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 정치 사찰의 원조 끝판왕
LV426

Lv.1 LV426 (39.♡.223.199)

2026년 5월 8일 PM 05:03

조회 2,352 공감 0

존 에드거 후버는 FBI를 창설해서 죽을 때까지 FBI 국장으로 근무한, FBI의 대부이자 교황 같은 인물입니다. FBI의 전신인 수사국부터 따지면 무려 48년 간 8명의 대통령 아래에서 국장으로 일했습니다.

FBI를 현대적인 수사기관으로 만든 장본인이자, 동시에 정치인, 공무원, 언론인, 종교인, 기업인, 사회운동가, 일반 시민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사찰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박을 일삼은 비밀 경찰의 총수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FBI를 유능한 수사기관으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FBI는 국내 방첩을 담당하는 정보기관이기도 하고, 2차대전 동안에는 남미 지역을 관할하는 대외 정보 기관이기도 했습니다. (CIA는 대외 정보 기관이고, 미국 국내 정보 활동은 엄연한 불법입니다. 우리나라 국정원처럼 대외/국내를 한 정보기관이 담당하는 것은 구 소련 시절 KGB를 제외하면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괜히 X-Files에서 CIA가 아닌 FBI를 무대로 한 게 아닙니다.

그에게 시달린 대표적인 인물이 흑인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였습니다. 이미지와는 다르게 은밀한 사생활을 즐기던 킹 목사가 성적인 약점을 잡혔거든요. 마틴 루터 킹과 대척점에 있던 말콤 엑스는 반대로 사생활이 너무 깨끗해서 트집 잡을 것이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후버는 바로 요롷게 생겼습니다. 비호감 인상이지만, 비밀 경찰 총수의 느낌은 별로 들지 않네요.

그가 가진 비밀 파일-후버 파일의 힘이 얼마나 강했는지, 대통령들은 후보 시절에는 당선만 되면 후버를 잘라버리겠다고 벼르다가도, 막상 대통령이 되면 후버 국장에게 손을 대지 못했습니다. 그가 죽자 후버의 측근들이 후버 파일을 모두 파기했다고 했지만, 아직도 어딘가에 사본이 남아 있다는 음모론이 있습니다.

숀 코너리,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한 "더 록"에서 숀 코너리가 종신형을 받고 감옥에 갇힌 이유가, 바로 사라진 후버 파일을 훔쳐내서 어딘가에 은닉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윤석열이 검찰총장 시절, "캐비닛"을 이용해 정적을 제거하고 권력을 추구하기 시작했을 때, 전 윤석열의 롤 모델이 후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작된 신화, 존 에드거 후버"라는 제목으로 고려원이라는 출판사에서 후버의 일대기를 1995년 책으로 낸 적이 있습니다. 저자는 앤터니 서머스인데, 출판사가 망해서 사라져서 지금은 어디 헌책방에서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고려원이 한 때는 잘 나가는 출판사여서, 부도가 난 이후에도 지하철 가판대에서 남은 책들을 팔곤 했는데, 저도 그런 경로로 이 책을 사 보았습니다.

다른 내용보다, 번역자의 후기가 인상 깊어서 따로 기록을 해두었습니다. 역자 후기를 조금 발췌해서 보면,

"(...) 이 책을 번역하며 (...) 후버와 비슷한 길을 가던 본인으로서는 후버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 또한 지울 수 없었다. 후버라고 왜 평범하고 인간적인 삶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이 없었겠는가. 때때로 권력자들은 체제의 수호를 담보로 국민들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서 암암리에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영달을 위해 사용된다면 이는 명백한 권력 남용이다. (...) 나는 일찍이 역사 앞에서 발가벗겨질 수 밖에 없는 권력과 권력자의 비애를 숱하게 보아왔다. (...) 내가 권력과 안보 논리를 등에 업고 해 온 일에 대해 나는 나름의 정당성을 갖고 있었지만, 내가 한 일에 대한 회한과 반성이 없을 수 없었으며, 이 평가 또한 내 몫이 아니라 역사의 몫이다. 다만, 한 가지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권력은 붕괴하며, 절대적 권력은 절대적으로 붕괴한다는 사실이다."

왜 이걸 따로 기록을 해두었냐 하면, 이 책의 번역자가 다름 아닌 정형근, 한동훈이 후원회장으로 영입해서 오랜만에 화제가 된, 5-6공의 대표적인 공안 검사였기 때문입니다. 권력 남용의 대표자가 후버를 두고 한 이 같잖은 평가와 소감이 어이가 없어서, 제 기억의 일부를 할애해서 영구 박제를 해놓았던 겁니다.

정형근 아저씨, 제발 코미디언들 밥줄 좀 끊지 마요. 재벌이 골목 상권에 막 들이대면 안 되잖아요.

한동훈씨, 당신 장인 진형구씨도 정형근과 비슷한 시절 공안 검사로 끗발 날렸다면서요? 이번에 정형근을 후원회장으로 영입한 거, 당신 장인 픽 아니에요? 끼리끼리 웃기고들 자빠졌네요.

한동훈의 이번 행동으로 저도 거의 잊고 있었던 정형근의 이름을 다시 기억해냈고, 그래서 이번 글을 쓰게 됐습니다.

한동훈씨, 애썼어. 당신 덕에 박제에 먼지 털고, 많은 사람들이 기억을 되살렸거든. 계속 그렇게 활약해 주길 바랍니다.

댓글 (3)

  • 드래곤마운틴 Lv.1

    05.08 · 59.♡.5.12

    불러내는 자나 나오란다고 나오는 자나 한심하기 그지없네요.
    평생 반성하며 살아도 모자랄 판에...

  • RanomA

    RanomA Lv.1

    05.08 · 117.♡.5.243

    궁금해서 찾아보니, 진형구랑 정형근이 둘 다 45년생인데, 사시 합격이 1970년으로 동일한데 회차가 달라서 보니까 그 해는 두 번 치렀나봐요. 진형구는 3월 31일 기사, 정형근은 8월 22일 기사에 나오네요.

    둘이 나이도 같고, 같은 과이고, 시험 붙은 시기도 그렇고, 두 기수 다 합격자 수가 3~40명대니까, 당연히 잘 알겠죠.

  • 곡마단곰탱이 Lv.1

    05.08 · 112.♡.201.27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읽는 사람에게 긴장을 주는 좋은 글, 그리고 글감을 메모하시는 기술도 배우고 싶네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