화에서처럼 아이들 손 잡고 뛰겠다는 생각, 내 가족의 안전이라도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을 할 것 같다구요.
그래서 죽은 경찰의 아이는 돌려보내고, 자기 딸만 멍석말이 시키고 지키고자 했던 모습이었다구요.
그 당시 그 아이 또래였던 본인의 할머니 말씀으로는, 어릴 때 복주머니를 차고 다니셨는데 그 안에 인분을 담아서 갖고 다니시다가 남로당이나 경찰이 오면 얼굴에 똥을 바르고 미친 척 해서 목숨을 연명하셨다고 합니다. ㅠㅠ
그래서, 내 가족 안위나 살필 수 있는 아빠, 끝까지 가족을 책임지려는 아빠를 연기하셨다고 합니다.
3. 정지영 감독님이 말씀하시길, 신우빈씨가 타고난 배우라며, 염혜란씨와 시간을 별로 안 보내고도 모자의 케미를 만들었다고 평했다는데 어떻게 가능했는지?
염 : 담배 꺼라, 신발 뭐냐, 술 마시고 기둥에 머리 박고 이런 장면들이 애드립이었고, 대강 편집해주실 줄 알았는데 애드립 장면들이 다 나올 줄 알았으면 더 많이 할 걸 그랬다고 하셨습니다.
신 : 집이 나오는 장면을 촬영하기 전에 염혜란씨가 밥을 먹자고 하셔서 긴장했는데 고등어회를 먹으며 그동안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는지 얘기하고, 같이 산책도 하고 그러다보니 염혜란씨가 자연스레 엄마로 보였다고 하구요.
염 : 신우빈씨가 연기예 대한 열정도 많고 어려서부터 주식도 하고 그런 친구라고 하셨어요.
아버지가 딸 데리고 뛰는 게 감동이었고, 엄마 역을 맡은 분은 임신중에 총 소리를 들어가며 총에 맞아 죽는 연기까지 하신 게 인상적이었다고 하고, 김설진씨 말씀으로는 순산하셨다고 합니다.
4. 죽는 연기는 어떻게 하신 건지?
김 : 눈 못 감고 죽는 걸로 표현하고 싶었는데 몸이 정리가 안된 상태에서 후두둑 떨어지는 느낌으로 죽는, 줄을 매달고 있다 그 줄을 놓으면 모든 관절이 떨어지듯 연기했다고 합니다.
5. 무용하시는 김설진씨가 보는 염혜란씨의 춤은 어떤지 감상이나 소감은?
김 : 춤 알려달라고 부른 건가?라고 생각했는데 그간 안무 의뢰가 들어오면 배역 달라고 역제안하는 셀프로비를 해왔었다고 이번에도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현장에 안 부르셨다고 합니다.
영화를 보니 안 불러도 됐겠구나 생각했고, 한국무용만의 디테일, 입 장단으로 한~나, 두울, 셋~, 넷~ 하는 것을 디테일하게 잘 살려서, 정서를 잘 표현했다고 하셨습니다.
6. 김민기 선생님의 '친구'라는 노래가 4.3영화의 엔딩크레딧에 오른 게 현대사의 아픔을 그린 것인지, 어떤 심정으로 부른 것인지, 여기서부터는 관객의 질문이었습니다.
염 : 이 노래가 친구의 죽음을 겪고 지어진 노래로 알고 있는데, 감히 이 노래를 어떻게 부르냐고 했었고, 80년대 시위에서 불렸던 노래라 전주만 듣고도 사람들이 김민기 선생님의 노래라고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보컬 트레이너가 젊어서 그런지 노래를 모르길래 정형화된 이미지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해서 부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감독님이 노래답게 부르려하지 말고 정순이의 마음으로 부르라고 주문하셔서 그럼 또 노래가 잘 안 돼서, 노래와 정순의 마음이 부딪힌 가운데 기계로 섞어서 완성된 노래라고 합니다.
김 작가 : 90년대 시위에서는 '친구'가 느려서 시위현장에서는 안 부르고 뒷풀이에서만 불렸다고 하셨어요.
(저는 이 노래를 김민기 선생님 돌아가실 때 전후로 알게 되어서 이 노래가 시위현장에서 불렸다는 것도 오늘 이 대화를 통해 알았습니다.)
7.왜 98년에 고2가 주인공이고 배경이었는지? 질문자가 그 당시 고2였고 영화에서는 패싸움 정도로 끝나지만 본인의 친구는 투신으로 끝났어서 트라우마가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영화였다고 합니다.
김 : 김설진씨도 똑같이 81년생에 당시 고2였다며, 영화에서 표현된 패싸움, 친구들 싸움 붙이는 놈들에 대한 표현이 과하지 않고, 실제 그 당시에 더 심했고, 폭력이 정당화됐던 시절이었다며, 그 당시 역사적 배경이 그러했고, 묵인하던 사람, 폭력 휘두르는 사람이 존재하고 왜 끊임없이 이것이 반복되고, 상처주는 것이 있는 건지... 앞으로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지만 여전히 어디서든 일어나고, 반복되고 있는 폭력이 있을 거라고 보고, 영옥의 나이를 고려해도 98년이 배경일 만하다고 하셨습니다.
김 작가 : 97년에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고 98년에 4.3 얘기가 공론화되어서, 재야나 시민단체들의 움직임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 공론화된 것이 그 때여서 99년도 00년도도 아닌 98년이 배경인 것 같다고 하셨구요.
