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까르고 (183.♡.123.226)
2026년 5월 14일 AM 08:48
오늘 아침 누군가가 대형 시사 유튜브 프로그램에 출연했습니다. 그는 며칠 전, '나를 투명인간 취급했기 때문에 거기는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던 터라 많은 사람들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거둬들일 얘기를 왜 그리 했는가" 하던 차였습니다.
출연 직후부터 진행자 겸 채널 운영자와 출연자 사이에 [기싸움]이 시작됩니다. 앙금이야 있겠고, 제가 아는 진행자라면 그런 식으로 한마디 툭 던지면서 풀어버리는 스타일이니까 불안한 측면은 있지만 그러려니 할 수준이었죠. 문제는 출연자가 보인 태도입니다. "무죄가 됐으면 불렀어야지"
보는 순간 드는 생각은 '어디 출연권이라도 받아가셨소?' 였습니다. 그가 다른 미디어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을 하는지 굳이 찾아보고픈 마음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만일 재래식언론에 출연해서도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그리고 그렇게 말을 했다면 이건 상당한 사회문제로 비화됐을 겁니다. "유력 정치인이 방송의 편성에 개입하여 본인의 억울한 사정을 해소해줄 것을 요구했다" 대서특필하지 않았겠습니까. 재래식 언론과 특수관계에 있는 국민의힘 정치인도 아니면서 이런 요구를 했다가는 치도곤을 맞기 십상이죠.
그럼 왜 이런 말을 했던가, 하루에 2백만 명이 보는 프로그램에 몇 년 만에 출연해서 그것도 첫마디로. 대단히 좀스러운 개인 감정의 발산 외에 다른 목적을 생각하기 어려웠습니다. 선굵은 정치인이라는 평가와 다르죠. 개인적으로야 억울하겠지만, 민주당 정치인으로서 그 정도 위치에 있는 인물치고 그 만한 억울함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제대로 살아왔다면요.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유튜브니까 만만하다, 내가 길들일 수 있다" 정도일 텐데 이게 맞다면 그는 잘못 생각한 것 같군요. 굳이 더 설명할 필요는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만일 이런 정도의 인식이라면 그의 언론관과 사회관이 대단히 낡았다, 이렇게는 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치적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굳이 정치적인 이유를 찾아봅니다. 복당 후 그가 기대고 있는 세력이 결국 그 유튜브 채널과 척을 지고 있고, 그래서 그 세력에 기대고자 뭔가 신고식처럼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나름 납득할 수는 있습니다. 조직에 들어갈 때 흔한 일이니까요. 김경수 경상남도지사 후보가 사면되고 유학갔다 돌아온 직후에 보인 '이상한' 행보와도 일견 비슷해 보이고요.
둘 중 어느 것일지는 모르겠는데, 제3의 이유가 아니라면 그가 정치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가 정치적으로 기대고 있는 지역이 인천이라 김경수 후보처럼 '험지에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어렵죠. 게다가 김경수 후보는 사건 직후 비교적 빠르게 바로잡는 노력이라도 했었습니다.
그에 대해 평가가 박한 건 누적된 이유들 탓일 텐데, 애초에 그다지 믿지 않는 정치인이었다는 게 가장 클 겁니다. 다만 문재인 정부 당시에 러시아와 관련하여 이런저런 일을 잘 처리했던 것이 가장 큰 공적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해 왔는데 그가 요즘 문재인 정부에 대해 하는 말을 보자면 "참 아름답"지요. 미래는 알 수 없고,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지만 제가 그에 대해 재평가를 할 일은 아마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댓글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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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생곰
05.14 · 221.♡.207.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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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에스까르고
→ 야생곰 작성자
05.14 · 183.♡.123.226
정말 그 생각만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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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ider_man
05.14 · 223.♡.239.197
그 사람만큼 까방권을 깃털처럼 날리는 사람도 보기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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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에스까르고
→ Rider_man 작성자
05.14 · 183.♡.123.226
정0주 정도가 일단 생각이 나긴 합니다. 둘다 한순간에 당원의 마음을 완전히 잃어버렸죠. 그래도 정0주는 안타까움이라도 있는데 이 사람은 그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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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IM_Lady
05.14 · 220.♡.172.6
그렇게 초반부터 짜증부리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흔들리지 않는 김어준 공장장의 됨됨이에 다시한번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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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에스까르고
→ SIM_Lady 작성자
05.14 · 183.♡.123.226
일견 보기에 무례하고 전문가로 모신 손님들 말을 툭툭 끊으면서 제 할 말만 한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는 그는 누구보다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그 입장이 사회적, 도덕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사람입니다. 유시민 작가가 말했던 "메타 인지"가 가장 활성화된 경우가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오늘도 도입부에서 그런 식으로 툭 건드리면서 털어버리려고 했던 것으로 봤습니다. 문제는 꽁해있는 사람이 계속 꽁해있던 것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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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IM_Lady
→ 에스까르고
05.14 · 220.♡.172.6
저도 가끔 껄끄러운사람 (때론 날 욕한걸 알고 날 곤란하게 한 사람인거 아는) 이어도 업무때문에 대해야할 때가 있잖아요. 저도 그것을 노출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지만 목소리 끝이나 저의 표정 어딘가에는 묻어있기 마련인데 좀전의 김어준 공장장의 언사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게다가 '거물을 모실때는 이슈가 있어야죠~' 라고 하면서 평소에 하지 않던 달래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며 ... 송영길의 대처가 너무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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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에스까르고
→ SIM_Lady 작성자
05.14 · 183.♡.123.226
그가 하는 말 중에 가장 좋아하는 건 (고개를 흔들면서) "그럴 수 있어, 그 입장에서는"이에요. 사람들은 "내 입장은 말이야"로 말하기를 좋아하지 "그의 입장에서는 그럴 만 해" 라는 말을 하기 어렵습니다. 그것도 그와 나 사이의 문제일 때 말이지요.
정치인이 정치인답지 못하고 방송 진행자가 정치인다운 모습을 보인다면 이걸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국민의힘 정치인-김재원이라던가-이 아닌, 민주당쪽 정치인이 이런 태도를 보였을 때 결과는 딱 보이는 것인데, 자기 일이 되면 이런 게 안 보이는 법이긴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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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lowtorch
05.14 · 59.♡.125.144
요즘 영길씨의 '위세'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받아야할 돈이 있는 빚쟁이 같더군요.
당과 당원들이 채무자입니다.
우리 모두가 그에게 부채의식을 느껴야하는 건가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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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에스까르고
→ blowtorch 작성자
05.14 · 183.♡.123.226
빚을 받을 때도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제 (개인적인 면식이 없는) 대학 선배 중 한 분은 임대료 받으러 갔다가 그만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들었습니다. 그게 자기가 생각하기에 빚이라고 한들 막무가내식으로 뱉어내라고 하면 큰일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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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하는 말로, "출연권 맡겨놨냐?"라는 상황이죠.