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1 (14.♡.54.114)
2026년 5월 2일 AM 12:40
아내와 란 12.3을 보고 왔습니다. 어제 밤 예매를 했는데 동네에 있는 롯데는 아침 8시 한 타임밖에 없어서 역시 롯데가 롯데했구나 하면서 조금 떨어진 cgv 11:15을 갔는데 거의 전석이 매진이더군요. 연령대도 젊은 부부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전체적인 느낌은 현실이 영화보다 더 극적이라는 겁니다. '24년 12.3 계엄 선포에서 '25년 4.4 헌재 탄핵 인용까지 4개월에 걸친 모든 장면과 사건 하나하나가 비록 나도 실시간으로 겪었지만 영상물로 감상하려니 어쩌면 그렇게 비현실적인지, 그리고 온갖 우연적 필연이 연속되어 결국에는 선이 악을 이기고 승리하게 된다는 줄거리는 상투적이기까지 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었습니다.
초반에 달이 점차 기울어 그믐달로 바뀌고 마침내 빛을 잃는 것에 대비해 지상에서 올라오는 검은 악령과 같은 기운이 전체 화면을 덮어가는 과정에서 사소한 오류-반달에서 그믐달로 바뀔 때 왼쪽 호가 둥근 반달이 왼쪽 호는 유지된 채 직선 반지름이 왼쪽 호 방향의 6자 형태로 바뀌어야 하는데 3자 초생달 형태로 거꾸로 바뀜-는 오히려 현실이 정상적인 진행되지 않고 반대로 역행하는 것을 빗대어 표현하고자 한 것으로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진정한 영웅은 초인적 캐릭터가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이다.
조반에 젊은 여성이 아침에는 겸공, 오후엔 매불쇼, 밤에 남천동을 듣고 잠드는 장면을 묘사한 만화 그림체는 전형적인 미국의 마블 코믹 형식이었는데, 그럼에도 미국 코믹의 구도와는 반대로 영웅이란 결코 아메리칸 히어로와 같은 소수의 초인적 캐릭터가 아니라 평범한 시민이라는 사실을 암시합니다. 이 핵심적 주제는 계엄령이 발동되자 부랴부랴 국회로 달려가는 와중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가 휴대폰을 통해 라이브로 애타게 요청했던 대상이 바로 시민들이라는 것, 중반에는 국회 입성을 둘러싼 밀고 밀리는 몸싸움 장면에서의 국회 밖 시민들과 국회 안의 보좌관 등, 그리고 후반에 내리는 눈을 묵묵히 다 받아내며 철야하면서 자리를 지켰던 키세스 수호대로 구체화됩니다.
사소할 수 있지만 엔딩 크레딧에서 제작 스태프 중에 '이재명'이 있는 게 희한하더군요. 설마 잼프가 제작에 직접 참여했을리는 없고 동명이인임이 확실하지만 그럼에도 참 반가웠습니다. 이것도 결국 영웅(당시 탄핵을 주도한 야당 대표, 현직 대통령)은 평범한 직장인과 같다?!
무엇보다 엔딩 크레딧 마지막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분들의 이름들이 무수히 올라가는 장면에서 다시금 진정한 영웅은 이름없는 평범한 시민 하나하나임을 재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끝날 때까지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김건희가 등장하기 직전 나오는 애니메이션은 카메라의 제한된 앵글과 왜곡된 프레임이 어떻게 현실을 거짓으로 묘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좁은 화면에서 카메라가 잡은 장면과 실제는 전혀 반대라는 흑백 이미지)을 연상케 했습니다(검색해 보니 못찾겠네요 찾아 주셨으면...).
마지막에 김건희가 대통령 자리에 앉고 걸어나가는 장면은 계엄이 해제 결의되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어 무사히 사건이 종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끝날 때까지는 결코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며 관객들에게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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