김 : 실제로 이 때 4.3사태가 4.3사건으로 교과서에서 표현이 바뀌었다고 하셨어요.
8. 빛, 신발, 트럭 소리 등 트라우마가 기억을 짓누르는데 어떤 게 가장 와닿고 감정 몰입이 되었는지? 질문 하시는 분은 계엄 때 헬기소리에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말씀하시면서 질문하셨습니다.
염 : 봄이 되면 마음이 무거웠을 것 같다고, 햇살이 부서지는 보리밭이 찬란해서 더 슬펐을 것 같다고, 눈부신 햇살이 더 지옥 같고, 일렁이던 바람, 햇볕도 그렇고, 우리의 기억은 사건보다 감각으로 남아서 색깔, 소리, 장면 등 시청각적 이미지로 남아있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봄이면 더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하신다구요.
9. 십수년전 4.3현장을 4박5일간 돌아보셨는데 계속 흐린 날씨였고 마음이 아파 4.3에 관련된 영화를 못 보셨는데 아드님과 함께 용기 내서 오셨는데 영화가 차분해서 좋았고, 염혜란씨의 연기가 포근했고, 제주의 곳곳이 관광지가 아니라 과거에 피바다가 되고 이런 걸 겪었다니 달리 보였다고, 보리밭은 처음에는 푸르렀는데 나중에 보니 좀 익은 게 보였다고 여러번 촬영한 거냐고, 학생들 패싸움을 왜 알뜨르에서 했냐 등 질문하셨어요.
염 : 보리밭 촬영을 여러번 갔는데 처음에는 보리가 크질 않아서 어린 여자아이들이 가려질 만큼 크질 않아서 미뤘다가 갔는데, 나중에는 보리가 너무 익어서 다른 더 높은 데에 가서 또 찍었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그 때의 심정을 말로 표현하는 게 어렵다고, 연기를 그대로 보시고 느끼시면 좋겠다고 하셨네요.
보리밭에서 춤 추는 장면은 위로, 용서, 미래로 가는 격렬한 춤, 무당이 뛰듯 하길 원했는데 그 부분(격렬한 부분)은 왜 안 쓰셨는지 감독님께 여쭤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김 : 보리밭에서 몰살되는 장면 관련해서, 혹시라도 호기심에 보리밭에 누워보면 안 된다고, 그 당시 배우들이 모두 고무신에 맨발로 연기를 했는데 전원 풀독으로 너무 고생하셨다고, 굉장히 억세고 날카로워서 다들 생채기도 많이 났었다고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합니다.
알뜨르로 나오라는 장면에서 '알뜨르'는 앞뜰이라는 제주말이라고 어느 관객 분이 대답해주셨어요. 사람들이 '알뜨르 비행장'을 떠올렸어서요.
10. 정순이 영옥이를 찾아가는 과정이 이 영화 같다며, 영옥이 어떤 의미인지 묻는 질문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염 : 큰 영옥이, 작은 영옥이로 살자는 대사가 좋았다고, 고통스럽지만 마주하겠다는 다짐처럼 느껴지셨다고 해요.
신 : 영옥이라는 이름은 안에 어떤 게 들어있는지 모르는 상자 같다고, 엄마에 대해 이해하고 상자를 열엇을 때 값진 상자였지 않을까 싶은 이름이었다고 하네요.
김 : 잊혀져버린, 잊히지 않아야하는 이름들을 알려준 느낌이라고 하구요.
김 작가 : 헤드윅의 감독 존 카메론 미첼이 만든 니콜 키드먼 주연의 영화 '래빗 홀'에서, 니콜 키드먼이 아이를 잃은 후, 마찬가지로 아이를 잃은 경험이 있는 엄마에게 오빠가 죽고 어떻게 견뎠냐고 물으니 엄마가 이렇게 대답하는 장면이 있었다고 해요.
바위처럼 짓누르던 슬픔이 조약돌처럼 작아져서 호주머니에 담을수 있을 정도로는 작아진다며, 시간의 힘에 의해 깎여서 작아지게 만드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몫이라구요. 사라지지 않는 슬픔이 담긴 호주머니 같은 것이 이 영화라고, 등에 짊어지는 무거운 돌이 아니라 품에 안고 있는 꽃으로 기억하고 생각하게 하는 게 영화고, 작품이라고 정리해주셨습니다.
여기까지가 대화 내용을 정리한 것이고, 제 감상을 적기엔 제 상태가 메롱이라 이만 긴 글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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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민고
05.01 · 101.♡.7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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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기고양이
→ 민고 작성자
05.01 · 223.♡.91.226
배터리가 없어서 사진 몇 장 겨우 찍고 메모해온 걸 적었습니다.^^
- 도
도롱이
05.01 · 58.♡.141.148
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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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기고양이
→ 도롱이 작성자
05.01 · 223.♡.91.226
별 말씀을요. 다른 분들도 영화 보시면 좋겠어서 후기 올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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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여름숲
05.01 · 58.♡.71.151
아이고 이런 자세한 후기라니..
내용스킵스킵.. 영화 보고 나서 자세히 볼께요..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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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기고양이
→ 여름숲 작성자
05.01 · 223.♡.91.226
네, 재밌게 보고 오신 후에 읽으셔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
오우 영상 찍어오신거 다 적어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