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어느 날 갑자기 백수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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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14일 AM 12:15

조회 5,052 공감 0

부제: 화려한 우주 산업 뒷면에 가려진 'K-좋소' 잔혹사

0. 서문: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별들

어느 위성 회사의 성공 신화... 일 리가 없고요, 폭탄 돌리기 같은 얘기입니다.

모든 이야기는 65%의 진실과 35%의 구라를 적절히 섞었습니다.
회사 이름 유추 같은 거 하지 마세요. 어떤 회사라 상상하셔도 거기 아닙니다.
만약 실존하는 누군가를 떠올렸다면 그것은 부패라는 것 자체의 지독한 유사성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요즘 인공위성 분야가 꽤 핫하고 국가 사업으로 진행되는 것들도 많습니다.
대부분의 조직들은 성실하게 열심히들 일하십니다.
일반화는 삼가주세요.

1. 휴가 복귀 날 받은 사직서

얼마 전 집안에 큰일이 있어 며칠 자리를 비웠습니다. 정신을 겨우 가다듬고 복귀한 날, 위로 대신 기다리고 있던 건 뜻밖의 호출이었습니다. 윗사람은 제 의사와 상관없이 이미 '퇴직 날짜'를 확정해 두었더군요.

퇴직 사유를 물어보니 '자발적 퇴사'라더군요.

제가 자발적으로 한 일이라곤 회사를 위해 밤낮없이 코드를 짰던 것뿐인데, 그 "자발성"이란 단어를 누군가는 숙청의 도구로 쓴다는 게 참 씁쓸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하루아침에 백수가 되었습니다.

2. 껍데기만 우주였던 곳

저는 정밀 기동 시뮬레이션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습니다.
하드웨어 최적화부터 병렬 처리까지, 열심히 익힌 기술로 "진짜 별을 쏘아 올린다"는 자부심 하나로 버텼죠.
당시 기술적 기둥이었던 권위자 A님과 함께라면 불가능은 없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내실보다 외형에만 집착했습니다.
글로벌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홍보하며 주가를 띄웠지만, 실상은 처참했습니다.
핵심 알고리즘은커녕, 탑재체의 기초적인 물리적 규격조차 맞추지 못해 해외 파트너로부터 거절당하는 수준이었으니까요.

수십억 원의 기회비용을 날리고도 회사는 "전략적 수정"이라며 사실을 덮기에 급급했습니다.
기본조차 안 된 '빈 상자'인데 말이죠.

3. 기묘한 왕국과 사라진 기술자들

원래도 기술이 다소 부족한 면이 있었지만, 상장 이후 회사는 더 이상 기술 기업이 아니었습니다.
회계 출신의 부사장 B가 실권을 잡으면서 회사는 거대한 '가족 왕국'으로 변질되었습니다.
대표와의 부적절한 관계는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회사는 특정인의 사유물처럼 운영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A님 같은 진짜 기술자들은 '불순분자' 취급을 받으며 밀려났습니다.
B 부사장은 특정 학력군을 비정상적으로 우대하며 엔지니어들 사이에 갈등을 조장했는데, 훗날 들려온 그녀의 학력 위조 의혹은 참 허망하더군요. 화려한 가짜 학위 뒤에 숨겨진 열등감이 결국 회사의 실력자들을 쫓아내는 칼날이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4. 몇 년이라는 유예, 그리고 폭탄 돌리기

더 기가 막힌 건 감시해야 할 국책 기관의 방관입니다. 담당 책임자는 은퇴가 몇 년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든 부실을 알면서도 눈을 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내 임기 동안만 터지지 않으면 된다"는 보신주의가 국민의 혈세를 우주 쓰레기로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어요.

핵심 인력이 증발한 빈 껍데기 회사에 최근 수백억 원 규모의 채권이 발행되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밖에서 보기엔 화려한 도약 같겠지만, 내부에서 쫓겨난 제 눈에는 무너지기 직전의 둑을 막기 위한 위태로운 '폭탄 돌리기'로만 보입니다.

5. 마치며

억울하지 않냐고 묻는다면, 처음엔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런 비정상적인 경영진과 무책임한 관료들 사이에서 계속 별을 꿈꾸는 것이야말로 가장 무모한 일이었을지 모릅니다.

K-우주 산업이 누군가의 사리사욕으로 얼룩지는 걸 보는 건 괴롭지만, 일단은 이 강제된 휴식을 즐겨보려 합니다. 거품이 걷히고 나면, 언젠가는 진짜 기술이 증명되는 날이 다시 오겠지요.

댓글 (6)

  • 5호라

    5호라 Lv.1

    05.14 · 125.♡.113.200

    중간에 학력 위조는... 명신이.. 아니.. 건희가 생각나네요..

    학력위조 의외로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는 일 같습니다.

    대학 졸업식때 학장님이 하셨던 졸업 축사? 에서..

    국적은 바꿀 수 있지만 학적은 못 바꾼다는 말이 다시 한번 생각 나네요.

    당분간은 위성 관련 회사 주식은.. 배제 해야 되곘습니다.

  • BLUEnLIVE

    BLUEnLIVE Lv.1 → 5호라 작성자

    05.14 · 124.♡.137.94

    원래도 센터 본능..... 아..... 아닙니다.....

    저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 푸른꾸미

    푸른꾸미 Lv.1

    05.14 · 104.♡.68.24

    학력 위조가 그리 쉬운 일이었구나 싶네요..

  • 뇌공앙

    뇌공앙 Lv.1

    05.14 · 125.♡.61.188

    제가 지금 하는 프로젝트가

    국방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마지막으로 하는 프로젝트가 될 겁니다.

    이 분야는 고여 있기 때문에 썩어 있습니다.

    1970년대 소프트웨어 방법론을 가지고,

    의미없는 산출물을 만들게 하고 평가질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갑질과 을질이 난무합니다.

    나중에 몸이 좀 자유로워지면

    민원 제기할까 생각 중입니다.

    지금은 저 하나는 괜챦은데, 다른 분들이 피해볼까봐 못하고 있습니다.

  • 하나글

    하나글 Lv.1

    05.14 · 125.♡.112.6

    잘 나가던 중견회사들.. 꼭 어느 순간상장 되거나 대기업에 편입되는 순간, 그동안 노력해온 엔지니어들 내팽게치고,

    고정아이템으로 가려다가 회사 엉망되어가는걸 눈으로 목격했었는데..
    남일 같지 않네요..힘내세요!

  • RubyBlood

    RubyBlood Lv.1

    05.14 · 59.♡.11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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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쓰신거 보니 내려놓음과 마음 정리가 어느정도 되셨나봐요.

    고생하셨습니다.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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