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 12.3 광주극장 GV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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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1일 PM 08:55

조회 2,528 공감 0

극장 앞은 문전성시였습니다. 레드카펫만 없었지 영화제에 온 것 같았습니다. 극장 입구 맞은편엔 이명세 감독과 조성우 음악감독이 사이좋게 서계셨고 입구엔 민형배 광주전남특별시 후보가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계셨습니다.

영화는 거룩하고 웅장했습니다. 영화가 시작하자 광주극장 스크린을 가리던 검은 커튼이 음악과 함께 서서히 열렸는데 란 12.3 역시 같은 모습으로 시작했습니다. 현실이 영화로, 영화는 다시 현실로 탈바꿈했습니다.

무성영화처럼 음악과 함께 자막이 나옵니다. 자막 역시 무성영화처럼 예쁘게 그린 테두리 안에서 움직입니다. 자막도 움직입니다. 디즈니 미키마우스처럼 음악에 맞춰 모든 게 움직입니다.

타이핑을 하듯 자막이 스크린에 적힙니다. 김건희를 쓰다가 다시 지우고 윤석열로 바뀌는 장면이 유머러스합니다. 박범계를 쓰려는데 박뿜, 이라고 적히는 장면은 웃음이 뿜어져 나옵니다.

12월 3일 사람들 일상을 그리는 장면이 지나고 국회에서 벌어지는 난투와 소동은 숨을 죽이고 봤습니다. 나라가 쫄딱 망할 뻔 했구나, 그 생각만 들었습니다. 죽음을 각오하고 혹은 죽음을 앞에 두고 국회와 나라를 지킨 모든 이의 순간순간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안도의 한숨이 겨우 나옵니다.

80년 518 장면이 나오자 극장 안 여기 저기서 훌쩍거립니다. 극장 안 관객들은 머리가 희끗한 분들이 많았어요. 모두들 그때가 생각나셨겠죠. 화면 속 광주 민주화 운동 장면은 길지 않았지만 끔찍했습니다. 영화가 상영되는 광주극장은 전남도청과 걸어서 고작 5분 거리입니다. 극장 안이 숙연해집니다. 옆 사람 손을 잡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무서웠고 그만큼 모두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GV행사에서 박구용 교수님이 말한 것처럼 '란 12.3은 518에 대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국회 앞에서 완전무장한 군인들과 실랑이를 벌이며 '애들아 그러지 마'라고 외치는 여자분 목소리가 극장을 울립니다. 그니까요, 국회에 출동한 군인들은 시민들 눈에는 그냥 생때같은 아이들입니다. 지금은 '그때'와 달라졌습니다.

1층과 2층 800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모두 한 마음이었습니다. 화면 안 사람들이 울면 같이 울고 환호성을 지르면 같이 웃음짓고 계엄 해제 안건이 통과되면 박수치고 문형배 판사님이 탄핵 주문을 말할 땐 눈물이 그렁그렁합니다. 그럴 때마다 뭔가 통하는 찌릿함을 느꼈습니다. 박 교수님 표현을 빌면 '잠시 우리'가 되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나왔습니다. 자리를 뜰 수 없었습니다. 영화 마지막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스케줄이 없는 사람들처럼 자리를 지켰습니다. 영화 제작에 도움을 주신 모든 사람들 이름이 올라가는 걸 고마운 마음으로 지켜봤습니다.

GV행사는 박구용 교수님이 진행하셨습니다. 이명세 감독님과 조성우 음악감독님도 함께 하셨습니다. 일본에서 오신 분, 경남 합천에서 오신 가족. 곡성에서 오신 목사님. 모두 그날의 기억을 영화에 더했습니다. 특히 518때 아버지 등에 업힌 동생이 총에 맞아 죽을 뻔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시면서 아직도 1987같은 영화를 무서워서 못 보신다는 목사님 이야기는 '란 12.3'이 '란 5.18'이 될 뻔 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극장을 나와 전남도청 앞을 걸었습니다. 5월 18일 복원 공개를 앞두고 있다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있었습니다. 당시 진압군이 탔던 지프차도 세 대 나란히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벽에 총알자국이 여기저기 있는 민원실 앞도 지나갔습니다. 조성우 씨가 작곡한 음악은 없지만 흐릿한 이미지가 머릿 속을 스칩니다. 우악스럽게 진압봉을 휘두르는 군인들이 눈 앞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너무 다행입니다. 이렇게 영화 혹은 다큐로 끝나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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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이루리라

    이루리라 Lv.1

    05.01 · 58.♡.94.201

    저는 생각보다 눈물 많이 흘리진 않았는데 5.18 장면에서 울컥했습니다. 광주의 민주시민들이 보는 12.3란은 참 뜻 깊었겠다 싶어요.

  • 여름숲

    여름숲 Lv.1

    05.01 · 58.♡.71.151

    우리의 삶이 5월 광주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함께하신 광주민주동지님들께 무한한 지지와 동지의식을 느낍니다.

  • S

    someshine Lv.1

    05.01 · 1.♡.77.197

    같은 영화를 보고 이렇게 후기를 잘 쓸수도 있네요 ㅎ
    이렇게 멋진 분들과 함께여서 좋습니다.

  • 빅데이트

    빅데이트 Lv.1

    05.01 · 211.♡.227.84

    너무 좋은 후기입니다. 감사합니다.

  • choochoo

    choochoo Lv.1

    05.01 · 59.♡.49.34

    잘 읽었습니다.

    함께하는 듯한 마음입니다.

  • 송구라 Lv.1

    05.01 · 211.♡.91.166

    좋은 후기 정말 잘 읽었습니다.

  • 레베카미니

    레베카미니 Lv.1

    05.01 · 221.♡.25.227

    후기 감사합니다

  • GaNa가나

    GaNa가나 Lv.1

    05.01 · 221.♡.28.243

    우리 가족 4명도 오늘 그 자리에 함께 있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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